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식안정기업체들이 일반 가정에 제품을 보급하기 위한 방안 마련에 골몰하고 있다.
지난해 국내에 보급된 전자식안정기는 8백만개로 추정되는데, 아파트를 포함한 일반 주택용으로 판매된 것은 극히 미미하고 대부분 대형 공공건물에 판매된 것으로 업계는 분석하고 있다.
매년 전자식안정기시장이 20% 이상 고성장하고 있으나 대부분 대형건물을 중심으로 수요가 늘고 있을 뿐 아직 일반 주택에서는 기존 자기식안정기가 아성을 확고히 구축하고 있는 실정이다. 일반 가정에도 전자식안정기가 보급된다면 시장규모는 2배 이상으로 커질 것이라는 점을 노려 그동안 많은 업체들이 가정용 시장공략을 모색했으나 대부분 실패하고 지금은 기업, 학교 등 대형건물을 대상으로 한 판매영업에만 치중하고 있다.
이처럼 가정용 시장에 전자식안정기가 파고 들지 못하는 이유는 아직 전자식안정기가 널리 알려지지 않은 것도 있지만 가장 큰 이유는 높은 가격과 짧은 수명 때문이다.
최근 전자식안정기 값이 많이 떨어졌지만 판매가격이 1만원 정도로 3천∼4천원인 자기식에 비해 3배 이상 높아 주택 건설업자와 소비자들이 외면하고 있다. 코일을 감은 방식의 자기식과 달리 전자식은 코일 외에 트랜지스터, 콘덴서, 저항기 등 일반 전자부품은 물론 반도체까지 사용하기 때문에 자연히 가격이 상승될 수 밖에 없는데 기기의 성능보다 가격이 선택의 중요 요인이 되고 있어 보급이 지지부진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전자식안정기는 자기식에 비해 30%의 전기료를 절감할 수 있어 많은 형광등을 사용하는 공공건물의 경우 전자식안정기를 채용하면 상당한 전기비용을 절감, 투자비용을 빠른 시일내에 회수할 수 있으나 일반 가정의 경우 절전총액이 체감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기 때문에 비싼 전자식안정기를 사용할 필요성을 별로 느끼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자기식에 비해 상대적으로 짧은 수명도 전자식안정기 보급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 각종 연구결과에 따르면 보통 전자식은 수명이 5년 정도이고 자기식은 10년 정도인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이에대해 전자식안정기업계는 『전자식을 사용하면 상대적으로 형광등의 수명이 늘어나기 때문에 형광등의 교체비용을 생각한다면 전자식안정기의 가격과 수명은 별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다.
업계가 기대를 걸고 있는 것은 정부가 기존 40 형광등 대신 절전효율이 높은 32 형광등의 보급에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32 형광등은 전자식안정기를 사용할 경우에만 제대로 점등이 이뤄지고 절전효율이 극대화되는 등 제 성능을 발휘할 수 있기 때문에 32 형광등 사용이 일반화되면 자연히 일반 가정에도 전자식안정기가 본격적으로 보급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정부의 에너지절감 의지가 높아지면서 전자식안정기에 대한 소비자의 인지도가 점차 높아지고 있어 곧 일반 가정에서도 전자식안정기를 쉽게 볼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이에따라 국내 전자식안정기 시장도 빠른 성장궤도에 들어설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권상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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