펜티엄 프로세서의 일대전환을 예고하는 펜티엄Ⅱ가 최근 발표됨에 따라 이를 채용한 펜티엄Ⅱ PC의 향후 행보에 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인텔이 시장을 주도해 나가겠다는 야심찬 계획 아래 펜티엄Ⅱ를 선보인 만큼 이를 채용한 제품이 차세대 PC로 자리를 잡을 수 있을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것이다.
국내 주요 PC업체들은 내심 펜티엄Ⅱ 발표에 상당한 기대를 걸어왔다. 연초부터 차세대 프로세서의 신기원을 이룰 것이라는 전망과 함께 PC시장의 핫이슈로 부각되면서 그동안 위축됐던 PC시장을 뜨겁게 달굴 호재로 작용할 것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같은 PC업계의 기대는 정작 펜티엄Ⅱ의 실체가 드러나면서 실망감으로 퇴색되고 말았다. 펜티엄Ⅱ PC가 기존에 나와있는 펜티엄프로의 칩세트를 그대로 채택, 기능적으로 펜티엄프로 PC와 커다란 차이가 없어 당초 예상과 달리 펜티엄Ⅱ의 독특한 기능을 거의 구현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업계 전문가들은 『조만간 출시하게 될 펜티엄Ⅱ PC는 상대적으로 고속인 펜티엄Ⅱ라는 옷을 걸친 펜티엄프로 시스템에 불과할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또 차세대 프로세서로서인 펜티엄Ⅱ 만의 독특한 색깔을 지닐 수 있는 3차원 가속 그래픽포트(AGP) 기능도 현재 지원되지 않고 있다. 따라서 관련업계에서는 펜티엄Ⅱ PC에 AGP기능이 지원될 것으로 예상되는 올 연말에 가서야 어느 정도 기존 시스템과의 차별화가 이루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운영체계도 펜티엄Ⅱ 시스템 문제점 중의 하나. 펜티엄Ⅱ가 2백33∼3백㎒ 이상의 초고속 칩인데다 복잡한 3차원 그래픽처리를 원활히 하기 위해서는 펜티엄Ⅱ PC의 주력 운영체제는 윈도95의 차기버전인 「멤피스」가 적합하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그러나 멤피스는 내년 초에나 선보일 것으로 예상돼 윈도 95를 채용할 수 밖에 없는 펜티엄Ⅱ PC는 차세대 PC로서는 미흡할 수밖에 없다는 것.
더욱이 4∼5백만원대를 호가하는 높은 시스템 가격도 펜티엄Ⅱ PC의 보급확대를 가로막는 가장 큰 원인을 제공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같은 시스템 자체의 문제 외에도 펜티엄Ⅱ 출시와 거의 때를 맞춰 터져나온 펜티엄Ⅱ 자체적인 부동소수점 연산기능의 오류는 펜티엄Ⅱ에 대한 PC업계들의 불신의 벽을 더욱 높게 하고 있다.
관련업계의 한 관계자는 『펜티엄Ⅱ의 오류는 곧 펜티엄Ⅱ PC의 결함을 의미하기 때문에 펜티엄Ⅱ PC의 개발을 완료한 상태인데도 섣불리 출시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밝히고 있기도 하다.
따라서 펜티엄Ⅱ PC가 완전한 차세대 PC로서의 형태를 갖추고서 PC시장의 주력기종으로 부상하려면 적어도 내년 상반기 이후에나 가능할 것이라는 게 업계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김영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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