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가 장악하고 있는 2천5백억원 규모의 헤드폰카세트 시장을 되찾기 위해 삼성전자와 LG전자가 다양한 마케팅 활동을 벌이고 있다.
헤드폰카세트 시장은 지금까지 일본산 제품이 압도적 강세를 보인 분야. 「워크맨」하면 통할 정도의 세계적 브랜드를 갖고 있는 소니에서부터 파나소닉, 아이와 등 일본업체들이 국내시장을 거의 독차지하고 있는 실정이다. 일제 헤드폰카세트의 인기가 워낙 좋다보니 밀수행위도 극성을 부려 해마다 80만대 정도의 제품이 불법으로 수입되고 있으며 아직도 용산이나 종로 등 전자 전문상가에서는 밀수품이 가판대를 점령하고 있을 정도다.
그러나 LG전자와 삼성전자가 일본산 제품에 못지않은 세계적 수준의 제품을 속속 출시하면서 시장판도가 급격히 변하고 있다. 94년까지만 해도 일제 헤드폰카세트의 국내시장 점유율은 70% 이상이었으나 지난해에는 절반 이하로 점유율이 떨어지고 대신 국산품의 시장점유율이 53%로 높아졌다.
이처럼 국산품이 인기를 끌고 있는 것은 국산 헤드폰카세트의 품질이 일제와 경쟁할 정도로 향상됐다는 이유도 있지만 국내업체들의 마케팅 전략이 성공했다는 것도 무시할 수 없다.
삼성전자는 귀엽고 깜찍한 이미지의 티니(TEENY)란 마스코트를 개발, 업계 최초로 캐릭터를 활용한 마케팅을 전개하고 있다. 청소년이 만화 주인공이나 인형 등에 관심이 많은 것을 반영해 자사 제품의 이미지를 청소년에게 심어주기 위해 캐릭터를 개발한 것이다.
LG전자는 상품기획단계에서부터 철저하게 신세대의 라이프스타일을 연구해 이를 반영한 제품을 만들고 광고 및 판촉도 청소년층의 정서에 맞춰 실시하고 있다. 「청소년들을 위한, 청소년들에 의한, 청소년들의 마케팅」을 선언한 LG전자는 청소년으로 구성된 제품평가단까지 구성해 소비자의 요구를 철저히 제품에 반영하고 있다.
이같은 노력의 결과로 국산 헤드폰카세트의 시장점유율이 늘어난 것이며 용산전자상가의 상인들도 최근 국산품을 찾는 청소년이 늘고 있다고 한다. 용산전자상가의 한 상인은 『예전엔 헤드폰카세트를 흔히 워크맨이라고 표현했는데 요즘은 「마이마이(삼성전자의 브랜드명)」나 「아하프리(LG전자의 브랜드명)」라고 말하는 청소년이 늘어 국산품의 인지도가 높아졌다는 것을 실감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때는 도저히 넘을 수 없을 것처럼 보였던 일제 헤드폰카세트의 아성이 무너지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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