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기술동향] 공작기계 기술에도 네트워크 선풍

각 산업의 제품 및 기술동향을 파악할 수 있는 기회로 전시회 만한 것이 없다. 그 전시회가 그 분야 선진국에서 열리면 더할 나위 없다.

지난해 11월 도쿄에서는 세계 3대 공작기계전시회의 하나로 꼽히는 「일본국제공작기계전시회(JIMTOF)」가 열렸다. 지난해로 18회째를 맞은 이 전시회에는 역대 최대 규모의 신제품이 출품돼 공작기계 최강국 일본의 기술동향을 제시했다.

특히 「네트워크 원년」으로 표현될 만큼 이 전시회에서는 각 장비를 네트워크로 연결하는 움직임이 두드러지게 나타나 이목을 집중시켰다.

우선 주목되는 것은 개방형 수치제어(NC)와 인터넷, 인트라넷을 결합하는 새로운 시도.

일본 OSE연구회와 FA인트라넷 추진협회는 회원부스를 네트워크로 연결해 개방형 NC 상에서 브라우저(검색, 열람 소프트웨어)로 타사 기계의 가동상황이나 현장의 TV모니터 영상을 볼 수 있도록 했다. 지금까지는 제조업체가 다르면 그 NC장치는 완전히 다른 기계가 돼 접속 자체가 불가능했는데 개방형 NC의 등장으로 상황이 완전히 바뀐 것이다.

개방형 NC는 NC 내부 정보를 비롯, 인터페이스까지 호환(개방)이 가능하게 한 것으로, 한편에서 PC기능을 내장하고 있으면 표준 통신환경을 사용해 NC간 네트워크 연계가 가능해진다.

또하나 관심을 끄는 것은 데모 수준이지만 인터넷 접속을 전제로 한 공작기계의 출현. 이 경우 사용자가 제조업체의 홈페이지에 접속해 그 때마다 새로운 기술정보를 끄집어낼 수 있을 뿐 아니라 가공 소프트웨어 등을 다운로드하거나 야간 고장시 이 사실을 자동 접수할 수도 있다.

단 현 단계에선 인터넷 공작기계라 해도 홈페이지에 접속해 이용할 수 있는 곳은 사용하고 있는 공작기계의 제조업체뿐이다. 아직은 폐쇄적인 셈이다. 그러나 향후 네트워크 이용이 보다 활발해지면 다른 업체에도 접속해 사용할 수 있는 형태로 인터넷 공작기계는 실용화할 것으로 보인다.

이밖에도 네트워크와 관련해 주목되는 것은 기존 NC장치에서 그대로 PC에 네트워크로 접속할 있도록 기능이 크게 향상된 제품이 다수 등장했다는 점이다. 이를 이용할 경우 브라우저를 사용하지 않고 서버PC와 NC만으로도 공정관리 등을 포함해 진정한 네트워크 환경을 구축할 수 있다.

한편 신제품에선 21세기를 겨냥한 차세대 공작기계가 대거 출품됐다. 이 중 가장 주목되는 것은 리니어모터 구동방식 기계. 이것은 회전식 서보모터와 공모양 나사, 여기에 동력을 전달하는 기구 등으로 구성돼 있으며 기존의 운반장치를 대신해 평탄한 리니어모터를 채용하는 것이 특징이다. 리니어모터는 발열과 에너지 손실이 적고 추진력도 클 뿐 아니라 위치결정의 정확도가 높다는 장점도 있어 3차원 공간에서 공구의 위치를 움직이는 운반속도를 기존 기계의 2배 이상으로 고속화할 수 있다. 운반속도가 빨라지면 그만큼 공작기계의 생산성도 높아진다.

그 실용제품으로 이 전시회에 출품된 것은 톱니바퀴 절삭이나 정밀금형 등의 가공에 사용되는 지그연삭기. 검색장치가 상하운동하는 부분에 리니어모터를 장착해 2.3G(중력가속도)의 가속도를 달성하고 있다. 특히 검색장치가 상하운동하는 속도가 분당 4백회로, 지그연산기로는 세계 최고속을 실현하고 있으며 가공시간도 기존 제품의 3분의 1이나 4분의 1 정도에 불과하다.

리니어모터를 머시닝센터(MC)에 사용한 제품도 나왔다. 업체와 대학 등으로 구성된 LMT연구회가 출품한 분당 80m의 고속운반을 실현한 리니어모터 MC가 바로 그것이다.

그러나 리니어모터 MC의 실용화에는 당분간 어려움이 따를 것으로 보인다. MC는 범용기종이기 때문에 연삭기나 전용기와 달리 사용처에 따라 움직이는 방법이 다른데 리니어모터를 사용하면 보내는 가속도가 커져 사용방법에 따라 진동이나 소음 등 여려가지 문제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또한 MC는 통상 보내는 축이 X, Y, Z 3축이기 때문에 특히 이동방향으로 중력이 걸리는 Z(상하)축을 어떻게 잘 만드느냐가 관건인데 그 해결이 쉽지 않다.

따라서 리니어모터의 이용은 당분간 직선으로 움직이는 연삭기나 헤드를 평면으로 움직이는 레이저 가공기, 움직임에 제약이 있는 전용선 등에 한정될 것으로 보인다.

또하나의 두드러진 특징은 고속가공분야의 기술향상. 고속가공이란 MC 등 주축회전을 고속으로 하고 절삭을 얇게 하면서 운반속도를 높이는 방법으로 가공하는 것을 말한다. 이번 전시회에서는 분당 5만회전의 초고속으로 주축을 돌려 가공능률을 향상시킨 신기종이 선보였다.

이밖에도 이번 전시회에서는 위치결정 정확도가 1에 이르는 초정밀 가공기계, 첨가제를 혼입하는 방법으로 가공면을 깔끔히 마감하는 방전가공기 등 가공기계 관련제품을 비롯해 일일이 조정하지 않고 임의의 3방향을 정밀 측정할 수 있는 MC 관련기기나 측정기 자체를 덮개로 씌워 내부에 부착한 에어컨, 일정 온도 하에서 정확히 측정하는 3차원 측정기 등 각종 신제품이 대거 출품돼 공작기계 관련 기술혁신이 꾸준히 진행되고 있음을 엿볼 수 있게 했다.

<신기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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