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크맨의 아성이 무너지고 있다.」
지금까지 헤드폰 카세트 하면 「워크맨」으로 통할 만큼 일제 헤드폰 카세트는 우리의 생활 깊숙히 침투해왔다. 용산전자상가 등 시중에서 판매되고 있는 일제 헤드폰 카세트는 대부분 수입금지된 밀수품들이지만 워낙 인기가 좋다보니 컨테이너 단위로 밀수가 성행하고 있으며 한때는 국내 헤드폰 카세트시장의 80% 이상을 차지할 정도였다.
그러나 최근 이같은 시장상황에 지각변동이 일고 있다. 일제 헤드폰 카세트의 시장점유율이 50% 미만으로 떨어진 대신 국산품의 시장점유율이 53%를 넘어서고 있는 것이다. 이같은 선풍을 주도하고 있는 견인차는 바로 LG전자의 「아하 프리」.
95년 3월 세계 최초로 무선전화기처럼 제품 본체를 꽂아서 충전하는 충전기와 전자수첩 기능을 내장한 「아하 프리」 1탄이 나온 데 이어 지난 1월엔 한번 충전으로 세계에서 가장 오래동안 쓸 수 있는 2탄이 출시됐고 내년 초에도 일본업체들이 상상하지 못할 새로운 개념의 3탄이 나올 예정이다.
「아하 프리」는 일본 업체들도 놀랄만큼 인기가 절정에 있다. 일본 소니사는 『LG전자였기 때문에 가능했다. 그러나 이렇게까지 좋은 제품을 만들줄은 몰랐다』고 찬사를 보냈다. 지금까지 기존 헤드폰 카세트는 월평균 2천5백대가 팔리면 히트상품으로 인식됐지만 「아하 프리」는 이의 10배인 월평균 2만5천대가 판매되고 있다. 또 일반적인 전자제품의 라이프 사이클은 길어야 8개월인 반면 이 제품은 벌써 95,96년 2년 동안 국내 10여개 단체에서 히트상품으로 선정할 정도다. 이 제품에 충전기를 공급하는 중소기업도 급증하는 물량을 감당하지 못해 두군데로 늘어난 상태다.
LG전자의 정인성 책임연구원(46)은 청소년들로부터 선풍적인 인기를 모은 「아하 프리」를 개발한 주인공. 그는 비록 전자공학을 전공했지만 제품개발뿐 아니라 기획에서부터 광고, 판매까지 도맡아 처리하는 만능 재간꾼이다.
그가 「아하 프리」를 히트상품으로 만든 비결은 아주 간단하다. 헤드폰 카세트의 주고객층인 청소년들을 이해하고 그들이 원하는 제품을 만든 것이다.
40대 중반을 넘어선 정인성 책임연구원은 이를 위해 나이에 걸맞지 않게 젊은이들이 즐겨입는 옷을 걸치고 청소년들이 자주 드나드는 락카페와 커피숍을 틈나는 대로 찾아간다. 또 PC통신을 통해 「온라인 미팅」을 하는가 하면 유행가요를 줄줄이 외울 정도로 젊은 문화에 익숙해 있다. 비록 얼굴엔 주름살이 잡히고 있지만 마음은 20대 초반인 것이다. 정인성 책임연구원은 『예전에 입고 다녔던 옷을 요즘엔 자식들이 입고 있다』며 『때로는 나이를 잊어버릴 수 있어 일에 재미를 느끼지만 업무특성상 성과지향적이어서 책임감이 무겁다』고 말한다.
그뿐 아니다. 정인성 책임연구원은 「아하 프리」 개발팀과 함께 94년부터 청소년들의 문화와 생활습관을 알기 위해 전국의 학원가를 돌며 학생들과 얼굴을 맞대고 수차례에 걸쳐 설문조사를 했다. 또 설문의 객관성을 갖기 위해 조사전문업체를 통해 설문을 받기도 했다. 이를 토대로 정인성 책임연구원은 청소년들이 헤드폰 카세트 사용시 건전지 충전을 가장 번거로운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돼 무선전화기 방식의 충전기를 고안했으며 어학공부에 대한 욕구가 강하다는 점에 착안해 구간 반복기능을 채용했다. 최근 출시된 「아하 프리」 2탄이 한번 충전으로 세계에서 가장 오래 재생할 수 있도록 설계된 것도 이같은 설문결과에 의해서다.
정인성 책임연구원은 『일본 아이와는 기술적으로 눌렀으며 지금의 경쟁상대는 일본업체 중에서도 소니와 마쓰시타』라며 『일제 헤드폰 카세트의 아성을 반드시 무너뜨리겠다』고 말했다.
<윤휘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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