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를 쓰는 사람치고 「테트리스」 게임을 모르는 이는 없을 것이다. 88년을 전후해 국내에 소개된 이 게임은 일단 이국적인데다 배경화면, 단계별 난이도 설정, 그리고 무엇보다도 지적인 도전의식을 자극한다는 점에서 아이들은 물론 직장인들의 높은 사랑을 받았다.
퇴근을 하지 않고 게임을 하는 승부사(?)들도 간혹 있었고, 점심시간 전후나 근무시간중에도 게임을 하는 사람들까지 더러 있어 관리자들이 골치를 앓았다. 그 때문에 복도 게시판에 「업무중 게임을 엄금」한다는 내용의 경고장이 붙어 있는 것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었다. 일부 테트리스 게임에는 키 하나를 누르면 화면이 갑자기 업무용 스프레드시트 화면으로 바뀌어 상사의 눈을 속일 수 있는 기능까지 있었던 것을 생각하면 「근무시간중 게임」은 한국만의 상황은 아니었던 모양이다.
이후 카드 맞추기나 지뢰찾기 등이 지금까지도 직장인들의 인기를 끌고 있는데 이는 물론 마이크로소프트사가 아예 윈도 운용프로그램에 이들 게임을 포함시켜 보급, 쉽게 접할 수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지금도 컴퓨터를 처음 지급받거나 운용체계(OS)를 바꾸거나 하는 경우 대부분의 사람들이 새로운 프로그램을 탐구하는 등 업무 외적인 일에 적지 않은 시간을 쏟는 경우를 종종 볼 수 있다. 새로운 OS에 게임이 있는 경우는 특히나 컴퓨터를 붙드는 시간이 길어지는 것이 보통이며 이처럼 높은 지적 호기심을 보이는 사람들의 프로그램 활용도가 높은 것 또한 일반적이다.
경기도 S시는 최근 전산담당관실 직원들을 동원해 본청과 구청, 실, 과, 소, 동사무소의 업무용 컴퓨터 5백여대의 각종 오락프로그램을 삭제키로 했다고 한다. 지운다고 아주 지워지는 것도 아니고 다시 설치하려 들면 막을 수도 없다는 점을 시당국자가 모를리도 없건만 「오죽했으면」 하는 마음이 들지 않는 것도 아니지만 「구시대적 발상」이라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컴퓨터 게임 역시 일종의 도구일 뿐이고 이를 어떻게 즐기고 절제하느냐 하는 것은 각자의 성향과 그 조직의 분위기에 좌우되는 것인데 정작 조직의 뿌리 깊은 문제는 외면하고 컴퓨터 게임만의 문제로 애써 축소 왜곡해 생각하려는 것은 아닌가 하는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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