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 MS오피스97 실제소비자가(E게) 도입 파장

(주)마이크로소프트(MS)가 최근 발표한 신제품 「MS오피스97」부터 적용하고 있는 실제소비자 가격제(ERP:Estimate Retail Price)가 국내 소프트웨어 업계에 큰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MS가 지난 4월 15일 「MS오피스97」에 대해 ERP 적용을 발표하면서 소프트웨어 개발사들의 경우 이의 도입을 적극 검토하고 있으며 유통업계 역시 시장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MS의 이번 결정에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는 것이다.

ERP란 그동안 국내 업계가 즐겨 애용(?)하던 권장소비자 가격제(SRP:Suggested Retail Price)와 대비되는 개념. 한마디로 ERP는 SRP에서 거품을 빼고 소비자들과 실제 거래하는 가격방식을 말한다.

지금까지는 동일한 소프트웨어라도 유통매장, 또는 지역에 따라 각기 다른 가격이 책정돼 소비자들에 판매되던 것이 보통이었다. 기존 「MS오피스95」의 경우 SRP로는 60만원이었으나 실제 판매되는 가격은 매장과 지역에 따라 50만원에서 60만원까지 천차만별이었다. 따라서 이 제품을 60만원 다 지불하고 구입한 소비자들은 50만원 대에 구입한 소비자들에 대해 상대적 불만감과 공급사에 대한 불신감이 팽배할 수 밖에 없었다.

ERP는 이같은 폐단을 해소한다는 차원에서 제품 공급사가 주기적으로 전국 매장에서 실제 거래되는 판매가격을 조사,평균가격을 산정, 공표해 주는 것이 골자이다. 이와관련 MS는 지난 1월부터 협력업체와 대리점 등 유통사 관계자들을 모아 ERP 도입에 대한 설명회를 가졌고 관계자들로부터도 이해를 구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유통업계의 이해가 구해진 것은 ERP가 대체적으로 자신들에 유리할 수도 있다는 판단 때문으로 보인다. 관계자들은 특히 과당 출혈경쟁에 대한 모험을 하지 않아도 능력만큼 마진이 보장된다는 점에서 관심을 나타냈다는 것이다. 이같은 호응을 바탕으로 MS는 오는 6월까지 이 회사 전제품에 대해 ERP를 도입할 계획이다.

MS가 ERP 도입으로 꾀하고자 하는 목표는 크게 세가지. 하나는 개인 사용자 측면의 고객보호이고 두번째는 부도가 난무하는 불완전한 소프트웨어 유통환경에서 지속적인 매출신장 구조를 유지하기 위한 안전장치 마련이다.

세번째는 과당경쟁을 일삼는 유통업체들에 대한 길들이기 차원이다. 세번째 목표는 특히 국내시장에서의 우월적 지위를 적극 활용함으로써, 국내 소프트웨어시장 주도권을 공고히 하겠다는 장기 포석으로도 해석되고 있다. 기본적으로 이 세가지 목표는 MS가 처음부터 강력하면서도 시장 과점적인 제품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가능한 것임은 물론이다.

ERP는 소매가 결정의 객관성과 유통사에 대한 충분한 마진 보장 등 두가지 조건을 전제로 하고 있다. 가격 결정의 경우 우선 전문 시장조사회사를 통해 6개월마다 전국 13개시도의 주요 총판과 대리점 및 일반고객을 대상으로 실제 구입가격을 조사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조사 결과가 6개월전과 다르면 즉각 조정이 이루어진다. 이에 앞서 MS는 전국 30개 공인대리점(MAD)을 통해 매달 가격동향을 체크하고 이를 시장조사회사에게 평가하도록 하고 있다.

유통사에 대한 마진률 보장은 기존 SRP와 거의 차이가 없도록 한다는 선에서 정해졌다. 골자는 사전(SellIn) 물량할인(Volum Discount)이 적용되던 SRP와 달리 사후(Sell Out) 정산(Rebate)방식이 적용된다는 점이다. 여기에는 초기 구매물량이 많은 유통사들에게 유리했던 단가 변동제를 폐지하는 대신 물량에 관계없이 단가를 일정하게 한 단가 고정제를 적용하는 것이 초점이다. 대신 사전에 많은 물량을 구매해가는 유통업체들에 대해서는 사후 정산을 통해 기존 SRP방식 못지 않게 이익을 배려해준다는 것이다. 과욕에 의한 모험 보다 판매행위에 대한 책임을 중시토록 함으로서 안정적인 수익 보장에 촛점을 맞췄다고 볼 수 있다.

소프트웨어 분야에서 ERP는 미국 MS가 원조격인데 93년 유럽 현지법인들에 처음 적용한 후 94년부터 북미 지역에서도 도입, 성공을 거두고 있다. 아시아지역에서는 지난 2월 일본을 필두로 한국, 대만 등에 시도되고 있다. 다른 경쟁업체들도 96년부터 이 제도를 도입 시행중이다.

MS의 김화선 「MS오피스97」마케팅 담당부장은 『ERP 도입은 유통업체들의 과당 출혈경쟁 난무하는 한국 소프트웨어시장에서 소비자 및 개발사들이 생존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필요한 제도이며 다른 회사들의 호응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라고 말했다.

<서현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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