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명호 두인전자 두인정보통신연구소장
흔히 기업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고객만족을 목표로 시장의 욕구를 파악하여 이에 가장 적합한 상품으로 승부하는 것이 기본이다. 자본주의가 만개한 미국의 기업사례들을 주로 보고 들어온 우리들 대다수는 마케팅의 중요성을 느끼고 있다. 그러나 자본주의가 시작된 이후 개별 기업의 흥망으로부터 국가의 경쟁력에 이르기까지 기본적이면서도 가장 폭넓게 작용한 것은 기술의 발전일 것이다.
기술발전에 가속이 붙어 사람 사는 모습은 1~2년이 다르게, 아니 하루가 다르게 가파른 변화의 곡선을 그리고 있다. 기술발전의 이런 가파른 변화를 SW적인 측면에서 정보화혁명이라는 말로 표현한다면 HW적 측면에서는 디지털혁명이라고 표현할 수 있다. 주체할 수 없이 쏟아지는 정보의 양을 감당할 수 있게 되는 것은 디지털 기술이 발전하고 있기 때문이다. 디지털 기술은 지식 교환의 장을 넓혀 줌으로써 파생되는 지식의 양을 폭발적으로 늘리는데 기여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기업활동 중에 특히 벤처기업에서 가장 어려운 것은 바로 시장의 흐름을 정확히 파악하는 일이다. 신기술에 대한 지식도 복잡한데, 이를 상품화하는 데 있어서 그것도 사전에 잠재고객의 욕구를 파악하겠다는 발상 자체가 곤란한 일이다. 사실 이러한 단순논리는 하이테크 산업에는 맞지 않는다. 개발자로부터 실소비자에 이르기까지 제품의 특성과 가격을 파악하기 쉬운 산업 즉 이미 거의 완전경쟁 국면에 이른 소비재 필수품 산업에나 맞는 마케팅적 사고이다.
벤처기업이 왜 벤처인가. 그것은 다름 아닌 세상을 변화시키는 거대한 흐름 속에 기업의 운명을 던진 이상 누구나 성공을 예견할 수 있는 안전한 계획과 전략이 아니라 기업 자신의 핵심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최소의 조건만 갖춰진다면 모든 자원을 쏟아부어 도전할 뿐만 아니라 실패마저도 두려워하지 않는 일종의 파이어니어전략을 구사한다는 특징이 이들을 벤처기업으로 불리우도록 한 것이다.
거스를 수 없는 거대한 기술 흐름을 읽어 내는 능력을 바탕으로 대다수가 위기라 부르는 것을 기회로 볼 수 있는 긍정적인 자세, 자신의 기업이 가지고 있는 핵심역량에 대한 정확한 지식을 바탕으로 부족한 자원을 끌어들일 수 있는 비즈니스 능력이 벤처기업의 최고경영자로부터 말단 사원에 이르기까지 꼭 필요한 능력과 자세인 것이다.
디지털 시대로의 급속한 이행은 예측이 어렵다는 이유 만으로도 분명히 불안 요소이며, 위기이다. 그러나 벤처기업이 벤처이기를 포기하지 않는 한 이는 기회일 것이다. 벤처기업이 성공해야만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따라서 우리 사회의 관심이 벤처정신 자체보다는 벤처기업이 단시간에 큰 돈을 벌어 준다는 생각이 앞서는 안된다.
더 나아가 벤처정신이 소수기업들에 국한되지 않고 정부, 은행, 공공기관, 학교 등 우리 사회 곳곳에 스며들어 창의력과 도전정신이 충만한 활력 넘치는 미래상을 위한 씨앗이 되어야 한다. 그것 만이 선진국 문턱에 서있는 우리 사회의 유일한 대안이 되지 않을까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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