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 세계지적소유권기구(WIPO)가 네트워크 상의 저작권 적용범위를 국제적으로 규정한 새 조약을 발표함에 따라 최근 일본에서는 정부를 중심으로 한 저작권법 개정작업이 서둘러 추진되고 있다.
WIPO는 세계 공통의 지적소유권 관련조약을 제정, 관리하는 단체로, 세계 1백61개국이 참여하고 있다. 이 기구가 최근 결정한 조약의 핵심은 「대중전달권」 문제로 콘텐트업계에 큰 파장을 일으킬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 대중전달권은 기존 저작권법에서 규정하지 못했던 네트워크 상의 저작권문제를 다루고 있다. 새 조약은 저작권 적용행위의 범위를 기존의 「송신행위」에서 「대중에 제공할 수 있는 상태를 구축하는 행위」로까지 넓혔다.
PC통신이나 인터넷 등을 사용한 서비스의 경우 콘텐트를 서버에 복제하는 것에서부터 네트워크에의 접속, 네트워크를 사용한 데이터 송신, 사용자의 데이터 재생 등 일련의 모든 행위가 저작권 처리의 대상이 된다.
예를 들어 일본에서 널리 성행하고 있는 통신 가라오케(통신으로 가요반주를 제공하는 것)는 지금까지 복제권과 송신권에 근거해 저작권료가 인정되어 왔다. 복제권은 음악을 데이터베이스에 축적하는 권리이며, 송신권은 주문에 따라 음악 콘텐트를 송신하는 권리다.
이 때문에 축적된 뒤 오랜 기간 신청되지 않은 곡에 대해서는 서버에 축적할 당시의 복제권에 의거해 저작권료를 한 번만 지불하면 됐다.
그러나 대중전달권이 적용되면 데이터베이스에 축적한 곡에 대해 일정 기간에 따라 매번 저작권료를 지불해야 한다. 축적돼 있다는 사실 자체가 「송신 가능한 상태」이므로 송신한 경우와 같다는 것이 적용의 근거다.
이번 네트워크를 통한 디지털 콘텐트의 저작권 처리를 가장 반기는 곳은 음악업계다. 일본에서 음악의 저작권 처리를 대행하고 있는 일본음악저작권협회(JASRAC)는 대중전달권에 의거한 저작권료 설정을 추진해 이미 최종 조정작업에 들어가 있다. 권리의 적용범위가 명확해져 저작권 사용료의 확정에도 어려움이 없어졌다. JASRAC은 늦어도 올해 안에 네트워크 상의 음악저작권 사용요금의 수준을 결정할 방침이다.
통신 가라오케와 같은 주문형 서비스의 사용요금은 「기본사용료+이용료」 형태로 저작권료를 징수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이용자는 서버에 축적하는 곡수에 따라 월 기본요금과 송신한 곡수만큼의 사용료를 지불하게 된다. 요금설정과 관련해서는 현재 JASRAC과 음악전자사업협회(AMEI) 등의 사용자 단체가 협의중이다. AMEI는 가라오케 기기업체와 전자악기업체, 소프트웨어업체 등 약 1백개사가 참여하는 업계단체다.
네트워크 상의 저작권료가 결정되면 PC통신과 인터넷에 올라있는 저작물의 사용이 가능해진다. 이에 따라 제품화되지 않은 음악 콘텐트의 판매, 인터넷 음악청취서비스 등과 같은 새로운 형태의 사업이 본격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음악CD의 콘텐트를 네트워크를 통해 제공할 경우 저작권료뿐 아니라 음악CD 사용료를 지불해야 한다. 통신 가라오케의 경우는 시판된 음악CD를 사용하지 않고 전용기기를 이용해 음악을 재생하기 때문에 JASRAC이 대행해주는 작사가와 작곡가에 대한 저작권료 지불만으로 저작권문제가 해결된다.
그러나 라디오방송 등과 같이 시판되는 CD의 음악콘텐트를 재생해 방송하는 경우에는 레코드회사와 연주가 등에 지불하는 녹음물 제작자에 대한 저작권도 처리해야 한다.
일본에서 음악CD 등 녹음물에 대한 저작권 처리 및 요금징수를 대행하고 있는 곳은 일본레코드협회(RIAJ)다. 이 협회는 네트워크 상에서의 CD콘텐트 사용료 설정을 서두르고 있다. 이는 인터넷 등을 통한 콘텐트 제공의 경우 기존 방식으로는 저작권을 관리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인터넷 상의 음악콘텐트는 디지털 데이터 상태로 복제돼 송수신되기 때문에 누가 언제 누구에게 제공한 데이터인가를 판단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따라서 만약 무단으로 데이터가 사용된다 해도 지금까지의 관리체제에서는 무단사용자가 누군지를 밝혀낼 수 없을 뿐 아니라 사용횟수도 정확하게 측정할 수 없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적어도 인터넷에서 이용되는 콘텐트가 어떤 형태의 저작물인지를 판단할 수 있어야 한다. 따라서 각각의 콘텐트에 관리코드를 부여, 이를 데이터베이스화할 필요가 있다.
세계 각국의 레코드협회 모임인 국제레코드산업연맹(IFPI)은 국제 규모의 네트워크 CD 통합관리방식을 모색중이다. 지금까지 전세계 CD관리에 사용해온 국제표준레코딩코드(ISRC)를 인터넷 상의 관리코드에서도 사용할 방침이다. 세계저작권관리단체들의 모임인 저작권협회국제연합(CISAC)도 국가간 음악저작권료 조정에 들어갔다.
그러나 현재 여건 상 국제 규모의 관리체제 구축에는 많은 어려움이 따른다. 가장 큰 걸림돌은 국경없는 인터넷에 제공되는 콘텐트의 저작권을 누가 관리할 것인가 하는 문제다.
또 국가별로 저작권 관리체제가 다르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이 때문에 네트워크 상에 제공되는 콘텐트의 저작권문제가 해결되기까지는 당분간 많은 진통이 예상된다.
<심규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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