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즈> SW업체 해외 진출 어디까지 왔나 (중)

『기술력 만큼은 자신있습니다. 미국에 소프트웨어업체들이 많이 있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 편차는 대단히 심합니다. 마이크로소프트와 오라클 같은 기업이 있는가 하면 아주 형편없는 회사들도 있지요. 그 틈을 적절히 공략한다면 국내 업체들도 얼마든지 승산이 있다고 봅니다. 지리적으로 가깝고 문화적 이질감이 적은 일본, 동남아 등지도 유력한 시장입니다. 굳이 한국시장에 집착할 필요는 없다고 봅니다.』(다음커뮤니케이션 이재웅 사장)

『창업을 염두에 둔 후배들에게 차라리 외국에 나가서 회사를 차리라고 권유합니다. 불법복제, 덤핑 등으로 척박해진 국내 소프트웨어시장에서 이전투구하기 보다는 차라리 아예 처음부터 좀 더 큰 시장에서 시작하라는 거지요. 국내 개발자들의 실력과 아이디어는 이미 상당한 수준이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세계 컴퓨터업계의 흐름을 민감하게 감지할 수 있는 정보와 시장이 문젠데 이런 점을 고려한다면 아무래도 미국이 유리하지요. 물론 일본은 한국의 10배가 넘는 시장을 갖고 있으면서도 기술력이 우리보더 떨어진다는 점에서는 매력적인 시장입니다.』(핸디소프트 안영경사장)

최근 해외 시장 진출에 적극적인 소프트웨어업체 사장들의 설명이다. 이들 업계 관계자들의 지적에서도 알 수 있듯이 최근 국내 소프트웨어업체들이 해외 시장 진출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이유는 크게 세가지로 나누어 생각할 수 있다.

첫째는 무엇보다 기술력에 대한 자신감을 꼽을 수 있다. 한국이 비록 세계 소프트웨어 업계를 주도하고 있지는 못하지만 기술 개발력 만큼은 비슷한 규모의 어떤 업체와 비교해도 우위를 확보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다. 개발 능력이 탁월한데다 윈도, 유닉스, 인터넷 등 최근 컴퓨터업계의 흐름을 주도하는 기술분야에 대해서는 국내 업체들도 오래전부터 경험과 기술을 축적, 경쟁력을 갖췄다는 판단이다. 오히려 일부 관계자들은 국내 업체들이 『안방지키기』에만 너무 집착해 좋은 기회를 놓치고 있지 않냐는 지적도 하고 있다.

물론 이같은 주장은 국내 업체들의 경쟁력이 마이크로소프트, 오라클 등 거대 업체들과 비교할 수 있는 수준이라는 것은 아니다. 미국의 소프트웨어업체들도 다양한 편차를 갖고 있고 비슷한 규모의 외국 소프트웨어업체들과 비교했을 때 우리 업체들의 기술이 그래도 낫다는 것이다. 따라서 마이크로소프트, 오라클 등 거대 기업들이 메울 수 없는 빈틈을 적절히 공략한다면 해외 시장에서도 얼마든지 승산이 있다는 것이 업계의 판단이다. 이스라엘의 보컬텍사가 「인터넷폰」이라는 제품을 개발, 이 시장의 주도권을 장악하고 있는 것이 좋은 예라고 할 수 있다.

소프트웨어업체들의 해외진출이 증가하고 있는 두번째 이유는 척박한 국내 시장 환경에서 찾을 수 있다. 미국, 일본과 비교할 때 원래 시장규모가 작은 데다 불법 복제와 덤핑이 횡행하고 있어 한마디로 기업을 경영할 마음이 안생긴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지적이다. 물론 내수시장 위주의 영업을 하면 언어, 지리, 인맥 등에서 유리한 점도 있지만 현재 시장 환경이 안고 있는 부정적 측면이 너무 크다는 것이다. 따라서 기술력에서 부족할 것이 없는데 굳이 척박한 풍토의 국내에서 고생하는 것은 별다른 의미가 없다는 것이 최근 해외 진출을 서두르는 업체들이 공통된 심정이라고 할 수 있다.

세번째 이유는 기술이나 제품개발에 필요한 정보 수집 환경에서 찾을 수 있다. 세계 컴퓨터 및 소프트웨어 산업의 흐름을 미국이 주도하고 있는 만큼 현지에 법인 및 연구소 등을 설립해 정보를 수집하고 현지 흐름에 민감하게 반응한다는 것이다. 또 미국 업체들이 세계 컴퓨터 산업을 주도하는 만큼 이들과 함께 경쟁하고 협력하는 과정에서 시야를 넓히고 새로운 것을 배울 수 있다는 점도 최근 국내 벤쳐기업들의 해외 시장 진출을 자극하는 요인으로 꼽히고 있다. 즉 「호랑이를 잡으려면 호랑이굴에 들어가라」는 속담대로 소프트웨어산업의 본거지에 진출해 세계 일류업체로 발돋움한다는 것이 최근 해외 시장 진출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업체들의 전략이라고 할 수 있다.

<함종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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