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날 연휴 볼만한 영화]

설 극장가에 음악을 전면에 내세운 영화 몇 편이 내걸려 눈길을 끈다.

사람들은 영화의 여운을 음악을 통해 길이 간직한다. 아름다운 배경음악 하나가 1백마디 대사보다 강한 이미지를 관객의 가슴 안에 심어 놓는다. 좋은 영화의 사운드트랙 음반이 불티나게 팔리는 것도 이같은 이유에서일 것이다.

음악과 정치적 소재를 즐겨 다루는 영화감독 앨런 파커. 그의 음악과 정치에 대한 관심의 결정체가 지금 우리 곁에 와있다. 영화 「에비타(Evita)」가 바로 그것이다.

앨런 파커가 지난 75년 뮤지컬 영화 「벅시 멜론」을 들고 영화계에 얼굴을 내밀었을 때 사람들의 반응은 비웃음과 칭찬으로 엇갈렸다. 관객들에게 비춰진 은막은 꼬마 갱스터들의 세상이었고, 그들의 손에 들려진 무기에서 발사되는 탄환은 하얀 밀가루반죽이었다. 한 마디로 애들 장난이라는 반응이 빗발쳤다. 그러나 생각하며 세심하게 지켜본 많은 관객들은 출연자들의 진지한 연기에 매료됐고, 꼬마들의 노래와 움직임 하나하나가 풍자로 승화되기에 이르렀다.

이렇듯 음악을 통해 관객들에게 오래 기억되는 영화를 만들어 온 앨런 파커의 최신작 「에비타」도 만만찮은 위세로 한국팬들을 사로잡고 있다. 일단 은막에 빛이 투사되기 시작한 후 관객들은 방대한 스케일에 가슴이 벅차오르고 무리없는 음악전개에 감탄을 금치 못한다.

『정말 훌륭했다』는 감독의 칭찬처럼 마돈나는 놀랄만 한 노래와 연기로 파커의 영화 속에 음악담기를 충실하게 수행했다. 특히 마돈나는 「Don’t cry for me argentina」 「You must love me」를 절규해 자신의 천박했던 이미지를 어느 순간 투사로 바꾸어 놓았다. 사운드트랙 음반의 국내 판매량도 10만장에 육박하고 있다.

음악과 젊음이 잘 어울어진 영화도 있다. 앨런 모일 감독의 「엠파이어 레코드」다.

곧 문을 닫을 운명에 처한 볼품없는 레코드가게를 살리기 위한 젊은 아르바이트생들의 고뇌와 행동은 진지하다 못해 비장하지만 관객들은 웃음짓는다.

가게를 살리기 위해 하루매상을 몽땅 챙겨 카지노로 향하는 루커스, 자신의 순결을 한물간 인기스타 렉스 매닝에게 바쳐야 한다는 코리, 그런 코리에게 사랑을 고백하려 연습에 몰두하는에이제이, 세상에서 남자를 유혹하는 것보다 쉬운 일은 없다는 지나, 자신을 무시하는 세상에 모의장례식을 치르는 데브 등. 다들 제정신이 아닌 것 같지만 젊은이만의 언어와 패션, 행동이 시종일관 들려오는 강렬한 펑키음악 속에 녹아있다.

엠파이어 레코드를 살리기 위한 주인공들의 마지막 몸짓도 록콘서트로 연결되는 등 이 영화에서 음악은 배경소재로서의 경계선을 넘어선다.

영화 「필라델피아」 「포레스트 검프」로 아카데미상을 연속 수상했던 배우 톰 행크스가 감독, 각본, 출연, 음반제작 등 1인 4역을 한 「댓 싱 유 두(That Thing You Do)」도 주목받는 음악영화다.

비틀스세대를 위한 영화로 밝고 경쾌한 록음악과 흥겨운 감각이 배어난다. 지난 64년 「댓 싱 유 두」라는 단 한 곡의 히트곡을 내고 사라졌던 록밴드 「원더스」를 카메라가 따라다니며 당시 젊은이들의 순수에 대한 향수와 추억을 끄집어낸다.

미국인들에게 64년은 케네디를 잃은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비틀스에 집착하던 중 베트남전쟁을 맞이했던 해다. 이 시기를 두고 미국인들은 『순수의 시대가 마감됐다』고 표현하곤 한다. 영화는 이런 시대배경을 안고 오직 음악만을 추구하던 그룹원들의 변해가는 모습을 보여준다. 특히 깔끔한 영상과 밝은 분위기의 록음악이 이야기를 가볍고 흥겹게 전개시킨다.

<이은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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