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설] 한통 네트워크 고도화 계획 "정보고속도로 밑그림"

21세기 정보화사회의 기반이 될 정보고속도로 건설작업의 밑그림이 대폭 수정됐다.

한국통신이 28일 발표한 「네트워크 고도화 계획」은 광케이블을 만능해결사처럼 여긴 기존 설계도들을 전면 수정하고 광케이블이 아니더라도 정보고속도로는 건설할 수 있다는 인식의 전환을 처음으로 공식화한 것이어서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이번에 발표한 새로운 설계도를 보면 정보고속도로 완성목표년도인 2015년의 광케이블 포설비율이 전체 가입자의 25%수준에 불과하다. 나머지 가입자 네트워크는 현재 사용하고 있는 구리선을 그대로 사용하거나 아예 무선으로 대체한다는 것이다.

한국통신 이상복 네트워크본부장은 이같은 방향전환이 『광케이블을 대체할 수 있는 기술의 개발과 경제성을 감안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초고속정보통신기반을 구축한다는 목적만 달성된다면 굳이 「광케이블」이라는 하나의 수단만을 고집할 필요는 없다는 점에서 목적과 수단을 동일시한 장밋빛 구호보다는 기술적, 현실적 토대를 중시하는 실무적인 인식에 바탕을 둔 것으로 분석된다.

얼핏 보면 당연한 생각으로 보이지만 정보고속도로 구축의 첫 삽을 뜰 당시에 「2015년에는 모든 가정이 광케이블로 연결된다」는 선언적 구호를 제시한 이후 몇 년 동안 이 구호에 얽매여 왔던 것을 감안하면 획기적인 인식의 전환인 셈이다.

한국통신이 새로운 설계도에 담은 광케이블 대체재는 현단계에선 비대칭디지털가입자회선(ADSL), 무선가입자망(WLL) 정도에 불과하지만 일단 정보고속도로=광케이블이라는 등식이 무너진 이상 신기술의 개발에 따라 앞으로도 얼마든지 수정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같은 일대 전환에도 불구하고 광케이블은 여전히 정보고속도로 구축을 위한 최선의 수단이다. 한국통신이 제시한 광케이블 대체재들도 완전한 대체가 아니라 일부 보완적인 수단에 불과하다.

이번 네트워크 고도화계획에도 광케이블 구축계획이 가장 핵심적인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우선 간선망의 경우 올해 안에 도심 상업지역 4백61개 구간을 모두 광케이블로 교체하고 2006년까지 모든 중, 소도시 지역의 간선망을 광케이블로 구축할 계획이다.

가입자망의 경우 99년까지 대형 상업용 건물 2천4백개동에, 2010년까지는 모든 상업용 건물에 광케이블을 구축(FTTO: Fiber To The Office)할 계획이다.이는 전체가입자의 5%에 해당한다.

또 가입자 밀집지역 광케이블화(FTTC:Fiber To The Curb)를 중점 추진해 99년까지 FTTC에 적합한 광전송장치 및 선로용품을 개발, 2000년부터 2015년까지는 전체 대상 가입자의 25%를 수용할 계획이다.

당초 정보고속도로 건설계획의 핵심이었던 FTTH(Fiber To The Home)부분은 대폭 수정돼 2015년까지 25%수준까지 광케이블을 보급하고, 대신 가입자선로 무선시스템(WLL)을 개발해 98년말부터 2005년까지 3백80만 가입자를 수용하고 ADSL, VDSL 등 구리선으로도 초고속통신이 가능한 신기술들을 보급 확대할 계획이다.

이처럼 가입자선로 광케이블화 계획이 대폭 수정됐음에도 불구하고 투자비용이 크게 줄어든 것은 아니다. 한국통신은 2015년까지 이같은 계획을 실현하는 데 56조원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 가운데 26조8천억원은 매년 경상적으로 투자되는 시설확충 부문 외에 추가로 필요한 부분이다.

이상복 네트워크본부장은 『부족한 재원규모는 약7조8천억원 정도로 이를 회사채 발행이나 외자도입 등으로 충당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며 『정부에서도 초고속정보통신 인프라 구축에 대한 세제혜택등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최상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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