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즈> 가전산업 현황과 전망 (2);사양길로 들어섰나

가전산업의 큰 흐름 중 하나로 AV기기가 정보가전으로 옮아가고 있다는 점을 빼놓을 수 없다. 즉 컬러TV, VCR, 오디오 등 AV기기가 디지털 기술과 맞물리면서 새옷으로 갈아입고 새로운 제품으로 거듭나고 있다는 얘기다.

그 대표적인게 컬러TV다. 아날로그 방식의 컬러TV가 디지털로 탈바꿈하는 과정에서 16대9 화면의 광폭TV, 벽걸이TV, 인터넷TV, 그리고 입체TV와 고선명(HD)TV에 이르기까지 그 형태와 기능에 따라 다양한 상품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이들 상품은 또 스스로의 시장을 형성하기도 하지만 정보통신기술과 융합되면서 하나의 시스템 상품, 즉 단말기로도 자리잡아갈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에따라 아날로그 방식의 컬러TV는 아직까지 전세계 시장을 주도하는 TV일 뿐만 아니라 디지털TV가 선진국을 중심으로 그 영역을 넓혀나가도 상당 기간 TV시장을 지키겠지만 가전산업 측면에서 볼 때 더 이상 부가가치를 보장받지 못할 것임이 확실하다.

VCR는 디지털 다기능 디스크(DVD)의 등장과 함께 가전제품군에서 사라질 가능성이 높은 제품으로 꼽힌다. 「정보가전의 꽃」으로 지칭되기까지하는 DVD는 앞으로 영화를 중심으로 갖가지 타이틀이 쏟아져나오면서 VCR시장을 급속히 대체나갈 전망이다. 이미 일본업체들은 물론 우리나라의 삼성전자와 LG전자도 DVD플레이어를 내놓고 미국시장을 타진하는 등 접전이 시작됐다.

DVD의 등장으로 VCR가 급속히 쇠퇴할 것이라는 예측은 오디오CD의 출현후 LP가 거의 사라져버렸다는 지난 과거의 사실에서 설득력을 더해주고 있다. 이와 관련, 가전업계 한 관계자는 『최근 VCR의 국내생산을 줄이고 해외로 옮겨가고 있는 것은 더 이상 채산성을 맞추기가 버겁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국내의 역량을 DVD쪽으로 집중시켜 새로운 시장경쟁에 대비하는 성격도 짙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여기에 정보가전을 더욱 부추기는 요소까지 등장해 관심을 모으고 있다. 최근 미국에서 제정된 「IEEE-1394」 방식의 디지털 인터페이스는 디지털 방식의 모든 가전제품을 단 한개의 케이블로 연결해 영상, 음성 등 멀티미디어 데이터를 초고속(1백M∼4백Mbps)으로 전송할 수 있다. 따라서 앞으로 가전과 컴퓨터의 융합이 가속화됨은 물론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로 정보가전의 폭이 넓어지고 전파속도가 빨라질 수 있을 전망이다. 또 이 기술을 적용할 경우 지금까지 정보가전 제품군에서 제외됐던 백색가전과 조명기기도 통신 프로토콜을 내장한 칩을 통해 원격제어됨으로써 정보가전속으로 합류할 것이라는 예상도 나오고 있다.

이에따라 국내에서도 LG전자가 IEEE-1394 인터페이스를 적용한 화상회의용 디지털 카메라를 개발하는 한편 삼성전자, 대우전자 등도 디지털 위성방송 수신기, DVD플레이어, 디지털 캠코더 등에 이 기술을 적용시킬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등 발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업계에선 이 기술을 적용한 새로운 정보가전제품이 속속 출현하면 현재 포화상태에 놓인 가전제품의 신규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해 가전산업에 새로운 전기를 마련할 수도 있을 것이라는 성급한 예측까지 하고 있다.

특히 AV기기의 경우 집적화, 지능화, 양방향화되는 복합기기로 탈바꿈돼 신개념의 상품들이 속속 탄생할 뿐 아니라 새로운 정보서비스까지 등장하게 돼 21세기 가전산업은 제조보다 서비스(SW)쪽에서 더 많은 이익을 내는 모습을 띨 것으로 보인다.

<이윤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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