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 PCB업계 세대교체 바람

최근들어 인쇄회로기판(PCB) 및 관련업계의 최고경영자나 간판급 인물들의 승진 및 교체 바람이 거세다.

이같은 현상은 특히 오너에게 경영권이 집중돼 있는 중소 전문업체들보다는 중견그룹이나 대그룹들의 관련 사업단위와 계열사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이에따라 이들 신진그룹이 PCB업계의 주도세력으로 떠오르면서 본격적인 세대교체 바람을 예고하고 있다.

국내 PCB산업의 대들보격으로 가장 보수적 색체를 지닌 것으로 평가된 대덕그룹이 대표적인 예. 실제 오너인 김정식 회장과 김연혁 사장 체제를 수십년간 유지해온 대덕은 지난해 유영훈, 김성기 전무를 각각 대덕산업과 대덕전자의 대표이사 전무로 발탁한데 이어 최근엔 본격적인 「책임경영」을 선언하며 이들을 대표이사 부사장으로 승진시키는 파격적인 인사를 단행했다.

사돈그룹인 대우그룹의 후방지원으로 중견그룹으로의 면모를 갖추고 있는 이수그룹 계열 이수전자는 고성장의 힘을 실어주기 위해 승진인사를 단행한 케이스. 이수그룹은 지난 95년 남양정밀을 인수,사령탑에 오른 김찬욱 대표이사 사장을 부임 1년만인 지난해 말 그룹부회장으로 전격 승진,오는 2000년 업계 선두권 진입이란 목표달성의 짐을 맡겼다.

삼성그룹의 PCB부문을 총괄하고 있는 삼성전기 조치원사업장의 간판으로 파견 1년여만에 전무에서 지난달에 한계단 올라선 서재설 부사장도 이와 비슷한 경우로 분류될 만하다. 서 부사장의 승진은 지난해 불황속에서도 비교적 고성장을 재연한 것에 대한 포상과,장차 라이벌인 LG전자는 물론 업계 1위 탈환과 세계적인 PCB업체로의 도약을 위한 「힘 불어넣기」성격으로 풀이된다.

두산전자와 함께 국내 PCB원판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코오롱그룹 계열 코오롱전자도 95년 사상 첫 흑자와 지난해 최악의 부진으로 명암이 엇갈리면서 분위기 쇄신과 그룹의 모토인 「One & Only」의 실현을 위해 지난 1월1일자로 기존 두산출신의 이법훈 대표를 고문으로 밀어내고 그룹 기조실장 출신의 김일두 사장을 영입했다.

일진그룹 계열 국내 최대의 PCB용 동박업체인 일진소재 또한 후방업종인 PCB업계의 불황에 따라 침체된 분위기를 바꾸기 위한 차원에서 지난해 대표를 이관우 사장으로 교체했다. 일진은 특히 사장 교체 이후 「새 술은 새부대에」란 모토 아래 부문제를 도입,이 사장이 동박을 포함한 소재부문을 총괄케 함으로써 새로운 변화를 꾀하고 있다.

이들 업체와는 다소 성격이 다르지만 지난해말 이지컴에 피인수되면서 상호를 바꾸고 새롭게 탄생한 이지텍(한일써키트)의 이언영 부사장도 세대교체의 주역이라면 주역. 과거 한일써키트 시절,최규갑, 정홍상 공동대표의 그늘에 가려 있던 이 부사장은 지난해말 상무에서 수 개월만에 초고속 승진한데 이어 장차 이지텍의 PCB부문을 총괄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밖에 이영표 전무의 뒤를 이어 지난해 원판업체인 두산전자의 영업대표로 등장한 김종철 이사 등 국내 PCB산업이 30년을 넘어서고 경기 부진과 양극화 현상에 따라 업계별 부침이 심해지면서 새로운 인물들이 속속 부각,PCB업계 간판급인사의 세대개편은 앞으로도 한층 가속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중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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