여름 극장가 할리우드물 점령... 우리영화 설 자리 없다

여름 흥행시즌은 특수효과로 포장된 할리우드 영화의 독무대인가.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올여름도 컴퓨터그래픽으로 무장한 직배사들의 흥행대작들이 밀려오면서 우리 영화및 예술성있는 제 3국 영화를 상영할 개봉관을 확보하지 못한 국내 영화사들이 울상을 짓고 있다.

지난해 여름극장가는 집채를 삼키고 트럭을 날려버린 소용돌이가 압권이었던 <트위스터>와 백악관 위로 우주선이 내려 앉는 <인디펜던스 데이>,고속전철 TGV에 매달린 톰 크루즈의 초특급 액션 <미션 임파서블>등 할리우드대작들이 휩쓸었다.올해도 어김없이 흥행대작으로손꼽힌 <쥬라기공원2- 잃어버린 세계>를 시작으로 <콘 에어(6월말)> <헤라클라스(7월5일)>,<맨 인 블랙(7월 첫째주)>,<베트맨 앤 로빈(7월 둘째주)> 등이 극장가 상륙을 서두르고 있다.

이 가운데 <쥬라기공원2>는 미국에서 전몰장병기념일 황금연휴가 시작되는 지난달 23일 개봉되어 지금까지 할리우드가 세운 흥행기록들을 차례로 갱신하고 있다.이 영화는 4일만에 9천2백70만 달러의 수익을 올려 <미션 임파서블>의 수익 5천6백80만달러를 넘어서는가하면 <인디펜던스 데이>가 일주일만에 세운 1억달러를 단 5일만에 돌파했다.

이 작품을 14일 개봉할 예정인 UIP코리아는 현재 명보극장의 5개관중 1,2,3관을 한꺼번에 잡는 등 서울에서만 28개 개봉관을 확보해 영화계에 충격을 주고 있다.일정수준의시설을 갖춘 서울시내 개봉관 53개의 절반 이상,소극장까지 포함시킨 전체 영화관까지 합쳐도 3분의 1가량을 스필버그의 공룡영화가 집어삼키게 되는 셈이다.

월트디즈니 코리아는 쥬라기공원의 돌풍에도 불구,오는 7월초 개봉될 니콜라스 케이지 주연의 탈주극 <콘 에어>와 스펙터클한 애니메이션 <헤라클라스>에 각각 20여개관씩을 확보해놓고 있다.

워너 브라더즈도 새로운 시리즈가 나올 때마다 흥행의 보증수표가 된 베트맨 영화 최신판 <베트맨 포에버>의 7월 개봉을 앞두고 로빈역의 크리스 오도넬 내한 기자회견을 개최하는 등 홍보에 전력하고 있다.이 작품은 베트맨역에 조지 클루니,악당 미스터 프리즈역에 아놀드슈와제네거,미녀 포이즌 아이비역에 우마 써먼,베트걸역에 알리시아 실버스톤 등 초호화 캐스팅으로 상영관 확보에는 별다른 어려움을 겪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직배사들이 6,7월 개봉관을 싹쓸이 하면서 당분간 관객들은 우리영화를 보기 힘들게 될 것으로 보인다.지난달 극장가에 10여편이 한꺼번에 쏟아져 나왔던 우리영화 중 유일하게 흥행돌풍을 일으켰던 <비트>도 쥬라기공원이 상륙하기 전날인 13일 종료한다.

기존에 선보인 우리 영화의 조기종영과 함께 <현상수배> <백수스토리> <1818> 등 이미 제작완료된 우리영화들도 할리우드영화에 밀려 여름시즌에 빛을 보지 못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외화를 수입한 국내 영상업체들의 사정도 마찬가지다.금강기획은 제인 오스틴 원작소설을 현대적으로 해석한 <엠마>,장 르노 주연의 <로잔나 그레이브>,비행기 공중납치극을 그린 액션 <터뷸런스>등 3편의 기대작을 수입해 놓고도 극장이 없어 손을 놓고 있는 상태다.서울시내에 극장 6개관을 운영중인 대우도 직배사 영화의 돌풍에 휘말려 자신들이 직접 수입한<안나 까레리나>의 흥행실패를 우려,개봉시기를 미뤄놓고 있는 실정이다.

이제 할리우드 대작을 걸기 위해 우리영화나 상업성이 뒤지는 외화를 서둘러 내리거나 개봉을 늦추는 것은 극장가의 관행이 되어 버렸다.그러나 여름 극장가를 고스란히 내주고 있는 현실은 할리우드의 문화잠식이라는 측면에서 상당히 우려되고 있어 이에 대한 근본적인 치유책을 찾아야 할 때다.

<이선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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