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마당> 전자 유통구조의 개선

한국경제가 국제적으로 크게 인정받을 때가 있었다. 동남아 등 개발도상국들은 한국경제를 모델로 경제개발을 서둘렀고 선진국에서 바라보는 눈길도 경이 그 자체였다. 「한강의 기적」으로 표현된 한국의 경제개발은 많은 사람들이 땀과 신념으로 일궈낸 것으로 우리의 자랑이 아닐 수 없었다.

그런데 지금은 어떤가. 한때 아시아의 4개의 용 가운데 가장 앞서가던 한국이 지금은 그 대열에서 탈락함은 물론 해마다 불어나는 무역적자와 최악의 불황에 시달리고 있다. 늘어만 가는 외채, 수입품의 범람에 낭비가 심한 나라로 인식되어 가고 있다. 일부 외국언론에서는 「샴페인을 너무 일찍 터뜨렸다」고 비아냥거리기까지 했다. 망국병의 대표격인 사교육비가 30조원을 넘어섰다. 속내를 들여다 보면 무엇하나 제대로 자리잡은 것이 없다.

전자유통산업도 예외는 아니다. 첨단산업이라는 명분으로 그동안 정부의 보호 아래 커 왔다. TV, 냉장고, 세탁기는 물론이고 컴퓨터까지 없는 집을 찾아보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그만큼 생활이 윤택해지고 소비수준도 높아졌다. 제품을 만드는 제조사나 파는 상인들 역시 독점이라는 「누워서 떡 먹기」식 영업을 해 왔다. 경쟁이라고 해봐야 국내업체끼리 누가 더 많이 만들고 누가 더 많이 팔았느냐 하는 「도토리 키재기」식이었다.

그러나 유통시장이 개방된 지금은 상황이 달라질 수밖에 없다. 외제품을 선호하는 국민의식 사이로 비집고 들어온 수입품은 가격경쟁에서도 국산제품을 위협하고 있다. 국경을 초월한 품질과 서비스의 경쟁, 즉 무한경쟁시대라고 표현하지만 이는 곧 「소리없는 전쟁」이다. 자본력이 취약하고 품질과 서비스가 상대적으로 약한 기업은 참혹하게 쓰러질 수밖에 없다.

최근에 있었던 중견 컴퓨터업체들의 연쇄도산. 우리 기업의 부실한 토대를 점검해 볼 필요가 있다. 대기업은 중소기업을 뿌리로 열매를 맺어야 하지만 현재 우리의 중소기업은 대기업에게는 필요하면 언제든지 잘라버릴 수 있는 하찮은 나뭇가지에 불과하다. 특히 유통분야에서는 더욱 심하다.

넘치면 줄여야 하고 모자라면 더 주어야 한다. 그러나 우리의 현재 유통상황은 유동성이 없다. 이미 유통에 깊이 관여하고 있는 대기업은 중소업체들과 공존공생하기보다는 「밀어내기」 「꺾기」 등으로 유통시장을 왜곡시키고 있다.

유통은 경제를 살리는 뿌리다. 그리고 꽃이기도 하다. 최근 컴퓨터 유통업체의 연쇄도산을 바라보는 유통업계의 시각은 불안하기 짝이없다. 자본을 무기로 천천히 진군하고 있는 외국 유통사들도 그렇거니와 개선의 기미를 보이지 않는 우리의 유통현실도 그렇다. 경제회복을 부르짖기 전에 자기방어와 함께 썩은 곳을 도려내는 과감한 개선이 필요한 때다.

<宋太元 영후반도체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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