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CB업계, 해외 대형 거래처 확보 주력

최근 대대적인 설비증설로 생산능력이 크게 늘어난 선발 PCB업체들이 다층기판(MLB)을 중심으로 해외 대형 거래처 확보에 적극 나서고 있다.

이는 PCB, 그 중에서도 장치산업형인 MLB의 특성상 생산능력이 확대될수록 증산분을 효과적으로 소화하기 위해서는 수요의 양적, 질적 변화가 불가피한 데다 내수의 경우 절대량이 적고 그나마도 삼성전자, 삼보컴퓨터 등 일부 업체에 수요가 몰려 있어 해외에서 돌파구를 찾을 수밖에 없다는 판단 때문으로 풀이된다.

특히 컴퓨터, 주변기기, 이동통신기기의 경우도 시장은 계속 확대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지만 PCB업계의 입장에선 아직 단위물량이 적고 시황에 따라 주문량의 변동폭도 크다. 따라서 최근 대폭적인 설비증설을 단행했거나 추진중인 업체들은 시장지배력이 높고 가격조건이 좋은 소수 정예의 해외공급처 발굴에 사활을 걸고 있다.

대표적인 케이스가 대덕전자. 직수출 비중을 50% 안팎으로 조정하고 있는 대덕은 현재 수출선이 약 20여개 업체에 달하지만 실제로는 캐나다 노던텔레콤과 미국 휴렛패커드에 대한 공급량이 상당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이들 양사에 대한 수출은 가격조건이 좋고 물량이 많은 데다 보통 6개월 내지 연간 단위 주문이기 때문에 월 6만장 체제인 대덕의 안정적인 사업기반에 중추적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월 5만장에 가까운 MLB를 가공, 양적으로는 국내 최대의 MLB업체인 LG전자의 해외 전략 거래처는 94년 품질승인을 취득한 시게이트 싱가포르 공장. 시게이트 수출물량은 이 회사 전체 PCB수출의 40% 정도에 달하며 이를 통해 MLB 제조기술 향상에 적지 않은 도움도 받고 있다. LG는 이어 시게이트 수준의 대형 거래처를 미국이나 일본에서 발굴하기 위해 다각적인 대응책을 마련, 추진중이다.

작년까지만 해도 시게이트를 주력업체로 거래하던 삼성전기는 상황이 약간 다른 케이스. 삼성은 올해부터 계열사인 삼성전자소그룹 내의 ATM교환기, TFT LCD, 노트북PC, HDD, CDMA시스템 등 고부가 MLB수요가 급증함에 따라 시게이트와의 거래를 전격 정리했다. 대신 삼성은 실익보다는 전략적인 차원에서 거래중인 일본 이비덴과 유럽 GSM시장 공략의 교두보인 스웨덴 에릭슨과의 교류를 확대하고 나섰다.

MLB를 중심으로 대대적인 설비증설에 착수, 이르면 하반기부터 월 3만5천장 체제에 돌입하는 이수전자 역시 생산능력 확대에 맞춰 작년부터 주력 거래처로 올라선 시게이트와 신규 전략업체로 미국 굴지의 네트워크 장비업체인 시스코를 선정, 적극 공략하고 있다. 이수는 특히 시게이트는 삼성의 이탈로 공급이 더욱 늘 것으로 기대하고 있으며 시스코는 6∼8층 이상의 고부가제품의 교두보로 활용할 계획이다.

그동안 다품종 소량형태의 다변화된 특수PCB에 주력해온 코리아써키트는 최근 방침을 대량생산쪽으로 일부 바꿔 오랜 협력업체인 제너럴서키트의 HDD부문과 함께 작년 말부터 이동통신용 주기판을 시작으로 거래를 본격화한 모토롤러 등을 주요 해외 전략공급업체로 선정, 공략을 강화하고 있다.

최근 MLB사업을 본격화하고 있는 새한전자는 루슨트테크놀로지와 에릭슨을 양대축으로 선정, 공략할 예정이며 천안에 대규모 공장을 확보한 서광전자는 미국 샘플PCB업체인 웨스텍과 루슨트테크놀로지, 그리고 유럽의 그룬디히 등과 전략적 제휴를 맺어 장차 직수출에서 안정적인 사업기반을 마련한다는 복안이다.

이밖에도 세일물산이 지난해 공장증축과 대폭적인 설비증설을 계기로 소니와 긴밀한 협조체제를 구축, 수출을 계속 확대하고 있는 등 그동안 딜러를 통한 간접수출이나 로컬수출에 의존해온 중소 PCB업체들도 품질이 향상되고 생산능력이 늘어나면서 주력 공급업체를 통해 해외시장을 적극적으로 공략한다는 장기 청사진을 마련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들은 『협소한 내수시장에서의 업체간 과당경쟁이 심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해외에 주력 거래처를 확보하는 것은 이제 PCB업체 성장과 답보의 중요한 변수가 되고 있다』며 『굳이 세계적인 업체가 아니더라도 조금만 신경을 쓰면 견실한 업체는 해외에서 얼마든지 찾을 수 있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이중배 기자>

브랜드 뉴스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