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방송프로그램 수출에 박차를

다른 경제부문과 달리 우리 방송프로그램의 수출이 호조를 보이고 있다. 올 1.4분기 방송 프로그램 수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무려 82% 증가한 2백 72만 4천달러를 기록한 반면 수입은 3.7% 증가하는 데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액수면에서는 여전히 역조현상를 보이고 있으나 1.4분기 동안 수출이 대폭 증가했으며 수입증가율은 미미한 수준을 보였다.

지난 4월11일부터 16일까지 프랑스 칸에서 열린 TV프로그램전시회인 「97 MIP-TV」에서도 방송 프로그램의 수출은 96년 대비 3백9% 늘어난 4백77만8천 7백달러의 실적을 올리는 개가를 올려 수출전망을 밝게 했다.

이에 따라 올해 우리 방송 프로그램 수출액은 지난해 6백만달러의 2배를 상회하는 1천2백만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공보처는 이같은 수출 증가추세를 근거로 지난해 10.6대 1의 극심한 역조를 보인 프로그램 수출입은 올해 5대1 수준으로 크게 향상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처럼 올들어 우리 방송프로그램의 수출이 호조를 띠고 있는 것은 국제프로그램 견본시장을 통한 수출노력과 함께 아시아지역을 대상으로 한 위성방송인 일본 퍼펙TV에 대한 수출 등에 기인한 것으로 분석됐다. 특히 방송개시 3년째를 맞은 케이블TV 프로그램공급사(PP)들이 수출대상국을 확대하고 수출장르의 다양화에 나선데 힘입은 바 크다.

그동안 국내방송산업은 높은 해외프로그램 의존도로 말미암아 지금껏 심한 무역역조현상을 발생시켜 왔다. 앞으로 수출을 염두에 두지 않은 프로그램 제작관행이 계속되고 해외정보수집에 게을리할 경우 우리 방송프로그램의 국제경쟁력은 앞으로 떨어질 수밖에 없다. 모처럼의 수출호조 분위기도 일회성으로 끝날 가능성이 높다.

방송사들이 우리 방송프로그램의 국제경쟁력 높이기 위해서는 수출을 전제로 한 국제규격의 방송 프로그램 제작을 강화하고 문화적 보편성을 반영한 프로그램을 제작하며 해외 공동제작 지원, 신디케이션 설립을 통한 다단계 유통으로 부가가치를 극대화할 필요가 있다.

이 중에서도 수출을 전제로 한 국제규격의 방송 프로그램 제작은 급선무다.이를 위해 우선적으로 고려돼야 할 것은 제작환경의 개선이다. 내수용 위주의 프로그램 제작관행이 바로 그것이다. 방송사들은 아직까지 자체 방송편성을 위해 프로그램을 제작하고 수출은 부수적인 것으로 인식하는 경향이 짙다. 또한 국내 방송용 프로그램을 위주로 한 잡화점식 수출이 지속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이런 점은 방송사 최고위 경영자의 발상전환이 전제조건이라 하겠다.

앞으로 우리의 방송시장은 특별한 노력을 기울이지 않는 한 2000년쯤에 외국 프로그램에 상당부문 잠식당할 것으로 전망된다. 또한 케이블TV에 이어 내년부터 국내에서도 위성방송 서비스가 시작되면 높은 해외 프로그램 의존도를 한층 더 심화시킬 것이 자명하다. 이같은 환경변화에 따른 문제점을 한꺼번에 해결할 수 있는 것은 질높은 방송 프로그램을 해외에 수출하는 길뿐이다. 특히 지상파방송 3사들의 방송 프로그램 수출에 대한 각고의 노력과 방송시장 개방에 대비한 코페르니쿠스적 발상전환이 시급하게 요구되고 있다.

이와함께 음향/효과(M/E)를 사전에 분리제작하는 등 방송프로그램 제작여건의 개선도 시급하다. 이번 「97 MIP-TV」에 출품된 1백45편의 국내 방송 프로그램 중 단지 7편만이 M/E를 분리제작한 것으로 전해졌다. 외국어로 더빙작업을 할 경우 M/E 분리는 필수적이다. 그렇지 않을 경우 싼값에 판매할 수밖에 없다.

이와 함께 수출업무를 체계화할 필요가 있고 국제시장 동향을 신속히 파악하기 위해 「해외프로그램 수출입협의회」 등을 구성하는 것이 요구되고 있다. 방송 프로그램의 수출입업무 대행을 위해 설립된 국제방송교류재단의 역할도 우수 프로그램의 수출입 전문대행 및 군소 독립제작사의 수출입업무 지원뿐 아니라 국제 프로그램 시장에서의 공동부스 설치 및 프로그램 해외홍보 등으로 초점을 맞추어 사업을 다각화하는 것도 바람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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