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대경] 한국IPC 부도 채무변제 놓고 대립

한국IPC 부도로 인해 피해를 입은 채권자들의 채권회수는 어떻게 될까.

전체부도액이 1천5백억원을 웃도는 가운데 용산전자상가 관련 중소업체들의 피해액은 5백억원을 상회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특히 한국IPC 부도 따른 일부 채권회수는 두원그룹과의 협상으로 실마리를 찾을 수 있는 상황으로 전개되고 있다.

지난 3일 두원그룹 사옥 지하 1층에서 열린 2차 채권단 대책회의에서는 흥분된 어조로 채권자들이 두원그룹의 어음변제를 주장했다. 이미 지난달 30일 부도난 멀티그램의 배서어음을 증거자료로 제시했다. 멀티그램은 두원전자가 총 자본금 6억원중 33.3%인 2억원의 지분을 가지고 있는 업체.

따라서 채권자들은 당연히 멀티그램을 두원그룹의 계열사라고 주장했다. 할부금융 5개사 일반업체 12개사가 주축이된 채권자협의회는 이날 멀티그램이 두원그룹의 계열사란 점을 입증하려는 자료들을 제출했다.

먼저 지난해 5월22일자 한국경제신문에 실린 두원그룹 김찬두 회장의 인터뷰기사중 『소프트웨어 주변기기 회사인 (주)멀티그램을 종합 멀티미디어 전문기업으로 육성할 계획』이라고 밝힌 부분을 증거로 제시했다. 또 이 기사중 그룹사현황 도표부분에 멀티그램이 기재되어 있음을 뒷받침 자료로 제시했다.

또 12만주의 멀티그램주식중 두원전자가 33.3%에 해당하는 4만주의 주식을 보유하고 있는 현황을 나타낸 주주명부를 증빙자료로 첨부했다. 조선일보 95년 10월30일자 인력채용 광고에도 두원그룹계열사에 멀티그램을 포함시킨 점과 두원그룹 사보에도 멀티그램을 계열사로 밝히는 기사를 게재한 것 등을 증거자료로 첨부했다.

이에 대해 두원그룹측은 처음에 『멀티그램은 두원전자가 출자한 회사일 뿐 계열사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이후 『노 코멘트』로 유보된 입장을 보이다가 11일 공식적인 입장을 발표하겠다고 표명했다. 그리고 11일자 각 일간지에 「(주)멀티그램의 도산에 따른 두원의 입장」을 하단광고로 게재했다.

이 광고에서 멀티그램은 두원전자가 33.3%의 지분을 투자한 투자회사일뿐이라고 두원그룹측은 주장했다. 또 멀티그램의 부도 또한 남기병사장 개인이 회사의 인감을 자의적으로 사용하여 초래된 결과이므로 두원그룹측도 피해자라고 밝히고 있다. 즉 한국IPC의 김태호 사장과 멀티그램의 남기병 사장이 공모하여 꾸민 어음사기극이란 것이 두원의 입장이다.

결국 두원그룹측은 자신들도 피해자이고 멀티그램은 단지 투자사일 뿐 이번 부도와 관련돼 어음변제의 책임이 없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채권자들은 「보험업법 재산운용준칙 3조2항3호에 따라 보험회사나 이의 자기계열 집단이 출자한 합계액이 친척, 특수관계인을 포함해 30%를 넘으면 자기계열 집단으로 편입된다」고 밝혀 멀티그램이 두원그룹 계열사로 편입된다고 주장했다. 이는 두원전자가 12만주중 4만주의 주식을 보유하고 있어 멀티그램을 두원전자의 자기계열 집단으로 분류한 것이다.

특히 채권자들은 지난달 30일 멀티그램의 부도를 두원측이 멀티그램과 연결고리를 끊기 위한 고의부도로 추정하고 있다.

해결은 팽팽한 줄다리기로 계속되고 있다. 채권자협의회에서는 각종 증빙자료를 첨부 실력행사로 맞대응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한국IPC의 부도에 따른 멀티그램 지급보증 어음 채권변제의 실마리는 두원측이 멀티그램을 계열사로 인정하느냐 안하느냐에 달려 있는 것만으로 치부하기에는 석연찮은 점이 많다. 법정소송으로 치달을 경우 채무사실에 대해 멀티그램 개인법인의 의무로 단정될 가능성도 크기 때문이다. 두원그룹과 채권자들 사이의 소모전이 될 가능성도 있다. 따라서 이번 한국IPC 부도에 따른 멀티그램 지급보증 어음의 해결은 상도의와 합리적인 지급수준 등 현명한 판단이 요구되는 사건이라고 볼 수 있다. 「易地思之」.서로가 한발씩 물러서서 숲 전체를 볼 수 있는 혜안이 필요한 때다.

<이경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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