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 가전 무역장벽 높아진다

국산 가전제품의 반입을 규제하려는 움직임이 신흥 유망시장으로 확산될 전망이어서 이에 대한 각별한 주의가 요망되고 있다.

가전업체들은 그동안 주로 유럽연합(EU), 미국 등 선진시장에서 수출 규제를 받아왔다.

80년대에 잇따랐던 반덤핑 조사와 최근 이들 나라가 새로 시행하고 있는 우회덤핑 조사와 이전가격 조사 등은 그 대표적인 규제장치다. 최근에는 덤핑조사와 같은 직접적인 규제보다는 소비자와 환경 보호와 관련해 각종 규격을 엄격히 하는 「보이지 않는」 규제장치가 잇따라 도입되고 있다.

그런데 최근 중국, 러시아, 아르헨티나, 브라질, 인도 등 국내 가전업체들이 유망시장으로 육성하고 있는 나라에서도 외산 가전제품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어 주목을 끌고 있다.

아직까지 통상문제로까지 비화된 사례는 많지 않지만 외국 전자업체들은 최근 이들 시장에서 유형, 무형의 각종 규제에 직면하고 있다.

특히 국내 전자업체들은 현재 불안정한 상태로 이들 시장에 진출해 있는 데다 선진시장과 달리 규제내용과 그 일정이 명확하지 않아 언제 어떤 형태의 규제를 받을지 몰라 불안해 하고 있다.

러시아는 국산 컬러TV의 수출이 활발한 시장 가운데 하나다.

국내 컬러TV업체들은 지난해 11월말 현재까지 전체 컬러TV 수출의 23%를 이 시장에 수출했다.

그런데 이 시장에서 외산 컬러TV에 매겨진 관세율은 60%다.

관세율이 30%를 넘으면 수출채산성이 전혀 없기 때문에 일본업체조차도 러시아로의 수출을 꺼리고 있다.

하지만 국내 업체들은 비공식적인 통로를 통해 15% 정도의 관세만 내고 수출하고 있는데 최근 러시아 정부가 자국 컬러TV산업의 보호를 위해 관세 밖에 특별세를 도입하려는 움직임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국내 컬러TV업체들을 불안하게 만들고 있다.

외산 가전제품에 대해 규제를 강화하고 있는 것은 중국도 마찬가지다.

중국 정부는 그동안 외국 전자업체의 투자를 적극 유치했지만 가전 분야에서는 어느 정도 자국산업의 경쟁력이 있다고 보고 최근 외국 가전업체들의 투자에 대해 규제하는 쪽으로 돌아서고 있다.

중국 정부는 그동안 현지판매 비율을 정해놓거나 판매법인의 설립을 지연시키는 등의 규제를 곧잘 사용했는데 최근에는 현지 가전공장에 필요한 설비의 반입을 지연시키는 방법을 쓰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대우전자의 天津공장은 애초 올초 가동에 들어갈 예정이었는데 설비 반입이 늦어지면서 가동이 연기됐다.

아르헨티나 브라질 등 중남미 국가에서의 외산 가전제품에 대한 규제도 이전보다 한층 까다로워지고 있다.

이들 나라는 자국 산업의 기반을 갖추기 위해 가전 완제품의 수입을 엄격히 규제하고 있다.

특히 이들 나라는 최근들어 덤핑조사와 같이 선진국이 그동안 써온 규제 장치를 도입하기 시작했는데 아르헨티나가 지난해 한국산 전자레인지와 컬러TV에 대해 덤핑조사를 착수한 것이 그 대표적인 사례다.

더욱이 이들 나라는 선진국과 달리 새로운 규제를 돌발적으로 시행해 우리 가전업체들을 곤혹스럽게 하고 있다.

이는 러시아, 중국, 인도 등 다른 지역에서도 공통적으로 나타나고 있는 현상이기도 하다.

이밖에 EU와 미국 등 선진국이 최근 시행하고 있는 새로운 규제장치가 점차 개발도상국으로 확산되는 조짐도 나타나고 있다.

말레이시아가 프레온가스를 사용한 냉장고를 규제키로 한 것과 대만이 최근 선진국과 비슷한 수준의 엄격한 전자파장해검증 기준을 마련하려는 움직임이 그 대표적인 사례다.

선진시장을 대신해 신흥 유망시장을 수출 확대의 승부처로 삼은 국내 가전업체들로서는 이래 저래 이들 지역의 통상 규제에 촉각을 기울여야만 하는 상황으로 나아가고 있다.

<신화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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