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반평] 에어로스미스,「Nine Lives」

「에어로스미스」의 신작앨범 「Nine Lives」는 발매되자마자 빌보드 앨범차트 1위를 차지했다. 특히 수록곡 「Falling in Love」는 싱글음반으로 시장에 나와 판매량 1백만장을 넘어서는 골드레코드로 떠올랐다.

에어로스미스는 록계의 최상위 고참급이라 할 수 있다. 대체로 고참밴드들의 신작앨범이란 게 구색맞추기에 지나지 않는 데 비해 에어로스미스의 앨범은 아직도 왕성한 사운드를 자랑하고 있다. 판매고로 측정되는 상업적 측면에서도 최고의 위치에 있으며, 로커들의 생명이랄 수 있는 천방지축의 행동도 여전히 살아 있다.

에어로스미스는 지난 73년 「Dream on」으로 데뷔한 후 앨범마다 대형 히트작을 내왔다. 마약으로 물의를 일으켰을 때, 또 팀의 양대 기둥인 스티븐 타일러(보컬)와 조 페리(기타리스트)가 잠시 탈퇴했을 때를 빼고는 슬럼프가 거의 없었다.

록계에서 노장밴드들이 재기해 전성기와 같은 인기를 누린 예는 흔하지 않다. 록이 젊은이들의 전유물로 인식되는데다 롤링 스톤스처럼 전설의 반열에 오른 밴드가 있긴 하지만, 에어로스미스처럼 싱글 히트곡을 연타석으로 터뜨리지 못하고 있다.

에어로스미스의 끈질긴 생명력은 「젊은 생각」에서 비롯한다. 랩이 막 주류 음악계로 통합되던 시절, 래퍼인 런 DMC는 에어로스미스의 히트곡 「Walk This Way」를 절묘하게 랩으로 리메이크했고 이에 에어로스미스를 통참시켰다. 당시만 해도 신선했던 이 발상 덕분에 이 곡은 다시 차트 정상에 올랐었다.

뿐만 아니라 에어로스미스는 90년대 들어 MTV를 가장 잘 활용한 밴드로 손꼽힌다. 「Crying」 「Crazy」 등의 뮤직비디오에 알리시아 실버스톤이라는 10대 요정을 내세워 동반으로 인기상승하는 시너지효과를 누렸고, 타일러의 친딸인 여배우 리브 타일러까지 덩달아 스타의 반열에 올려놓기도 했다. 뮤직비디오에 사이버 스페이스를 등장시키는가 하면 CD롬 발매 등 첨단기술에 자신들을 대입시키는 마케팅을 잘 펼친 밴드로 떠올랐던 것이다.

의도적으로 화제를 불러일으키려는 에어로스미스의 행동은 여전한데 이번에는 앨범재킷과 속그림들이 철저하게 성인용이다. 그림들이 인도의 경전과 성인용 만화에서 아이디어를 빌어 그로테스크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미국의 보수적인 소비자들은 이를 빌미로 불매운동을 벌이기도 했지만 이들의 말썽꾸러기 같은 행동을 좋아하는 이들에게는 여전히 인기 최고다.

특히 이번 앨범은 70년대 음악과 비교해 별 다른 차이가 없는 「Falling in Love」가 시원시원한 사운드로 들리며, 앨범 「Get a Grip」에서 애절한 록발라드에 감동한 팬들이라면 「Hole in My Soul」에 만족할 것이다.

<박미아 팝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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