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마당> 국가경쟁력과 기술개발

국가경쟁력 향상의 중요한 요소로 기술력 향상을 든다. 실제로 작년 말 서울을 방문한 미래학자 대니얼 벨 박사도 한국경제의 어려움이 일과성 현상이라기보다 우리나라 사회, 경제의 구조적인 결함에 있다고 판단하고 한국과 일본이 종래의 모방과 개선에 의존한 기술발전의 형태를 벗어나 독창적이고 기초적인 기술발전 없이는 이제까지의 고속성장이 한계에 도달한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사실 우리나라의 연구 수준은 예외가 있기는 하지만 선진국에서 이미 개념이 정립돼 있는 분야를 따라 가는 연구가 대부분이다. 일부 산업계의 경우 세계 최초의 제품을 내놓고 있기도 하나 많은 분야에서 원천기술의 핵심부품 때문에 애를 먹고 있다. 우리의 기술력을 한 단계 뛰어 넘게 하는 원천기술을 확보하려면 우리가 흔히 저지르는 몇가지 잘못을 고쳐야 한다.

우선 연구는 꼭 관리해야 한다는 생각을 과감히 떨쳐버려야 한다. 연구는 관리자가 하는 것이 아니고 연구원이 수행하고 연구원이 결과를 내는 것이다. 처음에는 예산편성과 투입인원의 검토로 시작한 관리가 그 도를 넘어 연구 수행방법은 물론 연구 결론에까지 간여하게 되어서는 근본적인 문제를 일으킨다. 물리학에 불확실성 원리라는 것이 있다.

이 원리에 의하면 우리가 물체를 볼 수 있는 것은 빛이 물체에 간섭을 하여 우리에게 다시 돌아옴으로써 그 물체가 감지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물체는 그 간섭으로 인해 벌써 원래의 속성에 변화를 일으키게 되므로 우리가 감지한 내용은 원래의 내용과는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특히 전자현미경으로 미세한 물체를 관찰할 때 어떻게 하면 피사체의 파괴나 변형을 최소화하고 원래의 형상을 관찰할 수 있는가가 관건이다.

연구도 마찬가지다. 연구가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를 지나치게 관리하다 보면 원래의 연구목적은 사라지고 관리와 감시를 의식한 연구로 변형되고 관리자가 이해할 수 있는 수준으로 단순화하고 퇴화하게 마련이다. 한계를 돌파하는 데 필요한 모험심은 간데 없고 예측할 수 있는 결과에 만족할 수밖에 없게 된다.

어느 정도의 관리가 필요하다는 점을 인정하더라도 연구관리는 역시 연구를 수행해 본 사람이 해야 한다. 이는 미국의 NSF프로젝트 관리에 연구경험이 풍부한 교수나 산업체의 과학자들이 관리직으로 자리를 옮겨 국가프로젝트를 관리하는 것이 좋은 예다. 회사의 경영을 전문적으로 진단하고 조언하는 선진 외국의 컨설팅회사들을 보면 이들이 동원하는 진단 전문가들을 보더라도 직접 회사를 경영한 경험이 있거나 언제라도 유수한 회사의 최고 경영자로 옮겨 앉을 능력이 있는 사람들로 구성돼 있다.

독창적인 연구결과를 바란다면 연구비를 주고 잊어 버리는 것이 가장 이상적일 것이다. 연구 수행자에게 절차와 방법에 대한 최대한의 재량권을 주고 결과 위주의 관리를 함으로써 연구 수행자의 창의성이 살 수 있는 환경이 정착되기 위해서는 학회와 같은 기술자들의 활동이 활발하고 수준 높은 학술활동을 통해 자율적인 여과기능을 행사함으로써 외부 간섭의 부작용을 최소화시킬 수 있어야 한다.

연구는 수많은 실패와 시행착오를 거쳐서 새롭고 의미있는 결과를 얻는다는 진실이 수용되고 참고 배우는 연구환경이 조성될 때 우리의 기술경쟁력도 살아 나고 선진국으로 도약할 수도 있을 것이다.

<李容璟 한국통신 연구개발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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