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작기계산업이 더 이상 방치해선 안될만큼 심각한 위기국면으로 치닫고 있다. 지난해부터 침체되었던 내수시장은 해빙 기미가 없으며 사활을 걸고 추진하던 수출시장 개척마저 여의치 않다. 우리의 공작기계 산업이 이대로 무너지는 것은 아닌가 의심스러울 정도다.
대우중공업, 현대정공, 기아중공업, 화천기계, 통일중공업, 두산기계, 삼성항공등공작기계 상위 7개사가 올들어 지난 4월까지의 공작기계 수주액은 국내외를 합쳐 총 1천4백50억3천4백만원에 불과,전년 동기 대비 16.1% 감소했다. 수출은 더욱 참담하다. 1.4분기 총 수출액이 6천1백21만2천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45.7% 줄어들었다. 특히 수출시장의 경우 공작기계 업계가 내수시장 침체에서 벗어나기 위해 총력전을 펼쳤는데도 불구하고 빚어진 결과였기에 충격의 강도가 더욱 크다.
이처럼 공작기계 산업이 국내외 시장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은 주요 경쟁국인 일본에 밀리고 있을 뿐 아니라 저가격을 앞세운 대만, 중국 등 신흥 경쟁국의 파상공세에 효과적으로 대처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이로 인해 지난해 우리의 수출 주력제품인 머시닝센터는 전년 동기 대비 61.0% 줄어든 4백88만5천달러, NC선반은 57.9% 줄어든 2천5백46만8천달러 수출에 머물렀으며 8백55만3천달러를 수출한 프레스도 전년 동기보다 48.8% 줄어들었다.
내수시장도 호전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경기 부진으로 수요업체들이 설비투자를 미루고 있고 공작기계 업체들도 누적된 재고를 처리하기 위해 신제품 개발 및 출시를 늦추는 등 전반적으로 방관적인 자세를 벗어나지 못하고있다.
업체별로는 현대정공이 지난 4월까지 총 2백84억7천3백만원을 수주, 전년 동기 대비 36.2%로 가장 큰 감소세를 보였고 대우중공업이 25.5% 줄어든 2백96억7천1백만원, 두산기계가 13.4% 줄어든 1백32억7천2백만원, 화천기계와 삼성항공이 각각 12.6%씩 줄어든 2백27억6천5백만원과 1백14억6천7백만원, 통일중공업이 4.6% 줄어든 1백53억2천2백만원을 수주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년보다 수주액이 늘어난 업체는 기아중공업뿐이다.
통상적으로 수요업체들의 상반기 설비투자가 4,5월이면 거의 완료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앞으로 3,4개월 사이에는 특별한 수주증가는 기대하기 어려울것이라는 전망이다.
외부적인 요인도 국내 공작기계 산업의 미래를 어둡게 하고 있다. 특히 지난 89년부터 실시해 온 수입선다변화제도가 철폐되는 99년이면 국내 공작기계업계 사정은 더욱 나뻐지리라는 우려이다.
수입선 다변화 조치에 따라 직접 진출이 불가능한 현재도 기술제휴 등 다각적인 방법으로 한국시장을 공략하고 있는 일본업체들의 본격적인 진출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황에 대비하여 지난해 7월부터 통상산업부와 NC공작기계 업계가 총 6백억원을 투입, 오는 99년까지 핵심부품의 하나인 수치제어장치를 공동개발키로 하는 등 자구책 마련에 나서고 있기는 하다. 그러나 많은 자금을 투입해 핵심부품을 국산화해도 품질과 성능에 대한 불신과 경쟁업체의 비협조로 수요증대에 실패하곤 했다.
이러한 현상이 되풀이되는 것은 업계 스스로가 국내 기술을 불신했다는 것도 하나의 요인이나 이보다는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 부족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더 늦기 전에 기로에선 공작기계 산업을 활성화시키기 위한 종합적인 처방을 마련해 시행에 옮겨야 한다. 먼 장래를 내다보는 국내 공작기계업계 육성, 보호책이 시급하다.
브랜드 뉴스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