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레이저프린터 시장의 가장 큰 변수는 한국HP와 삼성전자 등 양대 기업을 꼽을 수 있다.
지난해 레이저프린터 부문은 큐닉스컴퓨터와 LG전자가 나란히 선두를 차지했지만 올해도 이 순위가 지켜질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먼저 한국HP가 올 들어 비약적인 신장세를 보이면서 A4기종에서만 40% 가량의 시장점유율을 기록하고 나서 레이저프린터 시장판도에 변화조짐을 보이기 시작한 점을 꼽을 수 있다.
한국HP는 올 들어 3월 말 현재까지 보급형 A4용지 레이저프린터를 총 2만6천대 가량 판매해 국내시장의 40%를 넘는 점유율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한국HP는 세계 최대의 프린터 공급업체임에도 불구하고 국내에서는 주력제품인 A4용지 레이저프린터가 수입선다변화 품목으로 지정돼 완제품과 부품반입이 금지돼 지난해 하반기부터 본격적인 영업을 시작했다.
한국HP는 지난해 2, 4분기 A4용지 레이저프린터 공급대수가 5천대에도 못미쳤지만 6개월 만에 판매량을 1만9천대로 끌어올렸고 올해 1, 4분기에는 2만6천대로 급신장해 세계 정상의 프린터업체로서의 저력을 유감없이 과시했다.
한국HP는 지난해 총 4만4천7백대의 보급형 A4용지 레이저프린터를 판매해 국내시장의 25%를 공급했지만 올해는 40%를 최저 마지노선으로 삼아 선두자리를 확고히 지키겠다는 의지를 밝히고 있다.
지난해 9월부터 레이저프린터 완제품과 엔진생산에 차질이 생겨 정상적인 마케팅활동에 제동이 걸렸던 삼성전자도 올해 시장판도를 좌우할 주요 변수로 주목받고 있다.
삼성은 지난해 말 레이저프린터 수출경쟁력 강화 차원에서 자가브랜드 수출이 시급하다고 판단, 현재 미미한 수준에 불과한 자가브랜드 비율을 올해부터 40%로 높이고 오는 98년에는 수출제품의 80%를 자가브랜드로 공급해 매출을 신장시킬 것이란 야심찬 계획을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삼성은 레이저프린터 핵심부품인 전원공급분야와 토너카트리지에 심각한 결함이 발견돼 6개월이 넘도록 정상적인 제품양산을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삼성은 최근 프린터 연구인력을 대거 투입, 토너카트리지 설계를 대폭 변경하고 주요 부품을 교체하는 등 대응책 마련에 나선 상태이며 이 달 중순부터는 레이저프린터 엔진 수요업체에 개선된 샘플물량을 공급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관련업계는 삼성이 무려 6개월간 수백억원의 직간접적 손실을 감수하면서 제품양산을 중지하고 제품을 보완시킨 점을 감안할 때 본격적인 양산체제에 돌입할 경우 전례없는 공격적인 마케팅전략을 구사할 가능성이 높다고 바짝 긴장하는 표정이다.
이들 업체는 삼성이 잉크젯시장에서 지난해 초 자체 개발한 완제품을 양산, 불과 3개월 만에 국내시장의 20% 이상을 장악하는 등 제품경쟁력이 뛰어난데다 거미줄같이 막강한 유통망을 확보하고 있다는 점을 들어 삼성의 본격적인 제품양산시 시장판도 변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같은 경쟁사의 우려를 반영하듯 삼성은 올해 내수시장에서 15만대의 레이저프린터를 공급해 53%의 시장을 잠식하겠다고 야심찬 계획을 밝히고 있다.
그러나 일부 업체는 삼성의 장밋빛 청사진에 부정적인 입장이다. 이들은 지난 6개월간 삼성이 레이저프린터 양산을 수 차례에 걸쳐 미뤄와 신뢰감을 상실한데다 이번에 개선된 레이저프린터 역시 결함이 완전히 해결됐다고는 아직 확신할 수 없을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또 정상적으로 제품을 양산하기 위해서는 3∼4개월의 안정화기간과 해외 수출제품에 대한 품질검증을 거쳐야 하기 때문에 일러야 8∼9월부터나 가능할 것이기 때문에 연말까지 엔진 형태의 OEM 판매량을 제외하고 약 4만대 가량의 제품을 공급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같은 사정을 감안할 때 국내 레이저프린터 시장판도는 삼성의 레이저프린터 정상가동 여부에 따라 적지않은 영향을 받을 것이 분명하다.
올해 레이저프린터 사업에 남다른 각오를 보이고 있는 기업이 바로 삼보컴퓨터다.
90년 이후 잉크젯프린터와 도트프린터 시장주도권을 잇따라 후발업체에 넘겨준 삼보컴퓨터는 지난해 8월 휴렛팩커드와 전략적 제휴를 체결한 것을 기점으로 더이상 레이저프린터 부문을 방치하지 않겠다는 각오를 보이고 있다.
삼보는 지난 2월부터 프린터 관련조직을 전면 재정비해 별도의 영업전담팀을 구성하고 마케팅 전문인력도 7명에서 25명으로 크게 늘리는 한편 아웃소싱 전담인력과 신규개발에 따른 연구인력 및 시스템 엔지니어도 대폭 보강한 상태다.
이와 함께 삼보는 지난 95년 PC판매본부와 통합시킨 프린터 판매조직을 최근 다시 분리하고 전담이사를 선임하는 등 프린터사업을 전면 재정비해 올해 시장점유율 5∼6%를 차지할 것이라고 밝혀 관련업계의 비상한 관심을 끌고 있다.
레이저프린터 엔진이 정상적으로 공급되느냐 여부도 초미의 관심사다.
양대 엔진공급사의 하나인 삼성전자가 6개월째 엔진공급에 차질을 빚으면서 대부분의 제휴업체들이 양산을 하지 못하고 있으며 LG전자도 생산한 엔진을 자체 수요분에만 할당하는 등 외부판매에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LG전자는 엄청난 연구개발비를 투입해 엔진을 개발했음에도 불구하고 채산성이 극도로 악화돼 엔진 판매사업 자체를 중단하는 방안을 심각하게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는 장기간에 걸친 생산중단으로 인해 한때 레이저프린터 사업 자체를 포기하는 게 아니냐는 루머도 공공연히 나돌았지만 수백억원의 손실을 감수하면서 6개월째 연구개발을 강행한 점을 감안하면 당분간 엔진 판매사업을 지속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이에 따라 A4엔진 국산화율은 지난해 이후 급속히 하락, 95년 93%였던 것이 지난해에는 71%로 낮아졌고 올해는 53%까지 추락할 것으로 전망된다.
A3용지 엔진을 공급중인 코리아제록스 역시 올해 프린터업계에 돌풍을 일으킬 업체로 주목받고 있다. 제록스 엔진은 경쟁사에 비해 생산원가가 매우 낮기 때문에 가격경쟁력이 뛰어난 것으로 평가되고 있어 A3프린터 시장판도를 크게 뒤바꿔놓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코리아제록스와 제록스 엔진을 채용한 협력사들은 최근 실시한 행망프린터 입찰에서 경쟁사보다 10% 가량 낮은 수준인 99만∼1백8만원대에 응찰해 이같은 사실을 다시 확인시켰다.
전문가들은 A3시장에서 제록스 엔진 점유율이 95년 3%에 불과했지만 96년에는 16%, 올해는 18%로 급신장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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