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포럼> Hello, Virtual World!

본사가 후원하는 「정보통신의 미래를 생각하는 모임」의 전문가들이 필진으로 참여하는 새 칼럼 「미래포럼」이 9일부터 매주 금요일에 마련됩니다. 이번에 신설된 「미래포럼」은 정보통신산업과 정보사회가 지향하는 21세기 미래상을 다양한 시각으로 진단해 정보시대를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변화의 실체를 바로 알 수 있는 혜안을 제공해 줄 것입니다. 독자 여러분의 많은 성원과 애독을 바랍니다.

<편집자>

얼마전 경험한 일이다. 컴퓨터 그래픽스 기법으로 세밀하게 그린 그림들 사이에 끼워진 실제 사진을 찾아내라는 문제를 매우 어렵게 풀어본 적이 있다. 이처럼 애니메이션과 3차원 기술로 눈속임을 하는 영화, 게임, 광고를 찾기란 이제 어렵지 않게 되었다. 각종 설계 등의 전문가용으로나 오락 목적으로만 사용되던 이들이 더 강력한 컴퓨터, 더 빠른 정보통신 수단과 결합하여 새로운 응용을 많이 만들어 내고 있다. 머드로 불리는 각종 원격 가상게임이 문자 위주에서 그래픽, 음성을 도입한 멀티미디어형으로 바뀌었으며 영상회의, 공동작업, 심지어 원격수술까지도 등장하였다.

기술의 발전으로 더욱 정교한 합성환경이 가능해질 것이며 21세기 초에는 매우 복잡하고 움직이는 가상환경, 예를 들면 가상 칵테일 파티, 가상전투도 가능하고 우리는 실제와 가상을 구별하지 못할지도 모른다. 전자 원격회의에 참석한 참석자 중 어떤 이는 실제 모습이고, 어떤 이는 자신의 모습을 대신한 가면인물(애버터)이고, 또 어떤 이는 순전히 가상적으로 만들어낸 가공인물일 수도 있다. 내가 이야기를 나누고 사랑하거나 미워하게 될 인물이 어쩌면 지능로봇이 만들어 낸 소프트웨어일 수도 있다면 얼마나 놀라운 변화인가. 사실 미디어 분석가들의 관찰에 의하면 사람은 다른 사람과 대화를 할 때보다 기계(응용 프로그램, 사용자 인터페이스 등의 소프트웨어)와 의사소통을 할 때 훨씬 더 부드럽고 친절하다고 한다. 한편으로는 기계의 능력이 아직 낮으므로 우리가 어린이 대하듯 하기도 하겠지만 기계는 정직하다는 무의식적 판단 때문일 수도 있다. 그러나 정보통신망 위의 내 상대편이 인간과 같은 언어를 구사하고 감정도 가지며 상황에 따라서 다르게 대응하는 지능로봇일 수도 있다면 우리는 사람에게 하던 조심하고 경계하는 자세를 이제 기계에도 가져야 할지 모른다.

현재 초고속 정보통신망을 활용하여 가상사회를 구축하는 데 필요한 기술을 연구하거나 실험적 응용을 개발하는 대학과 연구소가 국내외에 많이 있다. 이들은 전자우편이나 인터넷 정보검색으로 폭발적인 인터넷 성장을 가져왔지만 앞으로의 더 큰 변화는 가상공간이 가져올 것으로 믿는다. 인간의 육체적 한계를 뛰어넘어 시간적으로, 공간적으로, 나아가서는 문화적으로 거리감을 해소시키고 자유로운 정보항해를 하려는 꿈을 인공지능, 분산 컴퓨팅, 이동 멀티미디어, 컴퓨터 그래픽스, 정보통신 프로토콜, 소프트웨어의 유기적 결합으로 이루어진 가상공간을 통하여 곧 실현할 수 있다고 이들은 주장한다.

인터넷의 발전이 지구상의 물리적인 국경을 무너뜨리고 언어나 문화를 기준으로 한 새로운 질서를 세웠다고 하는데 과연 가상공간은 무슨 변혁을 일으킬지 궁금하다. 우선 가상공간을 친근하게 느끼고 정보 국경을 자유롭게 드나드는 세대와 그렇지 못한 좀더 인간적인(?) 세대 사이에 깊은 골이 패일지 모른다. 또 다른 라이프 스타일 정도가 아닌 신문화로까지 번질 수 있다는 이야기다. 그리고 가상사회에서 나름대로의 삶의 터전을 갖는 수많은 직업이 생겨나서 이에 의한 현실과 가상의 이중성을 누구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지능로봇과 더불어 살며, 움직이지 않고 가상공간에서 이것저것 경험하고 일을 하며 지내는 미래를 생각해 보라. 이 방향으로의 필연적 변혁을 이겨내기 위한 새로운 가치관의 탐구, 교육방식의 실험, 제도와 기술의 보완이 절실히 필요하지 않겠는가.

초고속 정보통신이 가져오는 단기적 변화와 이익이 이제는 잘 이해되고 준비되었다면 우리도 이제 한번 눈을 높이 들어서 초고속 정보통신 이후 곧 닥쳐올지 모르는 가상공간의 또 다른 함축적 의미를 곱씹어보아야 할 것이다.

<崔陽熙 (서울대 컴퓨터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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