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民·軍 겸용기술 개발사업에 부쳐

소련 붕괴 이후 미국과 러시아의 군수관련 기술이 민수용으로 급속히 이전되고 있다. 야시경과 같은 간단한 광학기기에서부터 군사위성에서 사용하는 위성이동통신기기, 고도의 전투항공기술을 바탕으로 한 초고속 민간여객기 개발 등이 군수기술을 민간분야에 활용한 대표적인 사례다. 반대로 무한기술 개발경쟁이 심화되면서 국방부문에서도 급변하는 군수환경에 능동적으로 대처하기 위해 민간부문의 첨단기술들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민.군 겸용 기술(Dual Technology) 개발이 급속히 진행되고 있다.

우리와 같이 남북이 대치되어 있는 나라에서는 「국방」 또는 「보안」이라는 용어가 그 자체만으로도 군과 민간기업간에 보이지 않는 높은 벽을 의식하지않을수 없는게 현실이다. 때문에 우리나라는 국가 연구개발예산의 약 20%에 이르는 막대한 금액을 국방기술 부문에 투입하고있는데도 첨단 노하우가 단지 「보안」이라는 단어 하나로 그대로 사장될 수밖에 없는 안타까운 실상이다.

이러한 가운데 최근 국방부가 지형정보의 전산화 등 국방부문에서 개발한 기술을 민간의 차량 및 선박 자동항법장치 상용화에 활용할 수 있도록 이전하고 민간부문에서 개발된 위성통신, 2차전지 등의 첨단 기술을 국방부문에 도입하는 등의 「민군 겸용기술 개발사업」을 본격 추진하겠다고 밝혀 관심을 모으고 있다. 국방관련 과학기술연구 관계자들의 경직된 보안인식으로 그동안 가로 막혀왔던 국방기술의 산업화에 물꼬를 틀 수 있는 호기가 아닌가 싶다.

국방부는 이를 위해 최근 민군 겸용 기술개발추진기획단을 발족시키고 이를 통해 민군 겸용기술 개발대상과제로 정보통신, 센서신호처리, 소재, 유체역학, 환경 등 11개 분야 92개 과제를 선정했으며 이 가운데 1차로 정부출연연, 대학, 산업체 등에서 공동개발을 제의해 온 총 36개 과제를 최종 겸용기술 개발과제로 선정해 내년부터 연구개발에 본격 착수한다고 밝혔다. 또 내년에는 1백억∼2백억원을, 99년에는 2백억∼3백억원을 각각 투입, 2년 동안 시범사업의 형태로 운영한 후 2000년부터 본사업으로 전환하며 예산도 총 국방연구개발비의 10% 수준까지 끌어올리기로 했다는 내용도 발표했다.

탈냉전시대와 기술경쟁의 심화 등 급변하고 있는 국제환경에 능동적으로 대응한다는 차원에서 국방부의 이러한 조치는 매우 바람직한 결정임에 틀림없다. 특히 국방비의 획기적인 증액이 어려운 우리의 여건에서 민간부문의 첨단기술을 국방부문에서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민군 겸용 기술을 개발하겠다는 의지는 중복연구에 따른 자원낭비를 방지하고 민군 공동연구를 통한 시너지효과를 거두는 데 매우 합리적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국방부의 이러한 계획이 제대로 이루어지려면 민간 기업이 보유하고 있는 기술을 보다 적극적으로 국방분야에 접목시키는 노력이 있어야한다. 이는 이미 특정분야를 제외하고 대부분의 기술분야에서 민간기업이 앞서 있기 때문이다.

또 국가연구개발사업과 국방연구개발사업을 연계시키고 정부 출연연구소를 국방 요소기술 거점으로 활용하며, 산학연군간의 효율적인 정보유통을 위한 제도적 장치도 마련돼야 한다. 장기적으로는 국가과학기술 정책과 국방과학기술정책의 통합적 체계화와 함께 국방 연구개발(R&D) 계획과 민간 기술발전계획의 연계시켜 민군 겸용기술 개발계획의 수립 및 국방부문과 민간 부문의 기술자원 공유를 위한 수요 지향적 네트워크 구축 등도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이와 함께 국방과학 기술과 관련된 보안습관을 대폭 보완하고 민간과 국방과학기술분야 전문가들이 공통기술분야를 토론할 수 있는 기술교류회를 활성화하는 것도 민군 공동연구의 효과를 높이는데 도움이 될것이다. 이밖에 과학기술자문회의 위원단에 국방과학기술전문가 그룹을 포함시켜 국가과학기술정책의 기본방향을 짤 때부터 국방기술 개발과 연계시킬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하는 것도 바람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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