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한 기회에 인도에 진출한 미국의 통신사업자들과 허심탄회한 대화를 나눌 기회가 있었다. 『왜 너희는 인도시장 진출에 그토록 적극적인가』라고 넌지시 묻자 『인도는 영어권의 국가로 우수한 기술력을 저렴하게 조달할 수 있고 10억의 인구가 손짓하고 있어 도저히 저버릴 수 없다』가 그들의 대답이었다.
나를 전율시켰던 것은 마지막에 내뱉었던 말이었다. 『세계 통신시장을 선점하려면 중동이나 아프리카에도 진출해야 하는데 이들 국가들은 반미적 기질이 있어 우리가 직접 진출할 경우 거부감이 생길 우려가 있어 그들과 우호적인 인도인을 앞세워 이들 국가에 진출하려 한다』는 것이었다.
지난번 인도 기본통신사업권 경매 시 AT&T사가 자격미달로 곤경에 처했을 때 미국정부 차원의 로비를 동원해 참가자격을 완화시키면서 입찰에 참여, 사업권을 취득했고 지금도 인도 전역이 이들 회사들의 광고탑으로 장식되고 있다는 점이 불현듯 생각이 났다. 그러고 보니 이것이야 말로 이들이 마지막으로 덧붙였던 말을 인증하는 사례가 아닌가.
우리가 후진국이라고 폄하해 버리는 인도인들은 국제무대에서 어떠한 역할을 맏고 있을까.
인도는 2차 세계대전 종결로 영국에서 독립하면서 비로소 완전한 통일국가를 형성할 수 있었고 독특한 사회주의 이념을 표방하면서 오랫동안 제3세계권의 맹주 역할을 자부해 왔다. 그들은 엄청난 인구로 전세계에 고른 교민층을 형성하고 있고 해박한 지식과 뛰어난 언변술, 유창한 영어로 국제 무대에서 영향력을 행사해 왔다. 특히 최근에는 개방정책 도입의 여파로 국력이 신장되면서 국제무대에서의 입김도 한층 강화되고 있다.
지난 12일부터 15일까지 4일간 인도 뉴델리에서 「글로발 텔레콤 97 쇼」가 개최됐다. 통신이라는 단일 주제를 가지고 처음 개최된 금번 전시회에 한국통신이 처녀 출전하다 보니 현지 언론들의 집중 취재대상이 됐다.
『왜 한국통신은 이제야 인도에 들어오는가. 너무 늦은감은 없지 않은가』라는 그들의 질문에 『한국은 지난 짧은 기간에 고도의 성장을 이뤘고 그 과정에서 너희들에게 보탬이 될 수 있는 경험과 기술, 자본을 가지고 있다. 너희 인도인들의 관점에서 볼 때 한국은 다른 선진국들과는 달리 조금만 노력하면 따라 잡을 수 있는 거리에 있지 않은가. 또한 우리의 입장에서 보면 인도는 영어를 구사하는 양질의 우수한 인력을 저렴하게 활용할 수 있어 한, 인도간 서로의 제휴로 모두에게 보탬이 되는 윈-윈(Win-Win) 전략이 될 수 있지 않겠는가. 이러한 차원에서 우리는 인도에 진출하는 것이며 지금이 적기라 판단된다』고 응수했다.
정보산업은 그 어느 분야보다도 영어 의존력이 크며 기술변화 추세가 빠르다. WTO의 개방물결로 국제무대에서 생존하려면 적시에 호환성 있는 제품들을 지속적으로 선보여야만 할 것이다. 우리가 개발한 제품들을 인도인들과 함께 다듬어 호환성을 키워 세계 시장에 공동으로 진출하는 전략이 우리나라 정보산업의 세계화에 크게 기여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김영재 한국통신 인도 델리 사무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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