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통신시장 무한 경쟁 국면

세계 통신시장이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을 정도로 급변하고 있다. 지난해 세계 굴지의 통신업체인 미국의 AT&T와 일본의 일본전신전화(NTT)의 분리-분할 결정 이후 올해들어 업계의 합종연횡이 잇따라 추진되면서 통신시장이 무한경쟁 국면에 접어들고 있다.

미국과 일본을 주축으로 급속도로 확대되고 있는 국제 통신시장의 가장 두드러진 특징은 업종간 영역붕괴로 업체의 고유영역이 없어지고 있으며 제품 과 서비스 부문에서는 통합화가 이뤄지고 있다는 점이다.

고유영역 붕괴는 세계 최대 통신업체들의 분할과 통폐합이 신호탄이 됐다.

미국의 경우 지난해 2월 완전경쟁체제를 선언한 통신법 개정으로 전화사업을 중심으로 이업종간 진출이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나이넥스가 스프린트와 회선 구매계약을 맺고 지역전화사업에 진출했고, 아메리테크가 월드컴 등과 회선재판매 계약을 체결했으며 이와는 반대로 AT&T, MCI, 스프린트 등 장거리 전화업체들이 지역전화쪽으로 진출을 추진하고 있다.

이밖에도 케이블TV업체들이 전화사업에 진출할 의사를 내비치고 있고 통신업체들은 방송분야를 새로운 공략의 대상으로 점찍고 있는 등 고유영역 붕괴현상은 일파만파로 거세지고 있다.

일본 최대의 독점기업 NTT를 주축으로 단일구도를 견지해 오던 일본의 경우도 개방의 물결에 더 이상 견디지 못하고 지난해말 분리-분할쪽으로 결론을 내렸다는 보도다. NTT의 분리분할 결정에 이어 일본의 이업종간 제휴는 봇물을 이루고 있다.

지난 3월 일본텔레컴과 일본국제통신(ITJ)이 합병을 선언, 사상 처음으로 국내-국제 통신이 모두 가능한 사업자를 탄생시키면서 향후 일본통신시장의 지각변동을 예고했다.

뒤이어 휴대전화사업자인 셀룰러그룹과 일본이동통신망(IDO)이 차세대 휴대전화에서 전면제휴해 통신시장의 지각변동은 이동통신분야로까지 이어졌다.

이에 따라 일본에서는 장거리전화와 국제통신을 통합한 부문에서는 교세라계의 장거리전화사업자인 DDI와 도요타계열의 일본고속통신(텔레웨이),국제통신 신규 사업자인 도요타계의 국제디지털통신(IDC)의 대연합이 탄생될 전망이다.

또 국제전신전화(KDD)와 도쿄전력계열의 도쿄통신네트워크(TT넷), 그리고 이번에 합병하는 일본텔레컴과 ITJ연합체도 모습을 드러낼 것으로 보여 향후 일본의 통신시장은 NTT, DDI연합, KDD연합의 3파전 양상을 띨 전망이다.

유럽의 경우도 예외는 아니다. 무려 2백50억달러 규모의 브리티시 텔레컴(BT)과 미국의 MCI간의 통합작업이 이번주 유럽연합(EU)의 승인을 얻으면서 발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이번 합병으로 단일규모 세계 4위의 거대기업이 탄생해 유럽의 통신시장 또한 엄청난 파장이 예상된다.

이같은 업체간 합종연횡뿐만 아니라 제품 및 서비스 부문에서의 융합현상도 세기말 통신시장을 특징지우고 있다.

인터넷을 중심으로 컴퓨터와 TV, 전화, 휴대단말기가 속속 통합되고 있고, 인공위성은 대용량 멀티미디어 정보의 고속 전송채널로 자리잡았으며 케이블TV 또한 무선화와 디지털화로 변신을 도모하고 있다.

이제는 기존 보호막에 안주할 때가 아니다. 또 나만의 영역, 나만의 독자적인 제품만을 고집해서도 안된다. 보호막이 걷히고 완전 경쟁체제로 내닫고 있는 국제 통신시장에서 살아남는 방법 중 하나는 체질개선으로 몸무게를 가볍게 하고 제품 및 서비스에서 융합의 묘수를 찾는 길이다. 나만의 것을 고집하기 보다는 무한한 경쟁체제 속에서 상대의 도전을 수용하고 조직의 슬림화와 효율성 제고를 통해 경쟁력을 확보하려는 자세가 필요한 시점이다.

완전한 경쟁체제 속에서 선의의 경쟁을 유도하고 이를 통해 구각탈피를 시도하는 전환적 자세만이 21세기 통신시장의 유일한 생존전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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