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가산전자의 美 벤처기업 인수

국내 중견 멀티미디어 업체인 가산전자가 세계 멀티미디어시장를 주도하고 있는 미국 재즈멀티미디어사의 주식 52%를 인수, 경영권을 넘겨받았다.

가산전자는 이번 인수를 계기로 재즈사의 탄탄한 기술력과 마케팅력을 기반으로 오는 2000년까지 매출 4천억원 규모의 세계적인 종합 멀티미디어업체로 부상한다는 야심찬 계획이다. 지난 93년 벤처기업으로 창업한 재즈사가 그동안 MPEG, VGA, 3D, 위성방송 수신카드, 디지털 세트톱박스, 웹TV 등을 개발해 세계 멀티미디어시장을 주도해 온 점을 감안할 때 가산전자의 청사진은 이상만은 아닌 것 같다. 재즈사가 가진 자산인 첨단 디지털 영상제품 기술개발력과 전세계 40개국에 걸친 판매망을 어떤 경영혁신책으로 효과를 극대화시키느냐는 과제가 남아있긴 하지만 이번 재즈사의 인수로 세계 멀티미디어시장에서 한국기업의 위상이 더욱 높아졌다는 점은 분명하다. 우리 중견기업들의 도전적인 기업심이 미국의 유통망과 브랜드 인지도에 접목될 기회를 얻게 된 것이다.

가산전자의 이번 재즈 인수는 LG전자의 제니스, 삼성전자의 IGT와 AST, 현대전자의 AT&T 비메모리 반도체부문 인수 등과 같은 맥락으로 기술장벽을 뛰어 넘는 동시에 멀티미디어 사회를 열어가려는 우리 기업의 공격적인 세계화 의지의 표출이기도 하다.

우리가 가산의 재즈멀티미디어사 인수에 주목을 하는 것은 과거 2,3년간 우리 대기업들이 인수했거나 지분참여한 해외투자 기업들이 적자행진을 계속하거나 경영관리가 제대로 안되는 등 애물단지 노릇을 하는 사례가 적지 않은 상황에서 경영상태도 양호하고 세계적으로 지명도 높은 벤처기업을 그것도 국내 중견업체가 처음으로 인수했다는 점이다. 이는 현재 세계화를 추진하면서 주요 지역에 직접투자로 거점을 마련하는 방안과 엄청난 초기 투자비용을 감수하고라도 지명도 높은 벤처기업 인수해 진출하는 방안을 놓고 고민중인 중견 멀티미디어업체들에 선례로 작용할 것이기 때문이다.

가산전자측은 이번 인수를 발표하면서 『미국업체를 단순히 인수하는 것이 아니라 두 회사가 독립적으로 운영하면서 융합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멀티미디어분야의 원천기술이나 마케팅 능력을 가졌지만 규모의 경제가 절실한 재즈와 통합 기술력이 있지만 글로벌 마케팅 능력이 필요했던 가산이 융합하면 상당한 시너지 효과를 누릴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우리 기업들이 해외투자에서 실패했던 대표적 원인이 사업특성에 대한 사전 점검없이 무리하게 투자하거나 해외기업 인수 전략부재 등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옳은 방향이라고 본다.

문제는 이제 인수한 기업을 어떻게 관리하느냐에 성패가 달려 있다. 우선 인수기업의 보유기술을 하루 빨리 지적 자산으로 전환시켜야 한다. 지식과 기술은 서류로 남는 것이 아니고 회사 종사원의 능력 속에 내재해 있는 것이다. 인수 합병과정에서 기술 보유자가 떠나면 그때까지 권리로 확보되지 못한 인적 자산은 사라진다. 그만큼 기술보유 인적 자산관리에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또 현지화된 인수기업의 경영권과 기업문화는 존중되어야 한다. 특히 고용관계법이나 기업회계관련 세무원칙은 현지법인의 경영환경에 민감하게 영향을 받는 사항이므로 투자기업의 경영방침의 현지화에 무리가 없어야 한다. 이와 함께 인수기업의 수익성 제고에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기업정보가 공개되어 있고 시장평가가 효율적인 미국내에서의 기업 생존전략은 수익률 제고가 마지막 보루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과감한 경영혁신기법과 낭비요소 제거를 위한 리스트럭처링이 필요하다.

해외투자는 최고경영자가 확고한 장기비전을 가진 상태에서 거시적인 안목에서 이루어지고, 사전단계에서부터 신중한 분석을 거쳐 투자시기와 규모가 제대로 선택되어야 한다. 또 현지화에 대한 검토가 충분히 이루어질 때 성공할 수 있다. 그동안의 선례를 교훈삼아 보다 충실한 우리 기업의 세계화가 전개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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