宋錫虎
84년 연세대학교 물리학 학사
86년 한국과학기술원 물리학 석사
89년 한국과학기술원 물리학 박사
91∼92년 영국 런던대학교(UCL) 객원연구원
89∼현재 한국전자통신연구원 기초기술연구부 선임연구원
전자, 컴퓨터 기술은 반도체 소자의 발전과 궤를 같이하며 급속히 발전하고 있다. 처리속도 및 용량도 비약적인 발전을 거듭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광섬유를 이용한 초고속 통신망이 발전하고 멀티미디어 정보와 위성통신 및 군사용 화상인식 등 대량의 테이터를 초고속으로 처리해야 하는 분야가 등장하면서 전자신호에 기반을 둔 현재의 컴퓨터 기술은 근본적인 한계점을 드러내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광섬유 통신망이다. 광섬유 통신망은 신호대역폭이 약 25 테라(10¹²) 비트급이다. 이는 압축되지 않은 1기가(G)급 고선명(HD)TV 신호채널을 1만개 이상 전송할 수 있는 것이다. 광 증폭과 장거리 전송과정, 현재의 신호 검출기 등에서 생기는 문제점들을 고려하더라도 약 5테라급 광 섬유 대역폭으로 수백개의 채널간 통신이 이루어 지는 광신호 정보교류가 가능해진다. 하지만 기가급 신호처리 능력을 갖는 현재의 수퍼컴퓨터로도 이를 처리할 수 없다. 전자회로가 갖는 특성인 신호처리 능력의 한계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다.
앞으로 실감 정보통신을 구현하기 위해서는 인간의 시각이나 촉각기능을 갖는 약 10∼10개의 감지센서로부터 입력되는 신호를 동시에 처리해야 하는 대용량 병렬 처리능력을 갖춘 프로세서가 필요하다. 그만큼 현재보다 정보 처리능력이 수천배 향상된 차세대 컴퓨터기술이 요구되고 있는것이다. 현재로선 기존 전자적 계산 방식과는 전혀 다른 광 컴퓨터기술이 이러한 요구조건을 만족시킬 수 있는 차세대 핵심기술로 주목받고 있다.
현재의 전자컴퓨터는 전자소자의 물리적 한계로 인해 수십 기가비트급 이상의 스위칭 속도를 낼 수 없다. 또 회로의 집적도가 높아짐에 따른 신호간 지연현상이 심화되고 이로 인해 대용량으로의 집적화에도 한계를 갖고 있다. 메모리와 CPU간 신호 흐름에서 발생하는 병목현상(von Neumann Bottleneck)을 야기하는 전기배선의 신호 분배능력(Fanout)과 집속능력(Fanin)의 한계가 최대 1천 라인 정도이기 때문에 전자적 병렬 컴퓨터 개발에도 근본적으로 한계가 존재한다.
이러한 전자적 정보처리 기술의 한계는 신호전달 매체인 전자(Electron)를 광자(Photon)로 대체하면 극복될 수 있다. 초고속 광소자들은 대부분 매질의 비선형 성을 이용하기 때문에 스위칭용 파워에 따라 스위칭 속도가 결정된다. 한 예로 1백 ²의 면적과 단위 면적당 1f(펨토)J(10¹ Joule/㎛²)의 스위칭 에너지를 갖는 소자의 경우 10초의 속도를 얻는데 1백 W가 필요하지만 1백 W의 광원을 사용하게 되면 10¹²초로 속도를 높일 수 있다. 따라서 광자가 갖는 물리적 특성인 광속도 신호 전달과 수십 테라급 신호대역폭은 기존의 전자 방식에 비해 수천배 이상의 초고속화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 또 동시에 전달되는 광신호 간 물리적 간섭이 매우 적어 공간적인 측면에서 같은 신호대역폭으로 대용량 병렬처리가 가능하다는 점을 말해준다. 광의 병렬성은 사진을 찍거나 세미나를 할 때 사용하는 슬라이드 프로젝터 등 현재 우리 생활에서도 많이 활용되고 있다. 따라서 기존의 전자컴퓨터를 16비트 혹은 32비트 등 데이터 전송로 수로 구분하고 있는 것과 같이 앞으로 나올 광컴퓨터를 이같이 구분한다면 1천비트 내지 1만비트, 혹은 그 이상의 비트 컴퓨터라고 구분해야 될 것이다.
광을 이용한 정보처리는 19세기말 애베이(Abbe)의 결상이론에 뿌리를 두고 있다. 현재의 광 정보처리 기술은 40여년 전부터 시작된 공간 필터 및 홀로그래피 기술이 핵심을 이루는 아날로그 광 정보처리 분야에서 비롯되고 있다. 이러한 아날로그 처리방식은 광의 특성을 그대로 이용해 높은 병렬 정보처리 능력을 얻을 수 있는 반면 정확성의 결여로 인해 일반적인 광컴퓨터 기술로는 적합하지 못해 패턴인식 등 특정분야에만 특수 광컴퓨터 기술로만 연구되고 있다.
아날로그 방식보다 높은 정확도를 얻기위해 디지털 광컴퓨터 방식이 연구되어 왔고 현재는 광자 논리소자를 기반으로 여러가지 연구단계로 발전했다. 60년대 레이저의 특성을 이용한 논리 게이트 연구, 70년대 홀로그램을 이용한 부호대치법 등의 병렬계산 알고리즘과 디지털 광시스템 구조 연구, 80년대부터 시작된 반도체에서의 비선형 광학현상을 기반으로 하는 광쌍안정성 광논리 게이트 등이 전자적 논리소자와 비견할 만한 단계까지 개발된 것들이다. VLSI에 사용되는 전자소자와 비슷한 크기 및 소비 에너지를 갖는 광원어레이, 다기능 광도파로 결합기, 양자우물 광학소자인 SEED(Self Electrooptic Effect Device) 등이 여기에 속한다. 1990년대에 들어 활발히 진행되기 시작한 2차원 배열의 대규모 입출력 소자인 SEL(Surfaceemitting Laser) 개발과 이를 이용한 고기능 광논리소자(Smart Pixel)의 상용화는 초보적인 광컴퓨터 모델을 구현해 보는 단계로까지 발전했다. 홀로그램을 이용한 수백 기가급 대용량 메모리 소자도 시현됐으며 최근에는 광 컴퓨터의 구현 가능성을 구체적으로 입증하고 있는 단계로 까지 발전했다.
현재 장거리 광신호 전송에서 연구개발되고 있는 초단펄스(∼10¹²초)를 이용한 TDM(Time Division Multiplex) 신호처리 기술과 이에 따른 넓은 스팩트럼 대역폭(∼10¹²)을 이용한 WDM(Wave Division Multiplex) 신호다중기술 등은 초고속 디지털 광컴퓨터 내에서도 핵심적인 광신호 처리기술로 이용된다. 특히 몇에서 길게는 수십m 이내의 단거리 전달만하기 때문에 광신호 분산 및 증폭에서 오는 신호대역폭에 구애받지 않아 더욱 넓은 대역폭을 활용할 수 있다. 따라서 병렬 디지털 광컴퓨터의 구조로는 여러개의 소규모 광프로세서를 테라비트급으로 연결하는 멀티 프로세서(혹은 클러스터) 구조가 가장 먼저 실현될 수 있는 기술이라 할 수 있다.
가장 이상적인 광컴퓨터의 구조는 2차원 배열(NN)의 대규모 프로세서들이 글로벌 연결망에 의해 상호연결 되는 구조이다. 즉 대규모 신호 연결을 갖는 광 CPU 소자를 하나의 광학기판에 구성한 것이다. 논리소자 어레이는 N⁴개의 비선형 광논리 소자들이 2차원적으로 균일하게 배열되어 있고 광신호간 상호연결은 3차원 공간을 통한 대규모 신호분배 및 결합과정에 의해 이루어 진다. 각 프로세싱 소자에서의 신호처리 및 다음 모듈로 전송되는 시간은 10¹²초 이내에서 동기화하여 클럭 지연현상을 거의 무시할 수 있게 된다.
광컴퓨터에서 CPU를 이루는 디지털 광 논리소자는 낮은 동작에너지, 연쇄 동작 특성, 높은 명암 대비, 바이어스된 상태의 안정성, 외부 어드레스기능, 높은 신호 분산 및 결합 능력, 높은 이득 폭, 대규모 2차원 어레이로 확장할 수 있는 상호독립성 등을 만족해야 한다. 현재까지 개발된 광 논리소자 중 이러한 조건을 잘 만족시키는 소자로는 양자속박-천이효과에 의한 광 쌍안정소자(Smart-SEED)와 양자우물 구조에서의 광흡수효과에 의한 공간광변조소자(EARS)등이 있다. 이들은 입력신호뿐 아니라 컨트롤 신호도 광을 이용하기 때문에 전자신호의 도움이 필요없다는 장점을 갖고 있다. 하지만 광자의 구속에 의한 축전용량 증가에 따른 속도(10초 이상)에 한계와 엑시톤-흡수 스펙트럼의 온도변화에 따른 민감한 변화 특성 등에 의해 이상적인 광논리 소자라고는 할 수 없다.
때문에 최근에는 대규모 2차원 배열로 고집적된 SEL 어레이와 이를 이용한 고기능 광소자(Smart Pixel)가 매우 유망한 광논리 소자로 대두되고 있다. 하나의 칩에 만개 이상의 레이저와 광 검출기가 실리콘 CMOS 회로에 집적되고 있으며, 10 크기의 마이크로 레이저를 10mA정도의 전력으로 구동할때 각 논리소자 마다 기가비트급 이상의 신호대역폭을 갖는다.
광컴퓨터의 기억장치는 대규모 데이터를 처리해야 하기 때문에 매우 큰 용량과 빠른 기록 및 재생을 위해 병렬성을 가져야 한다. 광기억장치로 현재 개발되고 있는 기술은 10³∼10바이트를 동시에 읽어 낼 수 있는 광디스크 방식뿐 아니라 신호를 매질 내부에 3차원적으로 정보를 저장해 테라 바이트급 이상으로 저장할 수 있는 홀로그램 방식도 연구되고 있다. 10³∼10바이트 정도의 정보를 병렬적으로 읽어내는 3차원 홀로그램 저장기술 및 비트 단위가 아닌 페이지 단위로 읽어내는 새로운 기술이 계속 연구될 것으로 예상된다.
마지막으로 광컴퓨팅 장치의 소규모 집적화 기술이 있다. 현재 실험실 수준에서 시현되고 있는 장치들은 아직도 기존 전자 컴퓨터에 비해 기능이 떨어지고 비대할 뿐 아니라 이에 따른 안정성에도 많은 문제점을 지니고 있다. 그러나 광부품을 2차원 평면에만 배열하지 않고 3차원으로 집적화하는 패키징 기술개발이 활발히 진행중이다. 특히 마이크로 광학 기술과 광학기판을 이용한 대규모 광신호 상호연결 방식이 창출되면서 비대한 자유공간 개념의 광학계 구성방식에서 점차 기존의 광전집적회로 및 VLSI 회로와 견줄만한 규모를 갖는 광컴퓨터 집적화 기술이 연구되고 있다.
완전 광컴퓨터를 구현하기까지는 많은 단계적 연구과정이 필요하다. 우선 90년대 등장한 수퍼 컴퓨터의 프로세서간 연결을 광섬유로 대체하고 복잡한 배선을 광학적으로 구성, 회로의 집적화 및 고속화를 촉진시킬 수 있다. 수퍼컴퓨터의 기억장치를 광디스크 혹은 홀로그램 메모리로 사용할 경우 데이터의 입출력 속도를 기가 바이트/초까지 높일 수 있게 된다. 또 점차적으로 CPU 이외의 장치까지 광자신호로 처리하게 한 광-전컴퓨터 단계를 거친 후 CPU까지도 광학적으로 구현하는 병렬 디지털 광컴퓨팅 시스템, 즉 완전 광컴퓨터의 실현이 가능해 질 것으로 기대된다. 물론 광컴퓨터라는 목표로 연구하는 과정에서 얻어지는 다양한 분야에 걸친 새로운 개념 창출이 갖는 가치와 파급효과가 매우 크리라는 것은 의문의 여지가 없다. 따라서 광자신호를 대상으로 하는 연구개발이 추구하는 역할은 매우 크다.
우리나라에서는 한국전자통신연구원 기초기술연구부가 지난 90년부터 광자의 독특한 물리적인 성질 탐구에서부터 완전 광컴퓨터 실현을 위한 핵심소재/소자기술 및 구조에 이르는 핵심 기초기반기술을 중점적으로 창출, 세계적인 학술지로부터 초청을 받는 등 많은 주목을 받고 있다. 특히 새로운 개념의 광 CPU칩 구도를 창출하여 완전 광컴퓨터의 실현 가능성을 보다 구체화하는등 실질적인 면에서도 세계적으로 선도하고 있다.
광컴퓨터 실현에 대해 지금까지 회의적인 시각을 가지거나 실현 의문을 갖고 있던 사람들이 이제는 어느 정도의 병렬성과 고속성을 갖는 새로운 컴퓨터를 언제 누가 필요로 할 것인가를 예측해야만 할 때라고 여겨진다. 이에 따른 경제성이 입증될 때 광 컴퓨터가 실현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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