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설] 전자파 공동연구소 설립 의미와 전망

전기용품안전관리협회 주관 아래 추진돼온 전자파장해 공동연구소 설립계획이 오랜 산고 끝에 비로소 지난 28일 돛을 올림으로써 국내 전자파 관련 대책기술개발에 획기적인 전환점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그동안 전자파장해(EMI),전자파내성(EMS) 등 급변하는 전자파규제 및 대책기술에 관한한 거의 볼모지나 다름없었던 국내 중, 소 전기전자업체들에겐 이번 프로젝트가 한가닥 「희망」으로 간주될만하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크다.

우루과이라운드(UR)타결과 세계무역기구(WTO)체제 출범으로 전자파규제가 비관세무역장벽의 대표 주자로 떠오르면서 인적자원과 자금력이 풍부한 대기업들은 최근 몇년간 만반의 준비를 갖추었으나 국내 중소 관련업체들은 사실 거의 무방비 상태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는 최소 수억원이 투입되는 전자파장비와 전문 인력의 부족이 주된 원인이다. 하지만 수십종의 제품과 수백종의 모델을 생산하는 대기업과 달리 1년에 단 몇개의 제품을 개발하는 중견 및 중소기업들로서는 전자파 관련 시설투자 자체를 과잉투자로 생각할 수도 있었던게 저간의 사정이다.

그러나 유럽연합(EU)을 필두로 미국, 일본 등 선진국들과 최근엔 중국 등 후발국들까지 전자파규제를 본격화하고 있고 우리나라도 국제적인 추세에 대응,전자파에 대한 규제범위가 계속 확대하고 있어 전자파문제는 국내 중소업체들에게 개발 및 판매의 가장 큰 변수로 부각되고 있다.

이런 점에서 이번 전자파 공동연구소설립 추진은 다소 때늦은 감이 없지 않지만 장차 국내 전자파대책기술 개발과 축적에 상당한 파급효과가 예상된다는 점에서 전기전자업계,특히 중소업체들이 거는 기대는 남다르다.

그러나 전자파장해 공동연구소가 계획대로 오는 99년 하반기에 출범하기 위해서는 적쟎은 선결과제가 도사리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가장 큰 문제는 투재재원의 확보. 최대 난제인 연구소 부지는 한양대측의 지원으로 해결됐지만 건축비와 시설투자비 등 총 1백77억원의 자금확보는 결코 만만한 일은 아니다.

실제로 현재 추진 주체인 전기용품안전관리협회가 확보한 자금은 올해 산기반자금 10억원이 전부다. 물론 묵시적으로 99년까지 전폭적인 지원 약속을 받아놓았다고는 하나 통산부의 향후 산기반자금 예산규모에 따라 상황이 달라질 수도 있다. 또한 협회측이 밝힌 산업체 지원예상금 84억원도 최근의 경기침체 분위기를 감안할때 적잖은 난관이 예상된다.

현재까지 나타난 전자파장해 공동연구소의 청사진을 고려할 때 세계 어디에 내놓아도 손색없는 규모와 장비를 자랑한다고는 하지만 민자부분에 참여해 장차 이 연구소의 장비와 인력을 실질적으로 이용할 주체인 3백여 중소업체들에게 장비를 배정,조율,관리하는 문제도 상당한 철저한 사전 준비작업이 필요한 대목이다.

더구나 이번 연구소 설립의 근본적인 목적은 전자파에 대한 전기, 전자제품의 「사후시험용」이 아니라 「사전개발용」이란 점에서 자칫 제조업체의 일급비밀급 기술이 노출될 가능성도 있어 이를 원천적으로 차단하는 확실한 방패막이 마련도 중요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그러나 어떤 시행착오와 난관이 도사리고 있더라도 이번 전자파장해 공동연구소 프로젝트의 출범은 전자파라는 새로운 위기에 처해 있는 국내 중, 소 전기자업체들에겐 현실적인 대안으로 간주되기에 충분하다는게 업계의 중론이다.

<이중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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