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초등학교 6학년 학생이고 동생은 2학년입니다. 동생이 컴퓨터를 사고 싶어하는데 가정형편이 어려워서 살 수 없습니다. 중고컴퓨터를 보내주시면 ...』
이달 중순 서울컴퓨터유지수리협동조합(조합장 김창식)에 편지 한통이 날라왔다.철자법이 다소 틀리고 엉성한 필체의 초등학교 6학년생이 보낸 사연이었다. 사연을 보낸 주인공은 경기도 이천시 송정2동 49번지에 사는 김영은 (12세)이란 여학생.
이 여학생은 우연히 동생과 함께 친구집에 놀러갔다 친구의 컴퓨터에 반해 컴퓨터를 갖고 싶은 충동을 느끼게 됐다. 그러나 김양의 집은 거택 생활보호대상자. 아버지와 어머니는 농사일을 하며 언니와 동생 등 다섯식구가 함께 어려운 살림을 꾸려가고 있는 형편이었다. 컴퓨터를 산다는 것은 엄두도 내지 못할 상황. 김양과 동생의 평소 컴퓨터에 대한 동경은 친척오빠의 귀뜸으로 해결됐다.
서울컴퓨터유지수리협동조합이 국방부의 폐 컴퓨터를 수거해 사회복지단체에 기증(본지 지난해 12월21일자)한다는 기사를 본 친척오빠가 김양에게 편지를 보내보라고 권유한 것. 김양은 사연과 함께 거택생활보호대상자 증명서까지 첨부해 보내왔다. 편지와 함께 김양의 편지를 받은 조합은 김양의 사정이 딱하기도 하고 빈틈없이 편지와 증명서까지 첨부해 보내온 용기가 기특해 수거한 컴퓨터중 가장 깨끗하고 성능이 좋은 386급 컴퓨터를 김양에게 기증했다.
조합의 한 관계자는 『우리사회의 한 부분에서는 아직도 김양과 같이 의욕이 있어도 돈이 없어 배우지 못하는 어린 학생이 많다』며 『작은 관심이 가난한 어린 학생을 기쁘게 하는 것 아니겠냐』고 말했다.
버리면 산업쓰레기로 전락하고 모으면 자원이 되는 중고 컴퓨터의 재활용문제가 5월 가정의 달을 앞두고 김양의 편지로 새삼 다시 생각케 하고 있다.
<이경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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