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를 포함한 아시아의 네마리 용(龍)들의 성장이 둔화되고 있다는 소리가 높아가고 있다. 지난 몇달 동안 서방언론들은 이들 국가의 고도성장세가 꺾이고 경쟁력을 상실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그 원인을 분석했다.
주요 원인으로 이들은 선진국들의 수요 부진, 달러화의 강세, 반도체시장의 침체와 메모리칩 가격의 폭락 등을 꼽고 있다. 이것이 일시적이거나 주기적인 현상이라는 견해가 나오기도 했으나 최근 들어서는 장기침체에 들어선 것으로 진단하는 것이 지배적이다.
이들 국가가 공통적으로 안고 있는 문제는 고임금, 고물가, 고금리에다 저능률과 제도적 문제로 경제체제를 구조적으로 재편하지 않고는 성장이 한계에 이르렀다고 지적되고 있다. 심지어 어느 잡지는 『한국경제의 기적은 끝났다』고까지 혹평하고 있다. 물론 이들의 지적이 모두 옳다고 보기는 어렵다. 사람에 따라서는 약간의 편견이나 질시가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아무튼 외국 언론들의 지적이 아니더라도 우리 경제가 위기에 처해 있다는 것을 부인할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대기업에서 작은 점포를 운영하는 사람에 이르기까지 희망적인 전망을 갖고 있는 사람을 찾아보기 어렵게 됐다. 또 지난해부터 눈덩이처럼 불어나기만 하는 무역수지 적자는 올해들어 2개월 동안에 이미 55억달러라는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그러면서도 각종 외국 사치품을 마구 들여오고 있다. 작년 말경 바람을 일으키던 「경쟁력 10% 높이기 운동」마저도 목적을 거두었는지 불분명한 채 실종되고 말았다. 이러다가는 기업들이 의욕을 상실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위기감이 확산되고 있다.
그렇다고 우리는 언제까지나 좌절이나 실의에 빠져 있을 수만은 없다. 국민소득 1만 달러를 달성한 우리는 이제 선진국 문턱에 와 있다. 경제각료도 새로 임명됐다. 우리는 위기에 빠졌을 때 이를 슬기롭게 잘 극복해온 저력을 갖고 있다. 정부, 경제계, 국민 모두가 고통을 분담하면서 자신감을 가지고 심기일전해야 할 때다. 그리하여 「용」의 자존심을 되찾아야 한다.
존 나이스비트가 『세계의 중심이 아시아로 오고 있다』고 역설하지 않았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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