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전자의료기기시장의 재편

어떤 분야든지 주변의 변화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면 살아남기 어렵다. 특히 기술흐름이 빠른 전자업계의 경우 미래의 변화를 정확히 예측하고 이에 효율적으로 대처하지 못하면 지속적인 기업활동은 불가능하다.

최근 들어 세계 전자의료기기시장이 업체간 매수, 합병(M&A) 및 전략적 제휴를 통해 급속히 재편되고 있다고 한다. 이런 상황에서 국내 전자의료기업체들은 생존방안을 찾아야 한다. 경쟁력 확보를 위해서는 특화한 제품을 생산해야 한다.

그동안 전자의료기기시장에서 전산화 단층촬영장치(CT), 자기공명 영상진단장치(MRI) 등 대형 고가장비는 GE, 지멘스, 도시바, 필립스, 피커 등 다국적기업이 장악했고 기타 전자의료기기는 중소형 전문 의료기기업체가 이끌어 왔다. 그러나 최근 GE, 지멘스, 록히드마틴, 이메이션, 코닥, 엘신트 등 세계적인 전자의료기기업체를 중심으로 중소 전문업체간에도 M&A 및 전략적 제휴가 가속화되고 있고 이에 따라 시장흐름도 급격히 재편되는 추세다.

이런 기업간 전략적 제휴는 전자의료기기의 기술수준이 급격히 향상되고 제품의 라이프사이클이 단축됨에 따라 기업들이 상호 기술협력을 통해 제품을 개발하고 생산비용을 절감, 가격 및 품질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생존전략의 일환이라고 한다.

외국 유력업체들은 요즘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제너널 일렉트릭(GE)의 경우 최근 세계 최고의 시장점유율을 기록하고 있는 록히드마틴사의 의료영상 저장전송시스템(PACS) 사업부문을 전격 인수해 다른 분야에 비해 상대적으로 취약한 PACS사업을 강화했다. GE는 지난해 일본의 X레이 전문업체인 다나카사를 인수한 데 이어 올초 이스라엘의 엘신트사와 자본금 5대5의 비율로 합작기업을 이스라엘 하이파지역에 설립하고 첨단 핵의학장비인 감마카메라 등의 공동 개발에 나서고 있다고 한다.

지멘스는 이스라엘의 엘신트사와 CT 공동개발 및 생산에 합의하고 새롭게 개발한 제품은 각사가 독자적으로 판매키로 했고 필립스, 톰슨 등 유럽의 대표적인 전자의료기기업체들과 컨소시엄을 구성, 디지털 X레이의 핵심장치인 디텍터 공동개발도 추진하고 있다는 소식이다. 한국에서도 동아엑스선기계와 X선 촬영장치 생산협력과는 별개로 한국 내 현지생산도 고려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코닥도 최근 초음파 영상진단기에서 세계적인 명성을 갖고 있는 ATL의 디지털 이미지처리 관련부서인 노바 마이크로닉스를 인수하고 의료영상분야의 종합 솔루션 제공업체로 변신할 계획이다. 메디슨도 지난해 3차원 초음파 영상진단기기술에서 가장 앞선 오스트리아의 크레츠테크닉사와 올 초 내시경 전문업체인 독일의 MGB사를 인수한 데 이어 최근 진단용 X선장치 전문업체인 일본의 아코마사까지 인수, 세계 전자의료기기업계의 새로운 강자로 급부상하고 있다.

이처럼 전자의료기분야의 정상을 향한 기업들의 경쟁은 치열하다. 따라서 우리는 이같은 외국기업들의 움직임에 효율적으로 대응해야 하며 구체적인 전략을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

이와 관련해 우리는 외국업체와 경쟁해 살아남을 수 있는 특화한 제품을 만드는 데 주력해야 한다. 이미 외국업체들이 생산한 제품과 성능이 비슷하거나 가격이 같은 제품을 만들어 봐야 시장경쟁에서 이길 수가 없다. 모든 분야에서 국내기업들이 우위를 확보하기란 불가능하기 때문에 가장 자신이 있는 분야를 선택해 그 제품의 경쟁력을 확보하도록 해야 할 것이다.

또 자신있는 분야에 대한 기술개발을 지속적으로 진행해 급변하는 기술흐름에서 탈락하지 않고 특정분야를 선도하는 역할을 수행해 나가야 한다. 실제 전자의료기기는 신기술 확보에 오랜 기간이 소요되는 등 후발업체가 선발업체를 좀처럼 따라잡기 어렵다는 단점이 있다.

더욱 갈수록 시장경쟁이 치열해져 이의 타개책으로 M&A 및 전략적 제휴가 다른 분야보다 산업보다 활발하게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국내 전자의료기기 생산업체들이 서둘러 경쟁력있고 특화된 제품을 생산하지 못하면 멀지않은 장래에 도태될 수밖에 없다는 점을 인식해 하루빨리 효율적인 대응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브랜드 뉴스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