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대의 인쇄회로기판(PCB)용 원판(동박적층판:CCL)업체인 두산전자(대표 이정훈)와 합작선인 미국 얼라이드시그널社의 결별 배경에 관련업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미국 굴지의 전자재료회사인 얼라이드시그널은 두산전자와 합작선이었던 미국 오크社를 합병,두산의 새로운 파트너로 부상했으며 여러차례의 공격적 M&A를 통해 현재 세계 최대의 종합CCL그룹으로 부상했다. 따라서 얼라이드와의 합작청산은 두산의 향후 행보에도 큰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두산이 이처럼 다소 무리가 따르더라도 얼라이드와 결별할 수 밖에 없었던 데는 불가피한 속사정이 있었던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이는 양사의 결별이 얼라이드의 뜻이라기 보다는 전적으로 두산이 원해서 이뤄졌다는 데서도 짐작이 가는 대목이다.
일단 두산-얼라이드의 밀월관계 청산은 두산그룹과 두산전자 차원으로 나누어 분석해볼 수 있다. 우선 두산전자의 입장에서 보면 얼라이드와의 불신의 골이 너무 깊었던게 사실이다. 두산측도 『91년 대구페놀유출사건이 양사의 신뢰도에 금이가는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이 때부터 얼라이드는 전북 익산 제2공장 설립과 경기 분당 자체사옥 건립 등 크고 작은 신규 사업추진시 두산의 행보에 제동을 걸며 불협화음을 증폭시켰다. 98년 상장을 앞두고 두산이 최근 40억원의 증자를 실시할 때도 주식공개후 주도권을 잡기위해 지분율 조정을 놓고 첨예한 대립을 보이기도 했다.
에폭시원판 판매를 국내시장으로 한정하는 불평등 계약조건도 두산의 합작청산 결정에 촉매역할을 한 것으로 보인다. 두산은 얼라이드의 허락이 없이는 페놀원판을 제외한 에폭시원판을 수출할 수 없다. 이는 심한 공급과잉에 따른 가격하락으로 고전하고 있는 두산이 에폭시원판으로 돌파구를 여는데 치명적인 약점으로 작용해왔다.
페놀원판사업 구조조정의 약속을 얼라이드가 이행하지 않은 것도 주요 이유중의 하나. 얼라이드는 당초 수요가 중국 및 동남아로 집중되고 있는 페놀원판사업을 두산으로 모두 이관한다는 방침아래 싱가포르공장을 철수키로 했던 것. 그러나 얼라이드의 약속은 수년째 지켜지지 않고 있고 이를 믿고 익산에 대규모 공장을 설립한 두산의 부담은 가중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같은 배경을 종합할 때 두산전자의 「탈 얼라이드」는 불가피했다고 볼 수 있다. 한편에서는 그렇다고 하더라도 세계 CCL업계의 경쟁이 날로 치열해지고 있는 상황에 굳이 또 하나의 「강적」을 만들면서까지 두산이 얼라이드와의 결별을 추진한 데는 두산그룹차원의 정책적 결정이 보다 중요하게 작용했을 것이란 분석도 많다.
즉,최근 굴지의 컨설팅그룹인 매킨지社를 통해 리엔지니어링을 추진중인 두산그룹이 그룹내 몇안되는 「효자기업」중 하나인 두산전자를 보다 육성키 위해 강수를 두었을 것이란 얘기. 이는 3M-코닥-네슬레-코카콜라로 이어지는 합작사 지분매각을 통해 자금확보에 나선 두산그룹의 움직임과 상반되는 것이어서 설득력이 강하다.
계열사 축소 조정과 수종사업 집중육성이라는 재계전반의 사업구조정 흐름과도 무관치 않다. 식음료 중심의 이미지에서 탈피하기 위해 전자, 정보부문을 강화하고 있는 두산그룹으로선 두산정보통신,두산네트워크 등과 더블어 그룹내 첨단 정보통신부문의 한 축을 이루고 있는 두산전자에 보다 무게를 실어줄 필요성이 높다는 것이다.
이밖에도 두산그룹이 두산전자와 얼라이드와의 합작청산 결정을 막후조정했을 것이란 근거로는 얼라이드가 과거 오크에 비해 덩치가 훨씬 커 앞으로도 계속 끌려 다닐 수 밖에 없을 것이란 내부판단이 적잖게 작용했다는 추측도 나오고 있다.
여하튼 두산전자는 이번 얼라이드와의 결별로 장차 보다 탄력적인 CCL사업을 전개할 수 있을 것으로 보여 향후 두산의 행보는 국내외 CCL업계의 주요 관심사가 될 공산이 크다.
<이중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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