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르간 경계를 없애고 벽을 무너뜨린다는 크로스오버 음악이 독립적인 장르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원래 크로스오버란 「클래식 주자들이 민요나 팝음악을 노래하거나 연주한다」는 현상을 표현하는 용어에 지나지 않았다. 지난 50,60년대에 테너 유시 비을링, 리처드 터커와 같은 일부 성악가들이 민요와 팝을 즐겨부르기 시작하면서 크로스오버라는 말이 등장했다.
이를 둘러싸고 정통 클래식계는 『인기에 영합하는 외도』라고 혹평하는 부류와 『새로운 시도 또는 돌파구』로 평가하는 이들로 양분됐다. 이러한 논란은 오늘날까지 이어지고 있으나 크로스오버를 장려하는 쪽이 힘을 얻으면서 하나의 장르로 정착되고 있는 것.
플라시도 도밍고, 요요 마, 핑커스 주커만, 이츠하크 펄먼 등 정상급 클래식 주자들이 잇따라 크로스오버를 시도하면서 대중성이 확대된 후 보비 맥퍼린, 바네사 메이, 리처드 스톨츠만, 엔야, 제임스 골웨이, 리처드 클레이더만 등 만만찮은 인기를 몰고다니는 전문 크로스오버 음악인들이 다수 등장하기에 이르렀다. 크로스오버가 단순한 클래식 주자들의 외도성 음악탐험이 아닌 팝 음악인들과의 상호교류를 통해 독립장르로 대우받고 있는 것이다.
특히 톰 크루즈의 영화 「칵테일」에 삽입됐던 곡 「Don’t Be Happy」로 국내팬들에게도 잘 알려져 있는 보비 맥퍼린은 대표적인 크로스오버 음악인. 피아니스트이자 팝, 재즈 보컬리스트인 그는 작곡과 편곡능력을 겸비했으며 최근에는 모차르트, 비발디, 스트라빈스키 등을 지휘한 앨범 「페이퍼 뮤직」을 선보여 클래식 지휘자의 면모도 선보였다. 재즈의 즉흥성, 팝의 대중성, 클래식의 심도있는 예술성 등이 그의 음악을 통해 융합돼 분출되고 있다.
최근에는 「이것이 크로스오버 음악(This Is the Crossover music)」(EMI)과 보스턴 팝스 오케스트라의 「러닝 와일드」(BMG)와 같은 크로스오버 음반이 국내에 발매되기도 했다.
「이것이 크로스오버 음악」은 팝가수 중심의 크로스오버뿐만 아니라 유럽의 정통클래식, 남아프리카 민속음악을 결합시켜 대중적인 인기를 끌었던 그룹 아디무스와 북미 인디언 음악을 현대적인 감각으로 재발굴한 세크리드 스피릿 등 이른바 「월드뮤직」을 크로스오버의 범주안에 묶어놓았다.
한편 「러닝 와일드」는 스윙재즈의 대명사 글렌 밀러의 히트곡들을 보스턴 팝스 오케스트라가 재창조한 앨범이다. 앨범재킷만 봐도 크로스오버의 특징을 한눈에 알아볼 수 있다. 보스턴 팝스의 젊은 지휘자 키스 록하트(35)가 상의는 오케스트라 지휘자의 표상인 연미복을 입고 있는 반면 하의는 반바지에 운동화를 신고 있다. 클래식의 높은 벽을 파격적으로 허물어뜨리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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