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가정용 전기녹즙기시장에 후발업체들이 등장하면서 녹즙기업계가 회생할 조짐을 보이는 것이 아니냐는 실낱같은 희망을 얘기하는 사람들이 있다.
새롭게 진출한 업체는 엔유씨전자, 동아산업, 동양하이텍, 선코리아 등. 이들은 그린파워, 엔젤, 서강전자, 동양전자, 대의실업, 부일가전 등 몇년 전 성황을 이뤘던 업체들이 잠잠해지자 녹즙 외에 참기름 추출 등 복합기능을 지닌 신제품을 내놓으면서 시장에 진입하고 있다. 그러나 아직까지 시장의 회생이라기보다는 새로운 시도 정도로 관련업계는 보고 있다.
그 이유는 다름아닌 지난 94년의 「쇳가루 파동」. 아직까지 소비자들은 녹즙기하면 그 사건을 떠올리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전기녹즙기업체에 이는 더할 나위 없는 아픈 기억으로 자리잡고 있다.
당시 녹즙기업계의 양대 산맥이라고 불리던 그린파워와 엔젤이 특허권소송으로 시작한 분쟁이 급기야 상대회사 제품에서 쇳가루가 나온다는 비방으로 확대됐다. 이같은 소문이 퍼지자 진상을 밝히려고 경찰이 조사에 들어가고 공업진흥청(현 국립기술품질원)과 소비자보호원은 긴급조사단을 꾸려 정밀검사에 들어갔다. 조사단은 KIST 등에 의뢰, 검사결과를 『중금속은 일부 검출됐지만 인체에 무해하다』고 발표했고, 『좀더 세밀한 안전기준이 필요하다』는 정도로 사건은 일단락되었다.
그러나 녹즙기업계는 이 사건으로 신뢰를 급격히 잃어 엔젤을 비롯한 40여개 업체가 문을 닫고 결국 업체수도 10여개로 줄어들었다.
그 후 남은 녹즙기업체들은 컨소시엄을 구성해 공업진흥청과 공동으로 연구를 진행하고 지난 95년에는 건강기능을 강화한 「클린 녹즙기」를 개발, 출시했다. 또 몇몇 업체는 문제가 됐던 양기어를 버리고 하나의 기어로 즙을 내는 신제품을 출시했으나 큰 재미를 못보고 있다.
이것은 그린파워가 최근 또다시 부도를 낸 것에서도 나타난다. 무리한 사업확장으로 이미 부도를 예감했다는 주변의 지적도 있지만 아직 녹즙기업계는 뾰족한 탈출구를 찾지 못하고 있다는 얘기다. 더욱이 엔젤녹즙기는 94년 부도 이후 부품을 공급하던 업체들이 남은 물량을 인수해 기술력 및 서비스도 제대로 갖추지 않은 채 무리하게 제품을 팔고 있는 실정이라 시장을 더욱 흐려놓고 있다.
녹즙기업계의 한 관계자는 회생방안을 이렇게 얘기하고 있다.
『무엇보다도 인식의 전환이다. 그동안 주춤했던 관련업계의 컨소시엄을 재가동해 쇳가루에 대한 인식을 불식시킬 수 있도록 홍보 및 광고 등 함께 대응책을 만들어야 한다』며 『물론 안전하고 믿을 수 있는 제품의 개발만이 신뢰를 회복하는 지름길인 것은 분명』하다고 덧붙였다.
<정지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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