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레마에 빠진 백색가전 해외생산
백색가전의 대명사로 불리는 냉장고, 세탁기 등의 해외생산은 과연 국내 생산을 통한 수출에 비해 유리한가. 가전제품 해외투자 진출이 이제 본궤도에 올라섰는데도 이들 백색가전 제품의 해외생산에 대해선 아직 어느 누구도 자신있게 성공을 점치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전자3사의 해외진출 청사진과는 대조적으로 주춤거리는 현상마저 여기저기서 나타나고 있다.
지난해 하반기에 전격 철수한 LG전자 이탈리아 냉장고공장이나 증자와 철수 사이에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는 삼성전자 슬로바키아 냉장고공장, 공기방울기술로 시장수요를 뒤바꿔 보려고 했으나 아직까지 별다른 진전이 없는 대우전자 폴란드 세탁기공장 등 지역별로 문화와 관습에 민감한 백색가전의 한계를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LG전자 이탈리아 냉장고공장의 경우는 관련 부품산업이 발달해있고 유럽내에선 더운 지역에 속해 시장수요도 풍부하다는 판단아래 지난 92년부터 유럽시장에서 주류를 이루고 있는 소형(3백ℓ급 이하) 냉장고를 생산했으나 결국 실패한 케이스. 똑같은 조건에서 치열한 가격경쟁을 벌이고 있는 현지업체들의 벽을 뛰어넘지 못한게 주 원인이다.
삼성전자 슬로바키아 냉장고공장은 진난해까지만 해도 지분을 44.8%에서 85%로 늘려 유럽시장을 무대로 삼성스타일의 공격적 경영을 펼치려 했으나 합작선인 칼렉스측 반발로 뜻을 이루지 못하고 올들어서는 이와 반대로 철수쪽으로 선회했지만 이도 여의치 않은 실정이다. 삼성은 경영호전을 기대하기가 어렵다고 보고 칼렉스 공장에 설치한 냉장고용 컴프레서 설비 투자대금만 회수하면 발을 뺀다는 방침아래 현재 자금회수및 철수에 따른 사항을 슬로바키아 정부측과 협상중인데 난항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우전자 폴란드 세탁기 공장은 드럼세탁기가 판치고 있는 유럽시장을 펄세이터 방식인 공기방울(전자동) 제품으로 대체시키는 교두보로 삼아 1년여동안 현지시장에서 테스트 마케팅을 실시, 초기에는 다소 관심을 끄는 듯했으나 최근에는 판매가 저조해 2조식 값으로 밀어부치는 등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밖에 현재 해외에서 가동중인 전자3사의 냉장고, 세탁기공장 중 흑자를 내고 있는 곳이 단 한군데도 없다는 사실에서 이들 제품의 해외현지 생산에 대한 고민의 정도를 가늠케 하고 있다. 또 투자회수를 위한 단위 생산규모를 갖추고 있는 공장도 거의 없어 앞으로의 경영정상화에도 먹구름을 드리우고 있다.
일반적으로 영상기기에 비해 설비투자 비용이 훨씬 많은 냉장고, 세탁기 등의 경제단위 생산규모는 연간 30만대 정도. 하지만 이를 풀가동시키려면 연간 3백만대 수요의 대단위 시장에서 시장점유율을 10% 수준이 돼야하는데 현재 이런 규모의 생산능력을 뒷받침할 수 있는 시장장악력은 전무하다. 따라서 전자3사가 당장 이들 공장의 흑자를 실현하는 것은 꿈같은 이야기다. 일본 기업들조차도 이들 백색가전 제품의 해외생산은 꺼리고 있는 상황이다.
그렇다고 한국 본사에서 생산, 수출해 해외시장을 넓혀가는 것도 한계가 있다. 이는 한국에서의 제조여건이 갈수록 악화되고 있는 탓도 있지만 수출에 따른 물류비용 부담이 가장 큰 이유이다. 냉장고 한 대를 중남미 지역에 실어나를 경우 비슷한 용량의 컬러TV 3대를 수출하는 것보다 실익이 없다는 계산이다.
세탁기는 물류부담외에 지역별로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제품이 서로 다르다는 점이 큰 걸림돌이다. 현재 전자3사가 주력으로 생산하는 펄세이터 방식의 세탁기는 한국과 일본 그리고 동남아 및 중남미 일부 국가, 중국 일부 지역 등으로 국한돼 있는데다 드럼세탁기의 영역이 넓어지고 있어 이를 타개하지 못하고는 현지생산을 통해 경영수익을 기대하기가 곤란하다.
이에따라 LG전자와 삼성전자는 이들 백색가전 제품의 해외투자에 신중론을 보이고 있다. 한국에 이은 제2의 생산기지인 중국과 동남아 일부 지역을 제외하고는 신규 투자진출에 소극적이다. 요즘 새로운 투자진출 지역으로 부상한 브라질에도 이들 냉장고와 세탁기 생산은 추진하지 않고 있다. 대우전자만이 유일하게 냉장고와 세탁기의 해외현지 생산에 열성을 보이고 있다. 대우전자는 LG, 삼성과는 달리 해외현지 생산을 통해 스스로 독창적이라고 판단하고 있는 공기방울과 입체냉각 기술로 기존의 시장수요를 대체해나가겠다는 전략이다.
<이윤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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