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통신업계 벤처 경영자들, 톡톡 튀는 경력 많다

"코페르니쿠스적 직종 전환." 이전에 익히 알고 있던 일이라면 모를까 모두가 낯설기만 한 분야에 새로 뛰어든다는 것은 누구에게나 큰 용기와 결단을 요구한다.

뒤늦게 들어선 분야가 새로운 아이디어와 신기술이 교차하는 컴퓨터.정보통신 분야라면 생존 자체가 힘겹게 느껴지는 것은 더욱 지명한 일이다. 하지만 이 모든 것들을 희망과 가능성으로 승화시키며 컴퓨터, 정보통신가에서 제2의 인생을 달리는 사람들이 있다. 이들에게 있어 신기술은 새로운 가능성이었고 치열한 아이디어 경쟁은 다시 시잗ㄱ할 수 있는 기회였다.

컴퓨터, 정보통신과 무관해 보이는 과거 경력들을 딛고 이 분야에서 유망 벤처기업으로 두각을 나타내는 업체도 여럿이다. 이곳 경영자들의 과거 이력들은 듣는 이들의 머리를 끄덕이게도 만들지만 때론 의아스러워할 만큼 색다르고 다양하다.

지난 95년 「K1탱크」로 국내 최초의 PC게임 수출이라는 실적을 올린 타프시스템의 정재영 사장. 그는 서울대 응용미술학과 81학번으로 지난 89년까지 애니메이션영화의 조감독으로 활동했던 경력을 지니고 있다.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조감독으로 활동하던 중 게임산업의 가능성을 느꼈다는 그는 지난 90년 디자인사무소 「타프」를 설립하면서 본격적인 게임공부를 시작했다. 지난 91년 일본 SNK사에서 아케이드게임을 학습했던 것이 토대가 돼 지난 92년 현재의 타프시스템이 만들어졌다.

「정 사장」보다는 「정 감독」으로 더 잘 알려진 그는 최근 묶고 다니던 긴 머리도 자르고 세계적 게임업체를 향한 잰 걸음을 재촉하고 있다.

어린이 전문 컴퓨터학원 「컴키드」의 남기영 사장(38)은 대학에서 서양화를 전공했다. 대학원에서 건축미술을 공부하고 미술학원과 광고디자인회사를 운영했던 그가 컴퓨터에서 가능성을 발견한 것은 지난 92년 외국 CD타이틀을 보게 되면서부터다.

컴퓨터에 대한 비전과 교육에 대한 열정으로 「컴키드」를 세운 것은 지난 93년말이었다.

출범 4년째인 올해 「컴키드」는 남 사장의 강점인 비주얼 그래픽 분야의 자신감을 토대로 어린이들을 위해 예쁘고 아름다운 학습내용들을 제공하고 있다.

멀티미디어 타이틀 개발 및 유통업체인 (주)솔다의 김정한 사장(43)은 지난 93년말 이 회사를 창업하기 전까지는 은행의 주식딜러였다.

영남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국민은행에서 12년 동안 근무했던 그가 전직을 결심한 것은 6개월에 걸쳐 「금융환경 변화」를 연구했던 지난 90년이었다. 향후 은행간 치열한 영업전이 예견됐고, 그런 상황이라면 자신의 사업도 가능하다는 생각에서였다.

멀티미디어 타이틀 분야에서 가능성을 발견하고 밤낮으로 뛰어온 지 3년. 솔다는 CD타이틀 개발 및 유통업체로서의 이미지를 선명히 하고 있다.

인터넷 광고 분야에서 혜성처럼 떠오르고 있는 인포뱅크 김진호 사장(29)은 경희대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하고 강동구청 비서실에서 근무했었다. 공무원으로 재직하기 전 김 사장은 구의원으로도 출마하는 등 정치인으로의 야심을 불태웠다.

인터넷 광고업을 시작하게 된 계기 역시 참여민주주의에 대한 김 사장의 정치관과 무관치 않다. 빠르게 변화하는 세상에서 인터넷은 가장 강력하고 효율적인 매개체라는 생각이 들었고 그 안에서 유통과 연관된 광고를 떠올리게 된 것.

그가 컴퓨터와 네트워크를 알게 된 것은 강동구에서 창업보육센터 관련 일을 하던 불과 1년 전 일이지만 지난 2월 설립한 인포뱅크는 광고를 보는 만큼 돈을 적립해 준다는 「골드뱅크서비스」로 인터넷 광고시장에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인터넷 홈페이지와 CD타이틀 기획 및 멀티미디어 관련 콘텐트 개발업체 (주)HIC의 이상근 사장(42)은 광고와 홍보전문가라는 경력이 있다.

고대 국문과를 졸업한 후 MBC애드컴과 기독교방송사업단에서 광고관련 일을 했던 그는 컴퓨터 분야에 발을 들여놓기 직전에는 서울방송 홍보실에서 근무했었다.

지난 95년 멀티미디어타이틀 개발업체인 한겨레인터랙티브로 전직을 시도한 데는 그의 동생인 한겨레정보통신 이정근 사장의 영향이 컸다.

지난 96년 11월 (주)HIC를 설립하며 그는 과거 자신이 쌓아왔던 광고 및 홍보감각을 토대로 「차별화된 기획력과 기술」을 기치로 내걸고 있다.

지난 93년 인명관리 소프트웨어 「메타클릭」을 시작으로 요즘에는 그룹웨어와 인트라넷 솔루션들을 선보이고 있는 피코소프트의 유주한 사장(36)은 창업전 전자신문 기자였다.

반도체용 온도조절기인 칠러 개발 생산업체인 다산C&I의 오희범 사장 역시 창업 전에는 여성지 기자로 활동했었다.

이밖에 컴퓨터 정보통신 분야 중견기업의 경영자 중 이색 전력을 지닌 사람들도 여럿인데, 반도체 운반 및 검사장비 국산화의 선봉인 미래산업 정문술 사장(59)은 그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79년 10, 26 이후 득세한 신군부에 의해 강제 해직당할 당시 그는 중앙정보부 기획조정실 조정과장으로 재직 중이었다.

원광대 종교철학과 졸업 후 군 및 공무원 생활만을 해온 그가 반도체 산업의 유망함을 깨닫고 2년간의 준비작업을 거쳐 미래산업을 설립한 것은 지난 83년. 그의 나이 마흔 다섯이었다.

이동전화 017의 신세기통신 정태기 사장(56)이 해직언론인 출신이라는 점은 익히 알려진 사실. 서울법대 졸업후 조선일보 기자와 한겨레신문 상무이사를 거쳤던 그는 이제 CDMA기술의 전문가로 인식되고 있다.

용기와 노력으로 새 일을 시작하며 피보다도 진한 땀을 흘렸던 사람들.

새 삶을 개척하며 흘린 땀방울만큼 제2의 인생을 달리는 이들에게 보내지는 갈채도 크다.

【김윤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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