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즈> 무한경쟁시대 막오른 "황금알" 통신서비스 (1)

『그동안 이른바 경쟁이라는 명분으로 이뤄져온 복점 형태의 통신서비스 분야 구조조정은 단순한 훈련에 지나지 않는다. 실질적으로는 독점의 열매를 2개 또는 3개 사업자가 나눠먹은 것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제는 상황이 다르다. 말 그대로 적자생존이라는 정글의 논리가 그대로 적용되는 무한경쟁의 시대를 맞고 있는 것이다. 남을 이기지 못하면 내가 살아남지 못한다』 한 이동통신사업자의 대표는 신년 인터뷰에서 경쟁원년인 97년의 마음가짐을 위기감으로 대신했다. 통신사업의 패러다임이 변하고 있다. 사업권만 가지면 다발로 돈을 벌어다준다는 동화속의 「황금알 거위」는 이제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유선과 무선통신이라는 이분법도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 유선사업자에게는 무선통신사업자가 경쟁자로 등장하고 무선통신사업자들에게는 오히려 기존의 유선사업자들이 가장 강력한 적이 될 수 있다. 통신서비스 분야의 영역 파괴가 시작된 것이다. 그만큼 지난해 정부가 단행한 통신사업 구조조정 조치는 국내통신서비스 시장 구조를 근본적으로 바꿔놓은 제2의 개벽이다.오는 3월 발신전용휴대전화 서비스를 시작으로 통신사업 분야의 개벽이 본격화된다. 수십개 통신사업자가 뒤엉켜 사상 최대의 격전을 벌이게 될 향후 국내 통신서비스 시장의 변혁을 시리즈로 전망한다.

<편집자 주>

<프롤로그>

수년동안 매년 1백% 안팎의 지속적인 고성장을 기록했던 한국이동통신의 올해 매출 목표는 2조7천억원. 2조5천억원이었던 지난해 매출에 비해불과 2천억원 정도를 늘려잡았을 뿐이다. 지난해 매출 가운데 단말기 유통부문이 대략 4천여억원 정도를 차지하고 있다는 사실을 감안하더라도 그간 고속성장세를 기록한 한국이동통신답지 않은 보수적인 목표다.

『기존 경쟁사업자인 신세기통신의 공격적인 마케팅이 더욱 강화될 것이고 98년 초로 예정된 개인휴대통신 서비스를 기대하는 대기 수요가 상당수에 이를 것』이라는 게 보수적 목표에 대한 서정욱사장의 설명이다.

이러한 사정은 한국이통뿐만이 아니다. 올해 대다수 통신사업자들의 상황이 비슷하다. 외형을 팽창시키기 보다는 내실을 다지는 쪽에 경영의 비중을 두고 있는 것이다.

경쟁 도입의 파장은 이처럼 신규사업자들이 서비스를 시작하기 이전부터 나타나고 있다.

기존 사업자들은 이른바 내실 경영이라는 이름을 빌어 앞으로 나타날 경쟁서비스보다 나은 서비스를 생산해내기 위한 작업을 시작하고 있고 올해와 내년중으로 시장에 뛰어들 신규 사업자들 역시 막강한 기존 사업자를 이기기 위해 다각적인 답안을 찾아내려고 골몰하고 있다.

국내 통신사업은 분명 변혁기를 맞고 있다. 특히 독점 시대의 최대 수혜자로 꼽히는 이동통신 분야에 무한 경쟁이라는 새로운 질서로 재편되고 있다.

귀족형 이동통신서비스와 서민형 서비스인 무선호출 사이의 틈새를 노리는 발신전용 휴대전화(CT2)서비스가 3월중으로 본격적인 상용서비스를 시작하고 이동전화보다 싸고 품질좋은 개인휴대통신(PCS)가 올해말경이면 그 모습을 드러낼 예정이기 때문이다.

여기에 산업용 이동통신을 표방하는 주파수공용통신(TRS)이 전통적인 이동통신서비스가 가진 아킬레스건을 집중 공략키 위해 역시 올해중으로 서비스를 개시할 예정이어서 국내 이동통신 분야는 말그대로 한치 앞을 내다보기 힘든 상황으로 치달을 전망이다.

시내, 시외, 국제전화등 유선계 통신서비스 분야도 이제 「무풍지대」가 아니다. 이미 2개 사업자 복점 체제를 경험한 국제전화에 제3사업자가 가세한데 이어 「영원한 독점」이었던 시내전화 사업자가 올상반기 내에 허가될 것이 확실시되고 있다.

통신사업의 경쟁 도입은 통신의 전통적인 분류방식인 유선과 무선의 경계까지 파괴할 것으로 예상된다. 시내전화보다 값싼 이동통신서비스의 등장은 이제는 시간 문제다. 반대로 유선통신 쪽에서는 보다 고도화된 서비스를 개발, 휴대전화보다 훨씬 고가의 이용료를 받게 될 지도 모른다.

그런 의미에서 가입전화가 곧 음성용이라는 등식도 더 이상 성립되지 않는다.

이같은 통신사업의 변혁은 통신사업자들에게는 뼈를 깎는 시장경쟁을 강요하고 있다. 시장을 지키기 위한 가격파괴형 마케팅이 일반화될 것이고 통신사업자들은 서비스 품질의 담보없이는 생존할 수 없다는 냉혹한 현실을 경험하게 될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새로운 질서를 요구하는 통신시장의 변혁이 본격적으로 시작되고 있는 것이다.

<최승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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