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업체들이 「자사의 메모리기술 특허를 무단으로 사용하고 있다」며 대만업체들을 잇따라 제소하고 있다.
NEC가 대만 벌석전자(모젤바이테릭스)를, 히타치제작소가 華邦전자(윈보드)를 각각 제소했다. 이들 업체는 제소를 통해 2가지를 노리고 있다.
하나는 반도체사업의 실적이 악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지적재산권을 수입원의 하나로 삼아 나간다는 것이고, 또다른 하나는 최근 급속히 늘어나고 있는 대만의 반도체분야 신규참여업체를 견제한다는 것이다.
NEC의 한 간부는 『반도체부문 특허사용요금의 수지를 오는 2000년까지 1백억엔 흑자로 전환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NEC의 이 간부에 따르면 NEC는 현재 반도체부문에서 미국, 유럽, 한국의 유력한 반도체업체들과 포괄적인 크로스 라이선스(특허교환)계약을 맺고 있는데, 최근 수년간 특허관련 수지가 계속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는 것이다.
NEC뿐 아니라 세계 주요 업체들과 크로스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해 놓고 있는 많은 일본업체들은 미국의 텍사스인스트루먼츠(TI)에 IC 기본기술과 관련한 킬비-275 특허로 거액의 사용료를 지불하고 있는 경우에서 보듯이 「전체적으로 지불액이 징수액을 웃돌고 있는 상황」이라고 이 NEC 간부는 주장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일본업체들은 크로스 라이선스의 대상이 되는 중요한 기술을 보유하고 있지 못한 대만업체를 대상으로 특허사용요금의 청구를 지금보다 더욱 강화해 나간다는 전략을 세우기 시작했다.
지난해 말 NEC는 대만의 벌석전자가 D램의 기본설계 등에 관련한 7건의 특허를 침해했다며 이 업체를 미 캘리포니아 새너제이 연방지역재판소에 제소했다. NEC는 아직까지 제소내용에 대한 언급을 피하고 있으나 대만 벌석전자측에 특허요금의 지불과 일부 메모리제품의 제작 및 판매금지 가처분을 신청한 것으로 추측되고 있다.
히타치제작소도 지난해 가을 PC 보조메모리에 사용하는 華邦전자의 S램 등이 히타치 소유의 특허에 저촉된다고 주장하면서 이 제품에 대한 미국 내 판매금지와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소송을 미국 화이트 플레인스 연방재판소에 냈다. 히타치 관계자는 제소이유에 대해 『반도체기술에는 거액의 개발비용이 소요되기 때문에 지적재산권의 침해는 절대 방치할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다』라는 점을 처음부터 분명히 밝혀 놓을 필요가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히타치의 경우에도 대만업체들로부터 라이선스 요금을 징수함으로써 다소나마 수익성을 확보하고 이와 동시에 대만 신규업체들을 견제한다는 구상이 저변에 깔려 있는 것이 분명하다.
16MD램 공급과잉으로 인한 가격하락 현상이 길게 이어지는 최근 상황에서 일본업체들로서는 새 공장을 잇따라 설립하고 있는 대만업체들이 눈엣가시임이 분명하다. 일본업체 가운데도 특히 NEC와 히타치가 앞장서 제소를 결정한 데 대해 일부 전문가들은 대만업체들과 제휴를 맺고 있는 라이벌 업체들을 견제하기 위한 전략으로 보고 있다. 현재 대만 벌석전자는 독일 지멘스와 제휴관계에 있고, 華邦전자도 도시바와 64MD램 기술이전 계약을 맺고 있다.
NEC와 히타치는 재판에서 승소할 경우 거액의 특허사용료 수입을 벌어들일 수 있다. 또 제품의 판매금지 처분 등을 인정받게 돼 다소라도 시장의 공급과잉현상 해소에 도움이 된다. 즉 일석이조의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것이다.
미 TI가 세계 반도체업체들로부터 킬비-275 특허사용료 징수를 시작한 시점은 TI의 실적이 크게 악화되기 시작한 지난 90년부터였다. 지금 일본업체들의 제소는 그 때 상황과 매우 비슷하다. 당시 미국업체들을 제치고 D램분야에서 쾌속 질주하던 일본업체들은 「TI는 지적재산권 수입으로 연명하고 있다」며 야유를 보냈다.
NEC 한 간부는 이같은 과거를 의식해서인지 최근의 대만제소와 관련해 『특허수입이 사업수입보다 많아지는 것은 피할 생각이지만 최근의 시장상황을 생각하면 지적재산권 수익의 확대는 불가피한 상황이 됐다』며 속마음을 털어놨다.
TI의 잭 킬비가 IC를 처음 만든 것은 지난 58년 9월. 따라서 이 발명의 특허권리가 소멸되는 시기는 2001년이다. 그 이전에 일본 반도체업계의 특허수지가 흑자로 전활될 수 있을지 여부는 향후 속출할 것으로 예상되는 대만업체들과의 관계에 달려 있다고 일본업체들은 보고 있다.
<심규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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