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다기능 디스크(DVD)플레이어가 타이틀 부족으로 시장형성에 차질을빛고 있는 것과 대조적으로 디지털 VHS VCR가 서서히 수면위로 부상하고 있다.
디지털 VHS VCR는 기존 VHS VCR에 디지털 신호처리 칩세트를 장착해 디지털 신호를 곧바로 테이프에 저장할 수 있는 차세대 VCR로 지난 95년 봄 일본의 빅터(JVC)가 첫선을 보였고 96년에 규격이 확정됐다.
이 제품은 최대 장점은 디지털 방송 및 멀티미디어시대에 대응하면서도 현재 전세계적으로 약 1백억권 이상이 보급된 것으로 추산되는 비디오 테이프를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현재 이 제품의 상품화에 가장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업체는 세계적으로 빅터와 히타치, 필립스 등이며 국내에서는 대우전자가 올 연말 상품화를 목표로 연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성능상으로 볼 때 디지털 VHS VCR는 반복재생시 화질이 떨어지는 테이프 매체로서의 한계는 있지만 2시간짜리 영화 1편을 저장할 수 있는 45GB에 달하는 저장능력에 LD를 능가하는 화질과 CD수준의 음질을 구현할 수 있다는 점에서 DVD에 비해 크게 손색이 없다.
그러나 이미 광디스크를 사용하는 DVD플레이어가 영화 재생용으로는 탁월한 성능을 인정받고 있고 디지털 VHS VCR 역시 그 성능을 십분 활용할 수 있기 위해서는 디지털 방식으로 제작된 별도의 소프트웨어를 필요로 하고 있어 현재 디지털 VHS VCR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국내외 업체들은 이 제품을 디지털 위성방송수신용 세트톱박스(STB)나 PC와 연결해서 각종 데이터를 기록, 저장하는 수단으로 상품화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즉 기록이 가능한 디지털 다기능 디스크 리코더블(DVDR)이 나오기에 앞서 틈새시장에서 입지를 확보하겠다는 전략이다.
DVDR가 나오기까지는 최소한 4∼5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되는 반면 디지털 위성방송은 이미 미국과 유럽을 시작으로 전세계적으로 급속히 확산되고 있어 국내외 가전업체들의 디지털 VHS VCR사업 전략은 충분한 설득력을 지니고 있다.
그러나 디지털 VHS VCR의 미래가 낙관적인 것만은 아니다. 우선 DVD플레이어에 비해 첨단제품으로서의 참신성이 떨어진다는 것과 소비자들이 VCR의 녹화기능을 사용하는 빈도가 매우 낮다는 것이다.
비록 DVD플레이어가 녹화기능이 없다 할지라도 타이틀만 충분히 공급되면 구식 냄새를 풍기고 있는 디지털 VHS VCR보다는 DVD플레이어를 선택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두번째는 멀티미디어로 사용하기 위한 인터페이스 문제이다. 디지털 VHS VCR를 세트톱박스나 PC와 연계시키기 위해서는 IEEE-1394로 불리는 새로운 신호전송규격이 확정되어야하나 아직까지 윤곽이 드러나지 않은 상태이다. 최근 빅터가 미국의 디지털 위성방송서비스업체인 「에코스타와 세트톱박스 일체형 디지털 VHS VCR 공급계약을 맺은 것은 인터페이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대안으로 파악되고 있다.
또한 DVD플레이어의 초기 가격이 당초 예상보다 낮게 설정되고 있는 추세이다. 미국시장에 이미 5백달러대의 DVD플레이어가 등장함으로써 기존 VCR 생산기반을 토대로 저렴하게 상품화할 수 있다는 디지털 VHS VCR 장점이 상쇄되고 있는 것이다.
디지털 VHS VCR 개발에 참가하고 있는 대우전자의 한 관계자는 『디지털 VHS VCR가 위성방송과 연계된 시장을 겨냥하고 있는만큼 해외시장에서 가격경쟁력을 확보하는 것이 가장 큰 숙제로 부각되고 있다』고 말했다.
<유형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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