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LG전자, 대우전자 등 경쟁 관계에 있는 전자3사 사이의 전자상거래(EC)가 과연 성사될 수 있을까.
요즘 관련협회를 중심으로 전자3사가 광속거래(CALS) 구축을 위해 협력할 움직임을 보임으로써 그 방향과 결과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일렉트로피아」라는 거창한 프로젝트명을 달고 논의되고 있는 전자3사의 CALS 협력은 중소협력업체를 포함한 모든 거래를 하나의 정보통신망으로 통합, 운영해 전자산업의 국제경쟁력을 획기적으로 높인다는 것이 골자다. 즉 공동으로 사용할 수 있는 공용 부품을 발굴해 조달하고 전자제품과 부품을 공개된 네트워크에서 공동 수급하는 전자쇼핑플라자를 운영하는 것을 시작으로 물류, 각종 수발주 계약 등을 공동 운영하는 하나의 사업공동체를 구축하자는 것이다. 우선은 자금지원 측면에서 유리한 정보통신제품을 선정해 공용부품을 발굴, 인터넷에 띄워 공동구매하는 전자상거래부터 실현하는 쪽으로 의견이 모아지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꿈의 프로젝트가 실현되기 위해선 무엇보다도 전자3사가 스스로 속을 드러내 보여야 한다는 전제가 뒤따른다. 공용부품을 발굴해 공동구매하는 것만하더라도 우리 회사는 어떤 부품을 어떻게 사용하고 있는가 하는 등의 구매전략을 공개해야 한다. 전자상거래 단계에 들어가면 구매전략은 물론 생산, 판매 현황 등이 드러나게 되고 경우에 따라서는 마케팅과 신제품 개발전략까지 밝혀야 한다. 또 물류체계의 공동운영과 같은 CALS의 중심으로 깊숙히 빠져들려면 업체간 이해관계를 초월해야만 가능하다.
이제까지 사소한 일에서조차 협력하지 못했던 전자3사를 지켜보는 전자업계에선 그래서 이번 CALS 구축 협력 작업에 회의적인 시선을 보내고 있다. 전자3사 스스로도 CALS 구축을 위한 협력이 이해관계만 극복할 수 있다면 기술적으로는 큰 문제가 없다고 밝힐 정도다. 전자3사는 개별적으로 보면 그동안 글로벌 네트워크이라는 자사 정보통신망 구축과 전산 시스템 운영에 힘을 써왔기 때문에 CALS구축은 그리 어렵지 않다.
전자3사의 이같은 CALS 협력 움직임이 실현 불가능하다고 단정짓기도 곤란하며 그 필요성이 날로 부각되고 있다는 점에서 나름대로 적지않은 의미를 갖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요즘 전세계 기업들이 미래의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첨예하게 대립하면서도 필요에 따라서는 과감히 힘을 합치는 이율배반적인 행동을 서슴치 않고 있다는 점에 비추어봐도 전자3사의 CALS 협력은 당장에는 불가능한 것처럼 보여도 중장기적으로 그 필연성 때문에 전자3사 스스로 마음의 문을 열 가능성이 높다. 무한경쟁 시대에서는 혼자의 힘만으로는 살아남기 힘들다는 사실이 이미 전자업계에 하나둘씩 나타나고 있다.
<이윤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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