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최초의 통신분야 연구소는 일제 치하에 설립된 전기시험소이다. 이 전기시험소는 정부수립 이후 전기측정령 시행규칙 개정으로 체신부 산하의 중앙전기시험소로 면모를 일신하게 된다. 전기에 관한 학술적인 시험 연구는 물론 전기시험에 관한 업무를 관장했다. 당시 이 연구소의 시험용량은 교류 6만6천V, 직류 6백V. 60년 들어 전기시험소의 명칭도 중앙전기통신시험소로 확대 개편됐으나 연구인력이나 시설이 낙후돼 이렇다 할 연구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전자와 통신이 결합한 정보통신 연구개발이 본궤도에 진입하게 된 계기는 우연하게 찾아왔다. 70년대 들어 전화적체 해소가 시급한 정책과제로 부상함에 따라 이의 해결방안으로 당시 널리 보급된 기계식교환기를 확충하자는 의견과 새로운 전자교환기를 도입하자는 의견으로 팽팽하게 맞섰다. 이 대결에서 전자교환기가 승리를 거두면서 국산 전자교환기 개발에 시동이 걸리게 됐다. 한국과학연구소 부설로 한국전자통신연구소가 설립된 것도 바로 이 시기였다.
국내 일반전화 회선이 2천만 가입자를 기록하는 등 20년 남짓한 기간에 경이적인 성과를 거둔 것도 따지고 보면 국산 전자교환기인 TDX의 독자적인 연구개발에 힙입은 바 크다. 80년대에 접어들어 매년 1백만 회선 이상을 소화하는 국산 TDX기종이 보급되면서 전화보급은 급격히 확산될 수 있었다. 이때부터 시작된 전자교환기에 이은 전송장비나 각종 통신장비의 국산화도 빼놓을 수 없는 성과다.
세계는 지금 정보혁명을 거듭하고 있는 초고속 정보통신시대에 살아남기 위해 기술개발 경쟁에 온 힘을 쏟고 있다.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는 세계 정보통신기술은 잠시만 해찰해도 방향조차 파악하지 못할 지경으로 혼란에 빠진다. 이런 혼란의 시대에는 『누가 먼저 정보를 접속하고 관련 도구를 개발하는냐에 따라 승패가 좌우된다』고 정보통신분야의 세계적인 한 권위자는 설파한 바 있다. 아직도 우리 정보산업계가 해야 할 일은 산적해 있고 갈 길도 먼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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