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가전 체질개선 시급

가전3사가 해외공장을 중심으로 구조조정을 활발하게 실시하고 있다는 보도다.

경공업에서 중화학공업으로의 구조조정은 이미 국가적으로 오랜 기간에 걸쳐 진전되었고 중화학공업 가운데에서도 첨단 전자, 정보통신산업분야로의 구조조정도 꾸준히 추진되고 있다. 따라서 현재 가전3사가 주로 백색가전제품을 중심으로 펼치고 있는 구조조정은 그리 새삼스러울 것도 없다.

최근 국가경제 전체가 침체돼 비교적 오랫동안 불황을 겪고 있으며 국가의 중추산업인 전자산업도 수출이 감소하고 있다. 수출이 감소하는 요인은 여러가지가 있을 수 있겠으나 근본적으로는 제품의 경쟁력이 경쟁국 제품보다 뒤지는 데 있다.

따라서 이번에 가전3사가 국내외 공장의 생산구조를 개편, 생산품목을 공장에 따라 차별화하고 제품을 고급화해 수출을 강화하기로 한 것은 국산 전자제품의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는 방법으로서 의미가 있다.

냉장고와 세탁기 등 국산 백색가전제품의 품질은 일부를 제외하고는 세계 정상에 거의 도달했다고 할 만하다.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 적지 않은 물량이 출하돼 수출량도 엄청나다. 단지 초대형 냉장고나 유럽인들이 주로 사용하는 드럼세탁기 등은 우리의 기술로 보완해야 할 점이 많다는 지적이다. 따라서 이제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이러한 약점을 단기간에 보완해야 하겠다.

가전3사는 이번 냉장고에 대한 구조조정 작업을 시작으로 이제 다른 가전 품목들에 대해서도 구조조정 작업을 실시해야겠다.

가전3사가 우선 해야 할 일은 지금까지의 종합가전업체로서 구색맞추기식의 제품 모델 운용방식에서 탈피하는 일이다. 현재 컬러TV, 냉장고, VCR, 세탁기, 전자레인지 등 5대 가전제품과 에어컨, 오디오 등은 가전3사가 직접 생산하고 있으나 여러 종류의 소형가전제품은 대부분 중소업체들로부터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방식으로 공급받고 있다.

물론 가전업체들이 소형가전제품을 OEM방식으로 조달하는 것은 규모의 경제 논리에 따른 것으로서 이 방식이 가전3사는 물론 자체 판매시설을 가지고 있지 못한 중소업체들에도 유리하다는점은 인정된다. 그러나 바로 이러한 구조에서 비효율성과 경쟁력의 취약성이 발생한다는 사실을 알아야한다. 중소 가전업체들이 제품을 생산, 대기업에 납품하는 과정이 추가되면 소형 가전제품의 생산원가는 그만큼 늘어나며 또 중소업체들의 마진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따라서 이젠 가전3사도 배타적인 대리점체제를 전면적으로 개방해 대형 양판점 구조로 바꿔 유통을 선진화할 수 있도록 대리점에 허용함으로써 제품 유통과정을 최대한으로 줄여 가격경쟁력을 되찾아야 한다. 유통구조를 선진화해 중소 가전업체들이 소형가전제품을 생산, 유통시킬 수 있는 길을 터줌으로써 중소업체의 자생력을 키우고 국산 가전제품의 질을 높여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국산제품의 이미지를 향상함으로써 장기적으로 품질 고급화를 달성하는 계기를 마련해야 하겠다.

이와함께 최근 급진전되고 있는 멀티미디어서 시대에 대응, 첨단제품 그룹과 기존제품 그룹을 명확히 나눠 첨단제품부문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투자를 하되 기존제품 그룹은 이익개념에 충실히 해 사업을 조정해야 한다. 또 가전 3사들은 대부분 조직을 제품 품목별로 제조, 판매 일체형을 갖추고 있는데 이같은 조직으로는 구조조정을 하기가 쉽지 않다. 제품 모델을 조정할 경우 불가피하게 조직도 정리해야 하며 이경우 스스로 자기 자리를 없애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따라서 지난해부터 시작된 불황이 올해들어서도 개선되지 않고 특히 그것이 개선된다하더라도 가전제품 특성성 일본, 미국, 유럽 등 선진업체들과 앞으로 더욱 치열하게 경쟁해야 하기 때문에 가전3사의 체질강화를 위한 과감한 수술은 언젠가는 단행돼야 한다.

그것이 가전3사에 매달린 숱한 부품업체, 중소 OEM업체 등의 사업구조를 선진화하고 국내 전자산업의 구조를 고도화하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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