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이 휴대전화분야의 무게중심을 코드분할다중접속(CDMA)방식으로 급속히 이행하고 있다.
관련 정부당국인 우정성이 지난 2월 현행 디지털 휴대전화분야 자국 규격에 CDMA를 추가하기로 방침을 정한 데 이어 지난주에는 차세대 휴대전화분야에도 이를 채택하기로 방침을 거의 굳혀 휴대전화분야의 중심을 CDMA로 옮기겠다는 뜻을 분명히 하고 나선 것이다.
이는 그간 휴대전화분야에서 자국 규격을 고수하겠다는 전략을 완전히 뒤집는 것으로 사실상 일본 규격이 세계화에 실패했음을 의미한다.
이는 또 휴대전화를 둘러싼 표준경쟁을 시분할다중접속(TDMA)방식의 대표적 규격인 유럽의 GSM과 CDMA, 즉 미국과 유럽간 2파전으로 압축하는 결과로 이어져 특히 차세대 휴대전화에서의 규격경쟁을 급진전시킬 것으로 주목된다.
디지털 휴대전화분야에서는 현재 GSM이 앞서고 있다. 지난 82년 유럽 통일규격으로 등장한 GSM은 92년 첫 상용서비스를 개시한 이래 세력을 꾸준히 확장, 지난해 6월 말 현재 아시아, 아프리카, 미주 등지의 70개국 이상이 채용했으며 가입자 수도 2천1백만명에 이르러 사실상 세계표준으로 자립잡고 있다.
그러나 이에 대한 CDMA의 추격도 만만치 않다. 지난 95년 10월 홍콩에서 상용서비스가 개시된 이래 한국과 미국 등이 채용했고, 올해는 일본을 비롯해 중국, 싱가포르, 태국, 러시아, 아르헨티나, 페루, 이스라엘 등도 채용할 방침이어서 GSM과의 격차를 크게 좁혀가고 있다.
일본이 세력 면에서 GSM에 약간 뒤져있는 CDMA를 선택하게 된 것은 우선 디지털 휴대전화와 관련해서는 주파수 이용효율(주파수대역당 사용자 수)이 높기 때문으로, 그 우수성은 이미 미국, 홍콩 등 상용서비스가 전개되고 있는 지역에서 입증된 상태이다.
일본은 휴대전화 가입자 급증에 따른 주파수 부족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또다른 디지털 휴대전화방식으로 미국의 CDMA, 보다 정확히 말하면 CDMA기술을 사용한 북미표준규격 IS-95를 내년에 도입할 예정이다.
그 선발주자는 휴대전화 2위와 5위 사업자인 셀룰러전화그룹과 일본이동통신(IDO). 이들은 상호 협력, 전국 단일망을 구축해 서비스에 나설 계획이다. 이로써 일본의 휴대전화 서비스시장에서는 TDMA와 CDMA기술이 양립하게 된다.
현행 일본 디지털 휴대전화서비스는 TDMA기술을 채용한 자국 규격인 퍼스널 디지털 셀룰러(PDC) 규격을 채용하고 있다. NTT이동통신망(NTT도코모)이 개발, 지난 92년부터 상용화한 PDC는 현재 NTT도코모가 전국망을 갖춰 서비스하고 있고, IDO는 간도(關東)와 도카이(東海)지역에서, 셀룰러는 간사이(關西)를 비롯해 그 나머지 지역에서 각각 지역을 양분해 서비스하고 있다.
차세대 휴대전화와 관련, 일본은 CDMA의 또다른 장점으로 평가되는 멀티미디어통신에 적합하다는 점을 주목하고 있다.
차세대 휴대전화는 유엔 산하기구인 국제전기통신연합(ITU)이 표준화작업을 추진하는 「인터내셔널 모바일 텔레커뮤니케이션(IMT)-2000」(FPLMTS)로 음성주체인 현행 휴대전화보다 진일보한 멀티미디어통신이다. 음성은 물론이고 데이터, 동영상까지 주고받을 수 있는 것이다.
이 IMT-2000규격과 관련, 일본은 지난 93년부터 정부 주도로 무선 및 방송관련 표준화단체인 전파산업회(ARIB) 산하에 FPLMTS 연구위원회를 두고 CDMA와 TDMA 두 가지 방식을 놓고 저울질해 왔다. 그러다 지난해 말부터 멀티미디어통신에 보다 적합한 CDMA로 기울어 최근 ITU에 제안할 규격안에 이를 담기로 방침을 거의 결정하게 된 것이다.
이와 함께 주목되는 것은 정부와는 별도로 작업을 추진해 온 NTT도코모가 IMT-2000규격으로 이미 CDMA기술을 근간으로 하는 광대역 CDMA규격을 마련중이라는 점이다.
광대역 CDMA방식은 한마디로 IS-95를 크게 앞선다. 확산대역폭이 5로 IS-95방식의 1.25보다 넓어 주파수 이용효율을 더 높일 수 있다. 이 때문에 전송속도도 그만큼 빨라질 뿐 아니라 전송속도를 보다 자유롭게 변경할 수 있다.
NTT도코모는 이 광대역 CDMA방식을 빠르면 99년 일본에서 상용서비스할 계획이다.
현재 ITU에 제안할 IMT-2000규격을 마련하고 있는 곳은 일본을 비롯해 미국과 유럽 등 3개 지역이다. 현재 미국은 이미 상용서비스를 실시하고 있는 개인휴대통신(PCS)을 그대로 IMT-2000규격으로 제안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유럽은 GSM의 개량방식을 준비중인데 다른 한편으로는 2000년으로 예정돼있는 IMT-2000 서비스 개시시기를 늦춰 현행 GSM의 수명을 더 연장시키는 방안도 모색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일본정부는 자국 방식을 포기하고 미국의 CDMA를 IMT-2000규격으로 삼기로 방침을 수정했다고 발표한 것이다. 이 발표는 사실 모호하다. 미국의 CDMA방식이 NTT도코모가 추진하는 광대역 CDMA를 포함하는지, 아니면 미국의 PCS를 지칭하는지 명확하지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제3세대 휴대전화로 불리는 IMT-2000의 규격경쟁에서 미국을 뿌리로 하고 있는 CDMA에 일본이 힘을 실어준 것만은 사실이다. CDMA와 TDMA방식의 대표주자인 GSM간의 다툼으로 압축된 차세대 휴대전화 규격경쟁에서 일본의 선택이 어떤 결과로 나타날지 주목된다.
<신기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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