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일 고합그룹의 독일 바스프그룹 「바스프마그네틱사」 인수를 둘러싸고 그 배경과 향후 경영 전망에 대해 최근 공테이프 업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번 고합그룹의 「바스프마그네틱사」인수와 관련, 공테이프 업계의 최대 관심사는 인수 금액. 고합측은 바스프 상표를 향후 5년간 사용하고 바스프그룹의 영업망을 이용하기로 합의한 것으로 발표하면서도 가장 중요한 인수 금액에 대해선 입을 다물고 있는 것. 『바스프측과의 합의에 따라 인수 금액을 밝힐 수 없다』는 게 고합측의 입장이다.
그러나 관련 업계는 고합그룹이 주력 기업인 (주)고합의 매출 규모와 맞먹는 10억달러짜리 회사를 손에 넣으면서 인수 금액을 발표 않는 것에 대해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따라서 두 회사의 계약조건에 지금 당장 밝히기 껄끄러운 내용이 포함됐을 것이라는 게 관련 업계의 추측이다.
그 이유의 하나는 바스프측이 채산성 없는 적자사업을 매각하면서 고합측에 상당한 호조건을 제시한 때문이라는 관측이다. 즉 고합측이 이로 인해 바스프노조 및 독일 내 여론으로부터 받을 수 있는 비난을 의식해, 인수액의 발표를 꺼리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다. 또다른 이유로는 고합측이 상당한 금액을 제시하고 「바스프마그네틱사」를 인수한 데 따른 국내외 비난을 감안해, 인수 금액을 발표하지 못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인수 금액과 함께 관련 업계의 관심사는 고합이 어떤 이유로 바스프사의 자기기록테이프 부문을 인수했는가 하는 점이다. 이와 관련, 고합측은 『「바스프마그네틱스사」가 세계 최대의 생산능력과 최고의 코팅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데 반해 고합은 베이스 필름의 기초원료를 전문으로 생산하고 있기 때문에 이를 결합하면 강력한 시너지효과를 발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하고있다. 아울러 고합측은 마케팅, 연구개발, 전산시스템, 기술 등 여러 분야에서 「바스프마그네틱스사」의 축적된 경영 노하우를 적극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같은 고합측의 설명에도 불구하고 지난 91년 독립법인화하면서 지금까지 누적적자가 약 3천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되는 「부실투성이」의 바스프마그네틱사를 인수하는 배경으로 너무 설득력이 약하다는 주장이다.
우선 고합측은 지금까지 베이스필름이 아닌 기초원료를 생산해 왔으며 올 들어서야 2개의 필름생산라인을 가동할 예정이어서 고합측의 주장대로 이번 인수를 통해 시너지효과를 발휘할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해 관련 업계는 의문을 나타내고 있다.
특히 자기기록테이프 사업의 특성을 잘 알고 있는 업계 관계자들은 『필름 특성상 국내에서 생산, 「바스프마그네틱사」의 현지공장인 독일과 브라질, 프랑스 등지에 공급하는 것은 막대한 물류비용과 함께 충격에 약한 필름 특성상 운송도중 필름의 변형이 일어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이와 함께 고합그룹이 이번 「바스프마그네틱사」인수과정에서 독일측으로부터 별다른 반대를 사지 않는 점도 의문점으로 제기되고 있다. 최근 대우그룹의 경우 프랑스 톰슨멀티미디어사를 인수하는 과정에서 프랑스 현지언론 및 노조로부터 비난을 받은 결과 인수에 실패한 바 있다. 특히 고합측보다 한발 앞서 터키의 럭스사가 「바스프마그네틱사」를 인수키로 바스프그룹과 합의해 놓고도 노조측의 반발로 인수가 무산된 적이 있다.
이처럼 텃세가 센 유럽지역에서, 고합그룹이 현지의 분위기를 극복하고 바스프마그네틱스 인수에 성공한 것은 이채롭기까지 하다는 것이다. 고합측은 이 점과 관련, 『노조측은 급여 5%와 복리후생비 15%의 자발적 삭감 외에 근로시간의 연장 등을 결의하는 등 인수에 적극 찬성했다』고 밝혔다.
또한 인수 회사의 경영진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경영을 정상화할 수 있는가라는 점도 관련 업계의 관심을 증폭시키는 부문이다. 공테이프 업계의 한 관계자는 『현재의 경영진으로 정상화할 수 있으면 바스프가 왜 매각을 단행했겠느냐』며 부정적인 시각을 보였다. 특히 해외 업체를 인수해 본 경험이 있는 전자업체의 한 관계자는 『회사 인수 초기에 경영진 교체 등을 통해 경영력을 장악하지 않을 경우, 실패할 확률이 높다』고 말한다.
그밖에도 미디어산업의 변화 추세도 「바스프마그네틱사」의 경영정상화에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이에 대해 고합측의 신완수 상무는 『1년 이내에 이 회사의 경영을 정상화, 흑자로 전환시킬 수 있다』는 자신감을 내비치고 있다. 그러나 현재 세계 미디어산업은 자기기록테이프에서 DVD 등 광디스크로 바뀌고 있는 상황. 따라서 앞으로 자기기록테이프 분야에 대한 막대한 투자는 현시점에서 바람직하지 않다는 게 관련 업계의 시각이다.
앞으로 고합그룹이 「바스프마그네틱사」 인수를 성공적으로 이끌고 갈 것인지 이에 대한 성패 여부은 내년 초쯤이면 윤곽을 나타낼 것으로 보인다.
<원철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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