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소프트과학 이제부터 시작이다

인간이 사물을 인지하는 과정을 기계에 적용해 첨단 정보기기를 개발하기 위한 인문, 사회과학분야에 대한 연구가 국내에서도 국책사업의 하나로 본격화한다는 보도다.

과학기술처는 인공지능, 신경망 컴퓨터 등 최근 급부상하고 있는 첨단 정보통신 기술개발을 위해 사람의 인지과정을 집중적으로 연구하는 소프트과학을 국책과제로 선정해 본격적인 연구에 나서기로 했다는 것이다.

과기처는 이를 위해 오는 2004년까지 2백70여억원을 투입해 연구개발정보센터, 원자력연구소, 한국과학기술원(KAIST) 인공지능연구센터 등 산하 출연연구소와 서울대, 연세대, 성균관대 등 주요 대학의 관련분야(인공지능, 인지심리학, 언어학, 전산학 등) 전문가를 대거 참여시켜 학제간 연구에 나설 계획이다.

소프트과학은 인간 마음의 본질을 밝히고 환경과의 인지적, 감성적 상호관계를 인간 중심적으로 연구하는 종합과학이다. 특히 소프트과학은 인간과 환경간 발전적 조화는 물론 인간의 가치변화와 산업변화간 역동적 관계 등을 연구대상으로 삼고 있어 진전 여하에 따라서는 2000년대에 정보통신환경에 엄청난 변화를 몰고올 미래기술의 핵심분야라는 점에서 과기처의 이번 국책사업화는 늦은 감이 없지 않다. 인간의 마음을 연구하기 위해 10년 전에 창립된 한국인지과학회가 지난 95년부터 소프트과학의 육성을 요구하고 나선 것도 인간에 대한 공학적 접근이 그만 중요하기 때문일 것이다.

과기처는 인간, 기계, 환경 등의 인터페이스와 인간을 대신해 비행기 시간을 알아보고 표를 예약하는 등의 업무를 수행할 수 있는, 흔히 정보 에이전트(대리인)라고 불리는 컴퓨터 소프트웨어 등을 소프트과학의 최우선 과제로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또 정보통신기술이 발전함에 따라 앞으로 우리의 일상생활을 크게 바꿔 놓을 것으로 전망되는 가상현실 세계의 인지활동 연구와 기계가 그곳에서 적응할 수 있는 모형이 개발되고 기계가 사람의 언어를 이해, 정보를 교환할 수 있게 하는 체계의 연구도 함께 추진된다.

과기처는 이러한 연구가 정보, 가전과 자동차 등의 분야에서 좀더 사용이 편리한, 사용자 중심의 설계 및 제품개발의 기초자료로 활용되고 궁극적으로는 인간과 같은, 부분적으로는 인간보다 우수한 지능을 가진 기계의 개발로 이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해외의 경우 서방선진 7개국(G7)이 협동적으로 인지과학을 첨단과학분야로 정해 집중투자하고 있다. 미국은 현재 1백여개 대학과 기업체에서 인지과학전문연구소를 설립해 미래를 내다보고 기초연구와 응용연구를 병행하고 있으며 유럽도 90년대 초부터 미래기술개발(FAST) 프로젝트에 인지과학분야를 포함시켜 집중적인 연구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일본은 인간정보처리연구소를 중심으로 지난 92년부터 1백 60억엔을 투입하는 등 90년대 초부터 인지과학분야 연구개발을 본격화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인간의 마음과 뇌의 관계를 비롯 신비스럽게만 생각되던 많은 현상들이 과학적으로 일부 설명되고 있기는 하지만 아직까지 선진국에서도 기초과정을 연구하는 데 머물러 있어 과기처가 추진하는 국책과제들이 확실한 성과물로 나타날지는 미지수다. 그러나 우리나라도 정부차원에서 미래의 핵심기술로 자리잡을 소프트과학의 중요성을 인식했다는 데 그 의미가 있다.

우리는 이제부터가 시작이다. 추진기간내에 일정한 성과물을 얻어내는 데 매달리기보다는 기초기술의 축적과 확산에 주력하는 것이 소프트과학의 미래를 여는 데 더 중요하다는 것이 우리의 생각이다. 성과에 급급하다 보면 설익은 작품이 나올 수 있게 마련이다.

먼저 선진국들의 연구정보를 수집, 분석하고 우리의 현위치와 갈길을 정하는 게 순서일 성싶다. 일을 그르치지 않기 위해서는 우리가 어디에 서 있는지 또 어디로 가야하는지에 대한 면밀한 검토작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과기처의 소트프과학 연구사업이 관산학의 지속적인 관심과 지원으로 뿌리를 내리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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