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분의 국내 산업기술은 선진 일류기술과 비교해 상당한 격차를 보이고 있지만 통신분야 만큼은 차이가 별로 없다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우리가 제대로 대비만 한다면 시장을 개방해도 외국과의 경쟁에서 충분한 승산이 있다고 봅니다.』
이천표 통신개발연구 원장은 1년 앞으로 다가온 통신시장 개방과 관련해, 통신분야의 경우 타산업에 비해 상대적으로 경쟁력을 갖추고 있어 크게 걱정할 필요가 없으며 오히려 경쟁질서만 바로 잡는다면 국민들의 생활편익과 국가발전에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역설했다.
이 원장은 따라서 올해도 예년과 마찬가지로 많은 정책연구과제를 맡고 있어 눈코뜰새 없이 바쁘지만 수요, 공급 원칙에 따른 올바른 경쟁 및 요금질서가 확립될 수 있도록 질서기준을 마련해 정책에 반영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이 원장을 만나 급변하는 국내 통신시장이 안고있는 현안과 전망, 그리고 정보통신 분야의 경쟁력강화 방안 등에 대해 들어봤다.
통신개발연구원을 소개해 주시지요.
정보통신부 산하의 정부출연 기관으로 정보사회 구현과 이와 관련된 사회 각 부문의 정보화에 관한 과제를 사회과학적인 시각에서 현실적이고 체계적으로 조사, 연구, 분석해 국가의 정보사회 추진계획 및 정보통신 분야의 경제정책 수립에 기여하고 있으며 현재 각 분야의 박사 43명이 연구원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통신개발연구원의 역할에 대해 말씀해 주시지요.
우리나라를 포함해 세계 각국이 21세기 유망산업으로 떠오르고 있는 정보통신 분야에 많은 관심과 투자를 쏟아붇고 있는 등 이 분야는 하루가 다르게 급변하고 있어 방향 제시가 필요한 때입니다. 따라서 우리 연구원은 정보통신산업을 주관하고 있는 정보통신부가 올바른 정책을 수립하고 기업들이 효율적인 투자를 할 수 있도록 관련 정책연구를 통해 청사진을 제시하는 역할을 맡고 있습니다.
올해의 주요 사업계획은 어떻게 설정하셨습니까.
정보통신산업이 해마다 확대되고 있어 올해도 연구해야할 과제가 산적해 있지만 현안문제를 좀 더 심층적으로 연구하기 위해 연구과제를 지난해보다 적은 24개를 선정했습니다. 이처럼 올해는 단기적인 연구과제를 줄인 대신 정보화문제를 비롯해 정보통신 부문의 효율적 투자방안과 통신시장 개방에 따른 경쟁질서 확립 등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과제를 선정, 장시간에 걸쳐 집중적으로 연구할 계획입니다. 이와 함께 정책지원사업과 연구지원사업도 좀 더 활발하게 전개할 방침입니다. 특히 올 상반기 중에는 그동안 리서치한 자료를 활용해 우리나라에서 진행되고 있는 통신정책이 일관성을 갖고 있는지를 평가, 이를 바탕으로 법, 제도 정비를 위한 대안을 제시할 계획입니다.
최근 정보통신 부문에 대한 대규모 투자가 이뤄지고 있는데 효율적인 투자방안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세계 주요 국가들이 정보통신산업을 미래 전략산업으로 선정하고 대규모 투자를 벌이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주요 대기업들도 사업다각화의 일환으로 앞다퉈 정보통신 부문에 뛰어들어 대규모 투자를 계획하고 있으며 정부와 공기업들도 마찬가지입니다. 대표적인 것이 정보고속도로 건설로 정부와 공기업, 그리고 민간기업이 참여해 2015년까지 약 45조원을 쏟아부을 계획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따라서 지금은 합리적이고 효율적인 투자방안과 중복투자를 방지할 수 있는 대책을 서둘러 마련할 때입니다. 이를 위해 통신개발연구원에서는 정부와 공기업의 대규모 투자(선도투자)에 따라 민간투자(유발투자)가 활발히 이뤄져 상승효과를 얻을 수 있도록 다각적인 리서치와 연구를 통해 가장 이상적인 청사진을 제시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통신시장의 경쟁질서가 바뀌고 있는데 바람직한 방향은 무엇이라고 생각합니까.
한국통신의 독점체제는 데이콤의 시외, 국제전화사업 참여로 복점체제로 바뀌었으며 지난해 27개 신규 사업자가 선정되고 올해 추가로 6∼7개 사업자가 선정되면서 시장경쟁은 과점체제로 전환되고 있습니다. 아울러 내년에 통신시장이 개방되면 경쟁체제는 더욱 복잡한 양상을 띨 것으로 예상됩니다. 따라서 지금은 무엇보다도 우리 경제와 국민후생에 도움이 되는 새로운 경쟁질서를 확립하고 수요, 공급의 원칙에 따른 요금책정 기준을 마련하는 등 서둘러 대책을 마련해야 합니다. 현재 통신개발연구원에서는 정부를 대신해 이러한 새로운 질서기준을 마련하기 위해 구체적이고 심도깊은 연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최근 인터넷 보급이 급속히 확산되고 있는데 인터넷의 허와 실에 대해 말씀해 주십시오.
통신개발연구원에서도 인터넷 보급확산에 부응, 홈페이지(http://www.kisdi.re.kr)를 개설해 놓고 있으며 연구원들은 최신 정보와 자료를 얻기 위해 인터넷을 자주 사용하고 있지만 접속이 잘 안되는 등 사용환경이 매우 열악한 편입니다. 이처럼 인터넷 접속이 잘 안되는 것은 연결망이 부족한 것도 있지만 그보다는 쓸데 없이 인터넷에 접속하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우선 인터넷에 대한 환상을 버려야 합니다. 모든 국민들에게 인터넷을 활용할 수 있게 한다는 것도 문제가 있습니다. 인터넷을 제대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586컴퓨터를 비롯해 각종 SW와 접속료 등 연간 유지비가 1만2천달러에 이른다는 보고서가 있습니다. 따라서 인터넷의 본거지인 미국에서도 PC사용자 중 불과 30%만이 인터넷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는 단지 사진 몇 장을 보고 영어학습을 위해 학생들에게 인터넷을 활용토록 하는 것은 엄청난 비용 낭비입니다. 인터넷을 사용하려면 최소한 대졸 이상으로 이를 통해 1만2천달러 이상의 부가가치를 올릴 수 있는 사람들이 사용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끝으로 정부의 통신정책에 관한 의견을 듣고 싶습니다.
정보통신 산업의 육성을 통해 21세기 선진국 대열에 진입하기 위해선 관련 부처간의 적극적인 협력을 통해 일관성있는 정책이 이뤄져야 합니다. 이를 위해 단기적이나마 정보통신정책과 관련해서는 정통부에 힘을 실어줄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우리 정부는 정책기능을 연구하는 인력이 매우 적다는 측면에서 작은 정부에 속하는 데 앞으로 이 분야의 전문 고급인력을 적극 육성하고 통신개발연구원 같은 국책연구소도 하나 둘씩 늘려나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김종윤기자>
약력 소개
44년 서울 출생
67년 서울대 경영학 학사
69년 서울대 경제학 석사
76년 브라운대 경제학 박사
79년 한국개발연구원 수석연구원
현재 서울대 사회과학대학 교수
현재 금융발전심의위원회 위원
현재 통신개발연구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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