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진단] 디지털제국 꿈꾸는 소니

「디지털帝國」

올해로 창업 51주년을 맞는 일본 소니가 4년 앞으로 다가온 21세기를 겨냥해 내걸고 있는 야망이다. 가전왕국 건설에 이어 디지털세계 제패에도 나선 것이다.

소니가 그 일환으로 가장 역점을 두고 추진하는 사업은 디지털 위성방송분야에 진출하는 것. 올 초 소니는 디지털 위성방송회사 「J스카이B」에 출자하기로 결정했다. 동시에 이데이 노부유키 사장은 『적극적으로 경영에 참가한다』며 의욕을 보이고 있다.

이 J스카이B는 최근 일본 최대 민간방송인 후지텔레비전의 자본참여도 받아들여 뉴스, 소프트뱅크, 소니 등 4개사를 대주주로 하는 경영형태를 갖추게 됐다.

경영권이 어떻게 나뉠지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지만 경우에 따라서는 소니가 1천억엔 가깝게 투자해야 할 가능성도 적지않다. 그룹 전체 매출액이 5조엔을 넘는 기업이라고는 하지만 부담이 큰 사업임에는 틀림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니가 이 사업에 적극적으로 뛰어드는 배경에는 시대의 흐름에 대한 철저한 분석이 밑바닥에 깔려 있다.

그 첫째는 본격적인 디지털방송시대가 눈 앞에 다가오고 있다는 점이다. 디지털방송은 영상을 압축해 보내는 등의 특성으로 현행 아날로그방송에 비해 현격히 많은 다채널화가 가능하다.

따라서 디지털방송에서 당연히 시청자 확보경쟁은 지금과 비교가 안될 정도로 치열하게 전개될 것이고, 결국 사업성패는 프로그램의 내용, 즉 콘텐트의 양과 질에 의해 갈라질 것이 불을 보듯 뻔하다.

소니는 이에 대해 자신하고 있다. 미국과 일본의 소니뮤직 엔터테인먼트나 미국의 소니픽처스 엔터테인먼트가 보유하고 있는 영화, 음악 등 풍부한 콘텐트 자산이 빛을 발해 영상, 음향기기 못지않은 수입원이 될 것으로 확신하는 것이다.

또하나는 디지털방송시대에는 방송기기나 수상기도 그에 맞게 변화될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현재 세계 방송기기시장은 소니의 독무대지만 아날로그에서 디지털기기로 이행되면 새로운 시장이 형성된다. 자연 소니의 아성도 무너지게 된다. 때문에 마쓰시타전기산업 등 라이벌업체들은 디지털기기의 개발을 서두르고 있다.

디지털 방송시대 대비 그러나 소니는 디지털 방송기기 개발에서도 이들을 한 발 앞서고 있다. 이미 미국의 디지털 위성방송인 디렉TV나 후지텔레비전에 기기를 납품하고 있기 때문이다.

소니의 방송사업 추진의도는 명백하다. 콘텐트 판매와 병행해 디지털방송을 서둘러 본궤도에 올려 다른 경쟁사가 추격해 오기 전에 방송기기시장을 석권한다는 것이다. 물론 일반 시청자들이 보는 수상기에서도 선수를 치겠다는 속셈이 깔려 있다.

소니에 디지털 방송사업은 그만큼 중요하다. 때문에 사전준비를 철두철미하게 벌여왔고 그 치밀성은 여러 곳에서 감지된다.

우선 소니가 J스카이B에 후지텔레비전을 끌어들인 것이 그 단적인 예다. 영화제작에는 노하우가 있지만 일본 TV용 프로그램 제작에는 전연 경험이 없는 소니로서 단기간에 TV방송사업을 추진하기 위해선 기존 TV방송국의 도움이 필요한 것이다.

또 지난 4월 광고대행사 도큐에이전시 인터내셔널 매수도 소니의 치밀성을 잘 보여주는 사례 중 하나다. 얼핏 보면 디지털방송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어 보이는 이 매수건은 사실 이데이 사장의 철저한 계산에 따라 이루어졌다.

디지털시대의 콘텐트 유통형태는 현행 민간방송처럼 단순히 광고에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위성이나 지상회선의 네트워크를 통해 개인에게 정보를 직접 전달하고 이를 통해 수익을 올리는 모습이 된다. 이 때 개인별 마케팅이 필요하게 되고 광고형태도 지금과는 다를 수밖에 없는데 이에 대비해 일찌감치 새로운 마케팅이나 광고수법을 개발하기 위해 광고대행사를 매수한 것이다.

소니의 디지털방송 사업구상은 크다. 우선 일본에서 궤도에 올리고 전세계로 확대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사업구상이 크면 클수록 그에 상응하는 리스크와 불안이 따라붙게 마련이다. 소니의 경우 막대한 투자 리스크를 안게 될 것이고 또 영상, 음향기기 제조업체가 소프트웨어산업을 확실히 이끌어갈 수 있을지 불안감도 지니고 있다.

방송기기시장 독점 야심 방송사업은 일단 손익분기점을 넘으면 안정된 수익이 보장되지만 그 때까지 적지않은 시간이 필요하다. 일례로 흑자를 달성하기까지 유료방송인 일본위성방송의 경우 서비스 개시로부터 5년이나 걸렸고 지상파 민간방송인 텔레비도쿄는 12년이나 소비했다.

소니가 추진하는 디지털 위성방송사업도 장기간에 걸쳐 막대한 투자를 요구하는 사업이다. 적어도 자금 면에서 리스크는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또 풍부한 콘텐트를 갖추고는 있다지만 하드웨어가 전공인 소니에 소프트웨어가 부담인 것만은 사실이다. 특히 지난 89년 매수한 미국의 영화회사 소니픽처스(당시 컬럼비아 픽처스 엔터테인먼트)의 연속적인 적자는 소니의 소프트웨어 사업성에 의문을 제기하게 한다.

그러나 다행히도 이데이 사장의 경영혁신으로 소니픽처스의 사업은 지난해를 기점으로 다소 호전되고 있다.

게다가 소니는 지난해 전자분야의 매출호조로 자금력이 더욱 탄탄해졌다. 97년 3월기(96년 4월∼97년 3월) 결산에서 5조5천억엔의 매출에 3천5백억엔의 영업이익을 올려 자금동원에 여유가 있는 상태다. 이 풍부한 자금력이 소니의 「디지털제국 건설」 야망에 크게 기여할 것은 분명하다.

<신기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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